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워홀은 해당 안 돼
호주 정부가 2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워크 앤드 홀리데이 비자(Work and Holiday visa·서브클래스 462)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하면서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한국인 예비 신청자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비자 신청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이 신청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Working Holiday visa·서브클래스 417)는 이번 24개국 신청 중단 대상이 아니다.
462, 417 두 비자는 모두 워킹홀리데이메이커(WHM) 프로그램에 속하지만 별개의 비자 제도다. 호주 내무부는 한국 여권 소지자는 2026년 7월 1일부터 18~35세까지 417을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WHM 비자란
워킹홀리데이메이커(WHM-Working Holiday Maker) 프로그램은 호주와 세계 각국 청년들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1975년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워킹홀리데이 비자(Working Holiday visa·서브클래스 417)와 워크 앤드 홀리데이 비자(Work and Holiday visa·서브클래스 462)로 나뉜다.
워킹홀리데이메이커(WHM) 프로그램은 해외 청년들이 호주에서 여행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임시비자 제도로, 인력 부족을 겪는 산업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해왔다.
417·462 차이
워킹홀리데이 비자인 서브클래스 417(Working Holiday visa·Subclass 417)은 19개 협력국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현재 이 비자 프로그램에는 캐나다(Canada), 프랑스(France), 일본(Japan), 영국(United Kingdom) 등 19개 협력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후 별도의 인원 제한형 비자인 워크 앤드 홀리데이 비자 서브클래스 462(Work and Holiday visa·Subclass 462)가 도입됐으며, 현재 29개국이 대상이다.
호주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발급된 서브클래스 462 비자를 국적별로 집계한 결과, 발급 건수가 가장 많았던 3개국은 인도네시아(Indonesia), 중국(China), 미국(United States)이었다.
462 비자 중단
정부의 이번 조치로 워크 앤드 홀리데이 비자(462) 신청이 가능한 국가 대부분의 접수가 중단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순해외이주(NOM-Net Overseas Migration) 감축 정책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에 의존하는 농업과 관광업 등에서는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단’의 의미
토니 버크(Tony Burke) 호주 내무부 장관은 일요일 시드니(Sydney)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워킹홀리데이메이커 비자가 이전보다 더 느린 속도로 처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버크 장관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현재 내무부 웹사이트의 워크 앤드 홀리데이 비자 서브클래스 462(Work and Holiday visa subclass 462) 안내 페이지에는 24개국 국민의 비자 신청이 일시 중단됐다고 표시돼 있다.
웹사이트는 해당 비자의 신청 정원이 거의 찼거나 프로그램 연도 동안 비자 신청 접수를 분산하기 위해 신청 접수가 일시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보장하면서 정부의 이민 정책 방향을 지원하기 위해 신청 접수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수십 년간 이민 업계에서 활동해 온 한 이민 변호사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극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도 비자 신청 접수가 일시 중단되거나 할당량이 모두 소진된 사례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면을 보면 거의 전체가 파란색, 즉 ‘중단’ 상태로 표시돼 있다”며 “한 국가의 할당량이 소진되거나 일회성으로 접수가 중단된 것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변화가 정부에 의해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내무부 웹사이트에 올라온 것이 전부였다”며 “조용히 공개된 조치”라고 말했다.
24개국 영향
인원 제한이 있는 워크 앤드 홀리데이 비자(462)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29개국 가운데 거의 모든 국가의 신청 접수가 중단됐다. 인도네시아, 스페인(Spain), 아르헨티나(Argentina), 싱가포르(Singapore) 등 비교적 많은 비자 정원을 배정받은 국가들도 포함됐다.
반면 현재 5개국 국민의 신청은 계속 접수되고 있다. 산마리노(San Marino)와 튀르키예(Türkiye)는 각각 100명에게 선착순으로 비자가 배정된다. 중국, 인도(India), 베트남(Vietnam)은 추첨제(ballot system)를 통해 신청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호주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에 따르면 이번에 워크 앤드 홀리데이 비자(462) 신청 접수가 중단된 국가는 다음과 같다.
아르헨티나(Argentina)
오스트리아(Austria)
브라질(Brazil)
칠레(Chile)
체코(Czech Republic)
에콰도르(Ecuador)
그리스(Greece)
헝가리(Hungary)
인도네시아(Indonesia)
이스라엘(Israel)
룩셈부르크(Luxembourg)
말레이시아(Malaysia)
몽골(Mongolia)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
페루(Peru)
폴란드(Poland)
포르투갈(Portugal)
싱가포르(Singapore)
슬로바키아(Slovak Republic)
슬로베니아(Slovenia)
스페인(Spain)
스위스(Switzerland)
태국(Thailand)
우루과이(Uruguay)
중단 배경은
정부가 왜 이들 국가의 비자 신청을 중단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순해외이주 감축을 둘러싼 보다 광범위한 논의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민 변호사는 현재 여러 비자 프로그램이 처리 지연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비자 프로그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있고, 학생비자의 경우 거절 건수가 많으며, 이제는 워크 앤드 홀리데이 비자에도 정부의 관심이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주통계청(ABS-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에 따르면 순해외이주는 일정 기간 동안 호주에 입국한 이주자 수에서 출국한 이주자 수를 뺀 수치를 의미한다.
호주 이민부(Department of Immigration) 전 부차관인 아불 리즈비(Abul Rizvi)는 정부의 목표가 순해외이주를 줄이는 것이라면 비자 처리 속도를 늦추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느린 비자 처리는 대체로 해결하는 문제보다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낸다”며 “장기적인 문제에 대한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장 3년까지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
리즈비 전 부차관은 순이민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도입된 마지막 1년의 체류 연장 제도를 없애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무부 대변인은 “워킹홀리데이메이커 프로그램 개혁을 통해 수요를 더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WHM 비자를 보다 공정하게 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청자 혼란
백패커 및 청년 관광 패널(BYTAP-Backpacker and Youth Tourism Panel)의 웬디 아일워드(Wendi Aylward) 대변인은 업계가 정부로부터 받은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7월 1일 이후 서브클래스 417 또는 462 비자를 신청한 사람들 가운데 자신의 비자 진행 상황을 문의한 경우, 이민 당국으로부터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이미 8월 중순”이라며 “7월 초에 신청한 사람들 가운데 아직도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 변호사는 아직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번 조치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청 중단 상태에서는 새로운 비자 신청서를 접수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청자들이 계획을 변경하고 다시 신청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접수가 재개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비자를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리즈비 전 부차관도 비자 처리 지연과 신청 중단이 신청자들에게 상당히 불공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청 접수나 처리를 중단하거나 늦추는 것은 결국 신청 적체만 쌓이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접수된 신청서는 모두 법적으로 유효한 신청이기 때문에 결국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단순히 신청을 늦추는 방식으로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계 파장
아일워드 대변인은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이 특히 원예 산업을 비롯한 호주 지방지역의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농가의 경우 단 며칠 또는 일주일 정도만 일할 노동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이때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호주 전역의 지방지역에 분산돼 체류하며 자신들이 번 돈을 해당 지역사회에서 소비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호주관광청(Tourism Australia)에 따르면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은 2019년 호주 경제에 $3.2 billion을 기여했다. 이 가운데 최소 $726 million은 지방지역에서 지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아일워드 대변인은 이번 신청 중단 조치가 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들이 여행업체를 이용하고, 지역 빵집을 찾고, 호스텔에 머무르면서 지방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즉, 이들은 직접 일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주 내 소비 활동을 통해 다른 일자리와 경제 활동까지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한편 농업 분야에 미칠 영향에 대해 버크 장관은 태평양 노동자 제도(Pacific Workers Scheme)가 농업 분야의 주요 비자 제도라고 했다. 그러나 리즈비 전 부차관은 이 같은 답변에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뉴사우스웨일스주(NSW-New South Wales) 의회 조사에서 해당 제도와 관련해 대규모 착취와 학대 문제가 상세히 지적된 바 있다며, 여러 문제가 있는 태평양 노동자 제도를 정부가 장려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그렇게 많은 문제가 있는 태평양 비자를 정부가 신청하도록 장려하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