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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 외국인 범죄자 비자 취소 기준 강화..호주 내 연고 주요 심사 항목에서 제외

06/11/2026
in 사회
호주 정부, 외국인 범죄자 비자 취소 기준 강화..호주 내 연고 주요 심사 항목에서 제외

중범죄를 저지른 비시민권자가 호주에 계속 체류할 수 있는 길이 한층 좁아질 전망이다. 사진: tswedensky

비자 취소 기준 대폭 개편

정부가 외국인 범죄자의 비자 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대폭 개편했다.

호주에서 오랫동안 거주했거나 호주인 배우자·자녀가 있다는 점을 비자 취소에 불복하는 주요 근거로 내세우기 어려워지면서, 중범죄를 저지른 비시민권자가 호주에 계속 체류할 수 있는 길이 한층 좁아질 전망이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의 비자 취소가 번복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수년간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토니 버크(Tony Burke) 이민장관은 최근 비자 취소 심사에서 호주 내 연고를 주요 고려 사항으로 삼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장관 지침을 도입했다.

새로운 장관 지침 123(Direction 123)은 기존 지침 110(Direction 110)을 대체한다. 지침 110은 앤소니 알바니즈 정부 첫 임기 초반 당시 이민장관이었던 앤드루 자일스(Andrew Giles)가 도입한 지침 99(Direction 99)의 부작용을 수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지침 99 시행 이후 비자 취소 처분을 받은 유죄 판결 범죄자들이 행정심판을 통해 취소 결정을 뒤집는 사례가 급증한 바 있다.

정부가 외국인 범죄자의 비자 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대폭 개편했다. 사진: AhmadArdity

호주 내 연고 제외

지침 123의 가장 큰 변화는 비자 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의사결정권자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주요 심사 항목(primary considerations)에서 개인의 ‘호주 내 연고의 강도·성격·지속 기간(strength, nature and duration of ties to Australia)’을 삭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대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비시민권자가 호주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호주인 배우자나 자녀가 있다는 점, 어린 시절이나 영아기에 호주에 입국해 사실상 평생을 호주에서 살아왔다는 점, 또는 출신국에 남아 있는 가족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비자 취소에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이전보다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새 지침은 가정폭력과 가족폭력의 정의도 대폭 확대했다. 극단주의 관련 심사 항목도 새롭게 도입해 극단주의적 견해를 갖고 있거나 과거에 그러한 견해를 가졌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심사를 강화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이러한 변경을 조용히 예고했으며,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뒤 이번 주 초부터 공식 시행했다. 이 같은 변경은 이민법 분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와 관련 단체들에도 충분한 사전 예고 없이 이뤄져 당혹감을 안겼다.

이민법 전문가 우려

호주이민협회(Migration Institute of Australia)의 피터 반 블리트(Peter van Vliet) 최고경영자는 호주 내 연고의 강도와 성격, 지속 기간을 주요 심사 항목에서 삭제한 결정에 대해 “연민이 부족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호주에서 사실상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외국에서 아무런 생계 기반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반 블리트 는 “현실적으로 이번 지침에 따라 비자 취소 처분이 번복되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관에게는 이미 행정심판기관의 결정과 부처의 결정, 법원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상당한 권한이 있다. 이번 조치가 왜 필요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매우 가혹한 결정이고 정부가 이런 입장을 취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호주인들은 연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비교적 경미한 범죄를 저질렀고 호주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으며 호주에 가족관계도 있는 사람을 본다면, 대부분의 호주인은 그 사람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지침은 심사 담당자와 법원, 행정심판기관이 그런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새 지침에는 증오와 극단주의를 확산시킨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의 비자를 취소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사진: jackmac34

지침 99 이후 논란

지침 123의 전신인 지침 110은 지침 99의 부작용을 둘러싸고 전국적인 비판이 쏟아진 지 2년여 만에 도입됐다.

앤소니 알바니즈 정부 첫 임기 초반 당시 이민장관이었던 앤드루 자일스가 시행한 지침 99는 비자 취소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호주 내 연고의 강도·성격·지속 기간’을 기존의 기타 고려 사항(other consideration)에서 주요 심사 항목(primary consideration)으로 격상했다. 이로 인해 아동 성폭행범과 가정폭력 가해자, 마약 밀매범을 포함한 수백 명의 중범죄 외국인이 추방을 면하고 호주에 계속 체류할 수 있게 됐다.

행정심판기관(ART-Administrative Review Tribunal)에서 비자 취소 처분을 뒤집는 데 성공한 유죄 판결 범죄자의 비율도 기존 38%에서 약 70%까지 급증했다. 지난달 비자 취소에 불복해 ART에 항소한 범죄자 가운데 상당수가 심판에서 승소하고 있다. 올해 심리된 사건 중 약 55%에서 비자 취소 처분이 번복됐으며, 이들 결정 중 상당수는 ‘호주 내 연고의 강도·성격·지속 기간’이라는 심사 항목을 근거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 지침은 가정폭력과 가족폭력의 정의도 대폭 확대했다. 사진: Mohamed_hassan

극단주의·가정폭력 확대

새 지침에는 증오와 극단주의를 확산시킨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들의 비자를 취소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테러단체나 테러 지원 국가, 또는 금지된 증오단체와 연관돼 있거나 과거에 연관된 적이 있는 사람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가정폭력과 가족폭력에 대한 정의도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 이미지를 이용한 학대(image-based abuse), 방임(neglect),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괴롭힘(harassment through digital technologies) 등을 명시적으로 추가했다.

재범 위험을 판단하는 기준도 강화됐다. 기존에는 비자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담당자가 해당 개인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을 것(would reoffend)’이라고 판단해야 했지만, 새 지침에서는 해당 개인이 재범할 ‘수도 있다(might reoffend)’는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도록 기준을 낮췄다. 즉, 재범할 것이라는 확실한 판단이 아니라 재범할 가능성이 있다는 위험만 인정되더라도 이를 비자 취소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 대변인은 새 지침이 범죄 피해 아동과 가정폭력 및 가족폭력 피해자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증오에 기반한 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지침 123은 호주 공동체, 특히 아동과 가정폭력 및 가족폭력 피해 생존자를 보호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실효성 따져볼 것”

야당 이민 담당 대변인 조노 더니엄(Jonno Duniam) 의원의 대변인은 이번 변경을 환영하면서도, 실제로 호주에 계속 체류하도록 허용되는 외국인 중범죄자의 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 변경 내용이 충분한 수준인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정부가 마침내 외국인 범죄자의 호주 내 연고에 부여하는 비중을 낮추기로 한 것은 인성 심사에 따른 비자 취소 제도의 운영과 관련해 연립당이 수년간 제기해 온 우려가 정당했음을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비시민권자들이 비자 취소 결정에 성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호주에 계속 체류하도록 허용된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연립당은 새 지침이 실제로 중범죄 외국인의 호주 체류를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계속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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