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소식에 환호했지만..
실종된 10대 소녀 릴리 후퍼(Lily Hooper)의 시신이 밤사이 수습됐다고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NSW Police)이 밝혔다.
릴리의 유해는 처음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일주일여 만에 낫타이 국립공원(Nattai National Park)의 울창한 숲속에서 윈치로 끌어올려 수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릴리의 가족이 8일간의 고통스러운 기다림 끝에 딸이 살아 발견됐다는 소식을 먼저 들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는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으며 극심한 슬픔에 빠진 가운데 전해졌다.
릴리의 아버지 짐 후퍼(Jim Hooper)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 릴리는 떠났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짐 후퍼는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NSW Police) 관계자로부터 딸의 시신이 울창한 숲속 “상당히 깊은 곳”에서 발견됐다는 말을 들은 직후, 딸이 살아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그는 감정에 북받친 채 “릴리가 살아있다. 내 딸이 살아있다.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수색 지휘본부 인근에 마련된 임시 캠프에 가져온 릴리가 가장 좋아하는 팀탐(Tim Tams) 한 봉지와 전자기타를 가리키며 “내가 오늘 가져온 것, 팀탐과 기타, 릴리를 데려오는 데 행운을 가져다줄 물건들을 사진으로 찍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릴리는 강한 아이”라며 “이제 릴리를 데리러 갈 것이다. 아마 곧바로 병원으로 갈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일 동안 정신없이 지냈다”며 “불과 몇 분 전에 발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짐 후퍼의 아내 키릴리 후퍼(Kirrily Hooper·50)도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찾아냈고, 살아있다”며 “정말 날아갈 듯 기쁘다”고 말했다. 짐 후퍼와 다른 가족들은 좋은 소식이라고 믿으며 맥주까지 따서 축하했다.

환호가 절규로
하지만 이후 가족들에게는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혼란의 시간이 이어졌다.
짐 후퍼 부부와 가족, 친구들은 딸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며 맥주 캔을 열고 건배하고 있었지만, 경찰은 두 사람을 수색 지휘본부의 이동식 화장실 뒤쪽으로 따로 불러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잠시 뒤 짐 후퍼는 고개를 숙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텐트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내 키릴리 후퍼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울음을 터뜨렸다. 한 10대 소년은 울면서 철조망 너머로 구토했다.
주변에서는 구조대원들이 눈에 띄게 침통한 표정으로 황야에서 돌아오자 수색 지휘본부 전체가 적막에 빠졌다. 지휘본부의 모닥불 주변에 모여 있던 가족과 친구들은 충격과 절망 속에 앉아 있었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큰 흐느낌만 침묵을 깨뜨렸다.
정신을 추스른 짐 후퍼는 딸들인 사라 후퍼(Sarah Hooper)와 에이미 후퍼(Amy Hooper)를 차례로 길게 끌어안았다. 임시 캠프가 정리되는 가운데 짐 후퍼는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NSW Police)의 고위 관계자와 심각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찰청장 공식 사과
가족들이 극적인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은 지 수 시간 뒤, 맬 라니언(Mal Lanyon)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청장은 잘못된 정보 전달로 인해 가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무조건 사과한다”고 밝혔다. 라니언 청장은 굴번(Goulburn)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상황이 다시 반복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 일로 인해 발생한 모든 트라우마나 당혹감에 대해 다시 한번 무조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의사소통 혼선이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니언 청장은 “정보 전달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즉시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며 “경찰이 시민들에게 모든 정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가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주 긴급구조대(SES-State Emergency Service) 대원들이 실제로 릴리를 발견했고, 그들의 헌신에 감사한다”며 “이후 해당 정보가 수색 지휘본부로 전달됐다. 경찰은 지휘본부에도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도 있었다. 따라서 이런 관계와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라니언 청장은 또 크리스 민스(Chris Minns) 뉴사우스웨일스주 총리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민스 총리는 릴리가 살아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예산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이를 “환상적인 소식”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이후 해당 정보가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
릴리의 사망 경위와 이번 정보 전달 혼선의 세부 내용은 앞으로 열릴 검시관 조사(coronial inquest)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8일간 대대적 수색
릴리가 발견된 것은 20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께였다. 릴리가 실종된 지난 12일 이후 8일 동안 수백 명의 수색대원들은 밤낮으로 울창한 관목 지대를 샅샅이 수색했다.
릴리는 지난주 수요일 아침 시드니 남서부 오크데일(Oakdale)의 자택을 나서 낫타이 국립공원(Nattai National Park)을 트레킹하러 갔다. 그는 산행을 하는 동안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나 밤 10시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그날 저녁 보넘 픽 트레일(Bonnum Pic Trail) 아래쪽에서 릴리가 타고 간 현대자동차의 차량을 발견했다.
릴리의 실종 이후 호주국방군(ADF-Australian Defence Force) 인력과 주 긴급구조대,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NSW Police), 기타 긴급구조기관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수색이 시작됐다.
구조대가 시신 발견
조지프 카사르(Joseph Cassar)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 부청장은 주 긴급구조대의 자원봉사자가 시신을 발견했으며, 이후 한 경찰관이 가족에게 릴리가 살아있다는 내용의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첫 번째 보고 당시 가족들에게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사르 부청장은 릴리의 시신이 사람이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탐방로가 아닌 곳에서 발견돼 수습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릴리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울창한 숲속에서 헬리콥터로 옮겨내는 방안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직접 운반해 밖으로 옮겨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