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생산비 급등
중동 전쟁 장기화로 비료와 연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호주 주요 수퍼마켓인 콜스(Coles)와 울워스(Woolworths)가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덜기 위해 과일·채소 납품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최근 중동 지역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농업에 필수적인 비료와 연료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일부 품목은 가격이 50% 이상 오르며 농가의 생산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호주 최대 수퍼마켓 체인인 콜스와 울워스는 농가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일과 채소 납품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과일·채소 생산 농가들은 콜스와 울워스, 일부 품목에서는 알디(Aldi)가 급등한 생산비 가운데 약 3분의 1에서 40% 정도를 추가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 폭은 품목마다 차이가 있지만 많은 생산자들은 기존보다 개선된 납품 조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농가들은 비료 가격 폭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면서 비료 가격이 급등했고,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통과하는 선박 운송 지연까지 겹치며 부담이 더욱 커졌다.

생활비 부담 속 소비자 가격
호주 가계의 생활비 부담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퍼마켓들이 농가 지원을 위해 지급 단가를 올리더라도 이를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호주 일간지는 콜스와 울워스가 비용 증가분 일부를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할 가능성이 있으며, 다른 부문에서 비용 절감에 실패할 경우 이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두 업체는 가능한 한 매장 판매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콜스·울워스 입장 밝혀
콜스 대변인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생산자 지원과 소비자 부담 완화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료, 비료, 포장 비용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농가 및 생산자들과 사안별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신선식품 품목은 작황이 좋아 공급이 충분한 만큼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토마토,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 일부 품목은 지난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워스 측도 과일·채소 공급업체와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울워스 대변인은 “신선식품 공급업체들과 정기적으로 직접 협의하고 있으며 연료비 등 생산비 상승은 다른 시장 요인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 가계가 계속해서 물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농가에는 공정한 시장 가격을 지급하고 소비자에게는 품질 좋은 신선식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딴마을 수퍼 폐점 우려
한편 울워스는 농가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북부준주(Northern Territory) 외딴 지역의 유일한 수퍼마켓 폐점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활비 부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울워스는 북부준주(Northern Territory) 이스트아넘랜드(East Arnhem Land) 지역 눌룬바이(Nhulunbuy)에서 약 50년간 운영해온 매장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폐점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매장이 문을 닫으면 가장 가까운 울워스 매장은 약 727km 떨어진 캐서린(Katherine)에 위치하게 된다.
폐점 발표 이후 주민들과 지역 상인들은 지역 경제와 생필품 공급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주민들 생활비 부담 우려
바누바누 비치 리트리트(Banubanu Beach Retreat) 공동 소유주 풀비오 인세라(Fulvio Inserra)는 울워스 고브(Gove) 매장 폐점이 지역 물품 가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이곳에 대형 슈퍼마켓이 있다는 장점은 필요한 물품을 운송비가 크게 추가되지 않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에게 가장 큰 부담은 운송비”라고 말했다. 이어 운송비가 “이 지역에서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확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울워스 자체보다 운송 문제가 지역사회가 우선 해결해야 할 더 중요한 과제이며, 이것이 결국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 킴 브라이언트(Kim Bryant)도 소비자 권익단체 초이스(CHOICE)와의 인터뷰에서 식품 공급 불안이 지역사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비 문제는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지만 외딴 지역에서는 그 어려움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울워스는 눌룬바이 매장이 해상 바지선을 통해 물품을 공급받고 있어 자사 매장 가운데 가장 접근이 어려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까지 상품을 배송하는 데는 4,000km 이상을 이동하며 최소 4일이 걸린다.

새 운영사 인수 추진 계획
풀비오 인세라는 현재 상황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수퍼마켓 운영업체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마을에 수퍼마켓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운영사가 울워스와 비슷한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폐점을 앞두고 지역 농가와 공급업체를 적극 활용하는 등 사업 운영 방식을 미리 조정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이곳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말했다.
풀비오 인세라는 18개월 전 멜번(Melbourne)에서 눌룬바이로 이주했으며, 마을 외곽의 리오틴토(Rio Tinto) 보크사이트 광산이 2030년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어서 폐점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눌룬바이는 욜응구(Yolngu) 원주민 공동체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지난 55년 동안 리오틴토의 광산이 지역 경제를 이끌어 왔다.
울워스 매장 역시 반세기 전 리오틴토 광산 공동체를 위해 문을 열었지만 회사의 철수 계획에 따라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
울워스 대변인은 “현재 다른 기관과 수퍼마켓 운영권 인수 여부를 협의 중이며, 계약이 성사될 경우 2027년 6월 30일까지 운영권이 이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풀비오 인세라는 “전환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 변화는 마을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