AI 부정 확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대학들이 다시 대면 시험과 감독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경고가 호주 고등교육계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호주 유력 주말지 더 오스트레일리안 위크엔드 매거진(The Australian Weekend Magazine)은, 3개 주에서 활동 중인 고위 학자 6명이 “학생의 약 80%가 챗GPT(ChatGPT)나 유사한 AI 엔진을 활용해 과제, 에세이, 시험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추산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대학 행정당국이 ‘부정, 관성, 무력감’에 빠져 사실상 단속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에서 인터뷰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수강하는 과목에서 이른바 ‘전면적 부정(fullbore cheating)’ 비율이 90% 이상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시드니(Sydney)에 거주하는 24세 대학생 헤이든(Hayden)은 “대학은 더 이상 지적 능력을 시험하는 곳이 아니다. 챗GPT에게 얼마나 잘 지시하느냐를 시험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 신뢰 위기
앨런 핀켈(Alan Finkel) 전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총장은 일요일 인터뷰에서, 대학이 단순히 등록금을 받고 학위를 발급하는 기관으로 인식된다면 고등교육의 평판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016년까지 8년간 모내시대 총장을 지냈다.
핀켈은 “대중이 대학의 유일한 목적이 등록금을 받고 학위를 찍어내는 것이라고 믿게 된다면, AI 부정행위가 무제한으로 방치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들은 AI 남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매우 심각한 도전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면시험 강조
핀켈은 고등교육 부문이 온라인 학습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AI 부정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면 감독 시험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교실 내 발표, 구술 평가, 실험실 실습 과제, 에세이 방어 시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많은 대학의 태도는 ‘AI는 이미 존재하고 막을 방법이 없으니, 학생들에게 AI를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자’는 식”이라며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완전히 오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학생들은 이미 챗GPT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하고 탐지를 피하는 데 능숙하다. AI 사용법을 따로 가르칠 필요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부정의 일상화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는 이미 정상적인 행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많은 학생들은 AI 도구를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여기며, 온라인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시스템을 이겼다’고 자축하지만, 정작 고액의 등록금을 지불하고 취득한 학위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졸업 후 노동시장에 진입했을 때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호주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선임 강사 조나단 올브라이트(Jonathan Albright) 박사는 “강의 출석률이 7%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며 “나의 강의는 금요일 오후 6시가 아니라 화요일 오전 10시다. 그런데 왜 93%의 학생이 오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AI가 대신 평가를 해주는데 굳이 강의실에 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건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책임론
멜번(Melbourne)의 은퇴한 대학원 시험관 마이클 바클(Michael Barkl) 박사는 문제의 책임을 학생이 아닌 학계 자체에 돌렸다.
그는 “학생들을 탓하지 말라. 학계가 길을 잃었다”며 “교육을 신성한 가치에서 상품으로 전락시켰다. 대학은 부패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학생의 실제 역량을 평가하는 대신, 지루하고 쉽게 부정이 가능한 시험지와 과제물로 평가를 대체해왔다”고 말했다.

70% 대면평가
핀켈은 여러 대학 총장들과 학생들을 캠퍼스로 복귀시키기 위한 실질적 투자 가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성적의 70%를 대면 감독 평가로 의무화해야 한다”며 “즉, 감독 시험과 평가가 전체 성적의 70%를 차지하지 않으면 학위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해야만 “고용주들이 졸업생들이 해당 전공에서 요구되는 지식을 실제로 습득했음을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직 총장 동의
머독대학교(Murdoch University) 전 총장 테리 버지(Terry Budge) 역시 핀켈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머독대 총장을 지냈다.
버지는 “AI로 쉽게 부정이 가능한 온라인 시험 체제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며 “가장 명확한 첫 단계는 학생들을 다시 캠퍼스로 불러 감독 하에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온라인 과제에서 부정이 발생한다면, 그만큼 대면 교육과 감독 평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탐지 미흡 지적
버지는 서호주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가 AI 탐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서호주대는 호주 명문대 연합인 그룹 오브 에이트(Group of Eight) 소속 대학이다. 그는 “2013년 당시 머독대학교만 해도 표절 탐지 소프트웨어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의 미래
버지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AI에 외주 주는 결과는 매우 심각하다”며 “대학은 고등교육에 대한 신뢰 상실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사용을 통제하는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대학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