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경고
호주 최대 부동산 시장인 시드니의 주택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연간 기준으로 4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집값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주택가격 하락이 가계의 소비심리와 지출을 위축시키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큰 기대를 받아온 데이터센터 투자 역시 2년 뒤에는 오히려 호주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금리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짐 차머스(Jim Chalmers) 연방 재무장관과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수 주 안에 올해 들어 네 번째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직면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추가 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5월 연방예산안에서 나온 세제 변화로 이미 약화된 주택시장에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경제학자들은 호주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시드니 집값 급락
부동산 분석업체 코탈리티(Cotality)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연방예산안 이후 처음으로 집계된 온전한 분기 동안 시드니의 주택을 포함한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4.7% 하락했다. 이 같은 분기 하락률이 계속될 경우 연간 하락폭은 18.4%에 달하게 된다.
시드니는 현재 호주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전국적인 부동산시장 침체를 이끌고 있다. 시드니 집값은 정점 대비 7% 이상 하락했으며, 앞서 20222023년에 나타났던 조정폭도 넘어섰다.
팀 로리스(Tim Lawless) 코탈리티(Cotality) 리서치 책임자는 시드니 주택시장의 조정이 최소 40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과도한 비관론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적어도 지난 40년 동안 시드니에서 나타난 가장 큰 조정으로 향하고 있다고 본다”며 “이 같은 전망은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리스 책임자는 현재의 분기 하락률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8.6%의 하락폭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72019년 신용경색 당시 기록된 직전 최대 고점 대비 저점 하락폭인 13%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는 현재의 주택시장 하락세가 이미 “고착화된 상태”라며 추가 금리 인상이 이 같은 하락을 더욱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소비 위축 우려
주택가격 하락은 단순히 부동산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가계 소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리스 책임자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자산이 줄었다고 느끼면서 소비를 줄이는 이른바 ‘승수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는 승수효과도 있다”며 “사람들이 자신이 덜 부유해졌다고 느끼면서 소비를 중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탈리티(Cotality)에 따르면 호주 전국 주택가격은 8월 한 달 동안 0.9% 하락했다. 주요 주도 가운데 4곳에서는 한 달 동안 주택가격이 1% 이상 떨어졌다.
프로프트랙(PropTrack)이 실시한 유사한 부동산 가격 분석에서도 전국 주요 도시의 집값은 8월까지 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구입 여건 악화로 하락세는 애들레이드에서 특히 빨라졌다. 애들레이드 집값은 0.9% 떨어졌으며, 시드니와 브리즈번은 각각 0.3% 하락했다. 멜번과 퍼스, 캔버라도 각각 0.2% 낮아졌다.
집값 하락 여론은 엇갈려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주말 발표된 뉴스폴(Newspoll)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가 주택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승하는 것을 지지한 반면, 주택가격 하락을 지지한 응답자는 32%에 그쳤다.
주택시장 침체가 가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성장률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오는 수요일 발표될 6월 분기 경제성장률은 소비 지출 둔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보악(Andrew Boak)은 6월 분기 경제성장률이 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HSBC의 폴 블록섬(Paul Bloxham)은 0.1% 성장을 예상하면서 향후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경기침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리 인상 경고
블록섬은 최근 주택가격 하락세가 매우 빠른 만큼 주택시장에 상당한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가격에 대해 “최근 역사상 가장 큰 조정이 나타날 위험이 분명히 있다”며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금리 인하와 같은 제동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가 임박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블록섬은 수요일 발표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경우 호주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추가 금리 인상이 경제를 경기침체로 몰아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특히 주택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투자도 한계
최근 호주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이터센터 건설 붐도 둔화하는 경제성장을 구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2027년에는 연간 GDP 성장률을 최대 0.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건설이 본격적인 확장 단계를 지나 2028년부터 속도가 둔화하면 경제성장에 오히려 소폭의 부담 요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원 부족과 지역사회의 반대도 데이터센터 건설 규모와 시기를 둘러싼 하방 위험으로 꼽혔다.
골드만삭스는 2029~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에 누적 약 $130 billion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해당 기간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광산업 호황기 당시 광산 투자가 GDP의 약 7%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다.

AI 투자 효과 측정 난항
연방 재무부(Treasury)가 작성해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에게 전달한 연구보고서에서도 데이터센터 투자 붐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를 측정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무부는 기존의 투자 붐과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투자 붐에서는 투자가 급증한 뒤 상품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로 발생하는 경제활동은 이를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6월 분기 GDP가 0.3%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연간 성장률은 장기 추세를 크게 밑도는 1.9%에 머물게 된다. 또한 GDP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노동시간이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성이 또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센터 162곳 운영
호주에는 올해 3월 기준 162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터센터 호주(Data Centres Australia)에 따르면 현재 추가로 130개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제안된 상태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투자가 모두 호주 국내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재무부의 분석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는 현지 엔지니어링과 건설, 설치 서비스에 상당한 수요가 발생하지만, 기계와 장비에 대한 지출의 상당 부분은 해외에서 수입되는 장비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서버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시스템 및 기타 정보통신기술(ICT) 하드웨어 등이 포함된다.
재무부는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분의 2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그 투자액 전체가 호주 국내 경제성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주택시장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상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