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즈매니아에서 치명적인 H5N1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H5N1 조류인플루엔자는 호주 내 다른 5개 주에서도 야생동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타즈매니아 북서부서 발견
타즈매니아 천연자원·환경부(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 and Environment Tasmania-NRE Tas)는 공원·야생동물관리국(Parks and Wildlife Service) 직원들로부터 갈색도둑갈매기의 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조류는 타즈매니아 북서부 해안에 위치한 록키 케이프(Rocky Cape)의 버지스 코브(Burgess Cove)에서 발견됐으며, 밤사이 검사가 완료된 뒤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갈색도둑갈매기(brown skua)는 몸집이 큰 육식성 바닷새로, 남극 및 아남극 지역의 섬에서 번식한다.
타즈매니아 1차산업·수자원부 장관 개빈 피어스(Gavin Pearce)는 태즈메이니아가 이번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달걀·닭고기 가격 상승
호주 80억 달러 규모의 양계산업이 새로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생조류에서 상업용 가금농장으로 바이러스가 넘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업계 전문가의 경고가 나오면서 대규모 살처분과 달걀·닭고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호주에서는 5개 주에 걸쳐 야생조류에서 H5N1 조류인플루엔자가 220건 넘게 검출됐다. 라보뱅크(Rabobank)의 선임 동물단백질 분석가 앵거스 기들리-베어드(Angus Gidley-Baird)는 H5N1이 상업용 가금산업으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기들리-베어드 분석가는 이번 바이러스가 특히 병원성이 강한 변종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바이러스는 특히 병원성이 강하다. 이른바 ‘나쁜 바이러스’로 여겨질 정도이며, 우리는 이전에 이런 바이러스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농장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일단 야생조류 개체군에 바이러스가 자리 잡은 뒤에는 상업적 가금농장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피해
호주는 지난해인 2025년에도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빅토리아주(Victoria)와 뉴사우스웨일스주(New South Wales)의 가금농장에서 150만 마리가 넘는 닭과 기타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이번 H5N1이 상업용 가금농장으로 확산될 경우 피해 규모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많은 농장으로 퍼지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장 한 곳에서 발생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지만, 여러 농장으로 확산될 경우 계란과 닭고기 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달걀과 육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들리-베어드 분석가는 “한 농장에 미치는 영향인지, 6개 농장인지, 20개 농장 이상인지가 문제”라며 “영향을 받는 농장이 많아질수록 공급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야생동물 피해
H5N1은 가금산업뿐 아니라 야생동물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H5N1이 야생동물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여러 종의 동물이 대규모로 감염되거나 폐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2022년 말에는 아르헨티나(Argentina), 칠레(Chile), 페루(Peru), 우루과이(Uruguay), 브라질(Brazil) 등 남미 국가로 H5N1이 확산된 뒤 최소 3만 마리의 바다사자(sea lion)가 감염됐다.
아르헨티나에서는 H5N1이 남방코끼리물범(southern elephant seal)의 대규모 폐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확인됐다. 당시 남방코끼리물범 1만7000마리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야생조류 사이에서 H5N1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상업용 가금류로 넘어갈 경우 산업적 피해뿐 아니라 야생동물에 대한 추가적인 위협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장 방역 강화
현재까지 호주에서는 상업용 가금류나 가축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당국과 양계업계는 상업용 농장에서 H5N1이 확인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 체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일부 농장들은 이미 농장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과 차량 등의 이동을 제한하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기들리-베어드 분석가는 H5형 조류인플루엔자가 농장에서 발견될 경우 적용되는 표준 대응 절차도 설명했다. 그는 “한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 해당 농장은 즉시 격리된다”며 “농장에 있는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모든 시설을 소독해야 하며, 이후 다시 가금류를 들여놓기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바이러스가 단 한 곳의 농장에서 발견되더라도 해당 농장의 모든 가금류를 제거하고 농장 전체를 철저히 소독한 뒤 재입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농장 운영이 장기간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방목농장 취약
업계에서는 특히 방목형 산란계 농장이 H5N1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목형 산란계 농장은 닭들이 야외에서 활동하는 특성상 야생조류와 접촉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기들리-베어드 분석가는 “방목형 계란 생산 농장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들 농장은 야생조류와 접촉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지금까지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부터 상당한 보호를 받아왔지만, 야생조류의 이동 자체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업용 가금농장으로의 유입은 결국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들리-베어드 분석가는 “우리가 섬나라라는 점에서 상당히 운이 좋았다”며 “하지만 야생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상업용 가금농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농장들은 자신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1개 농장에 영향을 미칠지, 20개 농장 이상에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호주 양계업계는 현재 야생조류에서 확인되고 있는 H5N1이 실제 상업용 농장으로 유입될 경우 피해 농장의 수가 얼마나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러스가 어느정도로 번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피해 농장이 늘어날수록 가금류 공급 감소 폭도 커질 수 있어 달걀과 육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호주 당국과 양계업계는 농장 내 방역을 강화하면서 야생조류와 상업용 가금류 사이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호주 전역의 야생조류에서 H5N1 검출 사례가 220건을 넘어선 만큼, 상업용 가금산업으로 바이러스가 넘어오는 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막을 수 있을지가 호주 양계업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