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직전 소송
시각과 글쓰기 능력에 장애가 있는 NSW주 하이스쿨 12학년학생이 첫 HSC시험을 닷새 앞두고 추가 시험시간 배정을 요구하며 교육당국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학업에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이 학생은 추가 읽기·쓰기 시간을 요청했지만 두 차례 거부당했고, 결국 첫 시험을 앞두고 행정심판 절차를 밟게 됐다. 이 학생은 NSW 교육기준청(NESA-NSW Education Standards Authority)에 추가 시간 배정을 요청했으나 두 차례 모두 거절당했다. 학교 측은 학생의 요청을 지지했지만, 교육기준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학생은 NSW 민사행정심판원(NSW Civil and Administrative Tribunal)에 판단을 구했다.
첫 시험을 닷새 앞두고 행정심판기관은 교육기준청이 해당 학생에게 간접적인 장애 차별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 학생은 심한 근시와 안구 백색증(ocular albinism), 난독증(dyslexia), 눈부심 민감 증후군(glare sensitive syndrome) 등을 비롯해 심각한 글쓰기 장애를 겪고 있다.

추가 시간 요청
학생은 30분마다 읽기 시간 5분과 쓰기 시간 5분을 각각 추가로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교육기준청은 해당 요청이 다른 학생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공받으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기준청의 사업 프로그램 관리자 닐 크로커(Neal Crocker)는 이 학생의 필기 속도 검사와 30분간의 독해력 검사 결과가 HSC 시험 응시 학생들에게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평균 범위에 해당한다고 밝히며, 대신 글자 확대, 휴식 시간, 소규모 집단 감독 등의 편의를 승인했다. 그러나 학생이 요청한 추가 읽기·쓰기 시간은 허용하지 않았다.
학생의 추가 시간 요청은 심리 평가 결과에서도 뒷받침됐다. 학교 역시 학생의 요청을 지지했지만, 교육기준청은 검사 결과를 근거로 추가 시간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 방식 판단
행정심판기관은 교육기준청이 30분간 실시한 독해력 검사 결과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뒀다고 판단했다. 짧은 독해력 검사는 여러 시간 동안 진행되는 실제 시험에서 요구되는 시각적 집중력과 지속적인 읽기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심판기관은 학생과 학교 어느 쪽도 휴식 시간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학생은 휴식 시간이 집중력을 방해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교육기준청이 승인한 휴식 시간과 소규모 집단 감독 등의 조치가 학생의 실제 요구에 부합하는지, 추가 읽기·쓰기 시간이 필요한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고려됐다.
행정심판기관은 최종적으로 학생에게 30분당 읽기 시간 2.5분과 쓰기 시간 2.5분을 각각 추가로 제공하도록 명령했다. 학생이 처음 요청한 시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장애 학생 지원
호주장애아동·청소년협회(Children and Young People with Disability Australia)의 최고경영자 스카이 카코슈케-무어(Skye Kakoschke-Moore)는 장애 학생과 가족이 학교에서 필요한 합리적인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장애 학생은 자신의 필요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며, 학생이 어떤 지원을 받을지 결정할 때는 학생 자신의 목소리가 항상 중심에 놓여야 한다”며 “부모와 학교의 의견도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합리적인 편의 제공은 모든 학생을 위한 진정한 포용교육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시험과 평가를 포함해 학생들이 배우고 참여하며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주장애인협회(People with Disability Australia)의 선임 관리자 맷 맥크로리(Matt McCrory)도 필요한 지원을 받기 위해 학생과 가족이 겪는 부담을 언급했다. 그는 “공정하고 평등한 절차를 통해 제공돼야 할 지원을 받기 위해 학생과 가족이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직접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12학년 시험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가 큰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공정하게 보여줄 기회를 얻기 위해 시험을 불과 며칠 앞두고 행정심판원까지 가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학습장애 관련 통계
이번 사건은 호주 학생 4명 중 1명꼴로 학습장애가 있다는 자료가 나온 가운데 발생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학교에서 장애 관련 조정을 제공받는 아동의 비율은 27%로, 10년 전보다 50% 증가했다.
호주 학교는 법적으로 포용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장애 학생이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학습 기회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뉴스코프(News Corp)의 특별 조사에서는 신경다양성(neurodivergence)이 있는 아동에게 적합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학교들을 소개했다. 조사에서는 예측 가능한 일과, 유연한 교육 방식, 협력 중심 수업, 배려와 공감, 상호작용형 학습 등을 주요 요소로 살펴봤다. 명단에는 혹스턴파크(Hoxton Park)의 굿 셰퍼드 가톨릭 초등학교(Good Shepherd Catholic Primary School)와 쿼커스힐(Quakers Hill)의 메리 이매큘레이트 초등학교(Mary Immaculate Primary School)가 포함됐다.
특수학교 지원금
별도의 분석에서는 중증 자폐증 등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사립학교를 선택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엘루에라 협회(Elouera Association)와 우드버리 자폐교육·연구센터(Woodbury Autism Education and Research) 등 전문 특수교육기관은 학생 1인당 $3만7,000가 넘는 지원금을 받고 있다. 교육기준청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 요청을 받았지만,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