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 결정
호주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은 화요일 기준금리를 4.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에서 거의 경제학자들(economists)에 의해 만장일치로 예상됐던 결과였다.
그러나 RBA 총재인 미셸 불록(Michele Bullock)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경고하며, 물가 압력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록 총재는 시드니 임시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이 RBA 경제학자들에게 올해 단행된 세 차례 금리 인상의 영향을 평가할 시간을 더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 및 임금 결정 전반에 높은 비용 상승 기대가 고착되면 더 지속적이고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물가 안정을 위해 더 강한 긴축이 필요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오늘 결정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압력 지속
경제학자들은 이미 유가 상승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3월 분기 예상보다 낮은 성장과 높은 실업률을 감안하면 6월 분기 경제가 역성장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RBA는 중동 지역 분쟁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불록 총재는 또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중동 지역 분쟁과 관련해 평화 협정을 중재하고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재개를 추진한 점을 언급하며 이를 환영했다.
그는 “이는 원자재 흐름과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리 과정은 시간이 걸리고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물가 상승 위험과 성장 하락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분쟁 이전에도 경제는 이미 생산능력 압박 상태였고, 최근 유가 하락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RBA는 일부 품목, 특히 신규 주택을 포함한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비용 상승이 전가되고 있다는 신호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과 충돌
이번 금리 동결은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에게는 일정 부분 안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이미 생활비 완화 정책 확대를 시사하며 25억 달러($2.5bn) 규모의 유류세 감면 연장도 검토 중이다.
재무장관 짐 차머스(Jim Chalmers)는 RBA 결정을 “책임 있는 5월 예산과 중동 평화 진전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중동 상황의 진전에 매우 만족하지만,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현실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전쟁의 종료는 더 빨라야 한다. 호주 국민은 이미 이 분쟁의 경제적 비용을 상당히 부담하고 있으며, 그 여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머스 장관은 정부가 세금 감면, 실질임금 상승 지원,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 등을 통해 생활비 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전망
불록 총재는 정부가 글로벌 유가 충격 대응을 위해 보조금을 재도입할 경우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BA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4.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고금리와 중동 분쟁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 성장도 더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RBA는 성명에서 “중동 분쟁 해결은 초기 단계이며, 인플레이션이 더 높고 경제 활동이 더 낮아질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 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주택시장도 일부 수도에서 가격 하락이 나타나는 등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 역시 4월 예상보다 높았지만 노동시장 일부 지표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덧붙였다. RBA는 “필요하다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망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Bloomberg)가 설문조사한 시장 경제학자 25명 중 16명은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35%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9명만이 4.6%까지 인상을 전망했다. RBA의 세 차례 금리 인상은 평균 대출금 약 $736,000 기준으로 월 상환액을 약 $342, 연간 약 $4,128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가 존 롤프(John Rolfe)는 “RBA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만 금리 인상은 특히 차입자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RBA가 2월, 3월, 5월 연속 금리를 인상한 뒤 시장에서는 올해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그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4.2%로 여전히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RBA는 6월 수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호주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가 최저임금을 4.75% 인상한 것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보험, 부채 비용 상승까지 겹치며 가격 인상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6월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감면 연장을 검토하는 점도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됐다. 이 조치는 매달 약 10억 달러($1bn)의 소비 여력을 시장에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롤프는 “이 같은 정책들이 경제에 추가적인 열기를 더할 경우 8월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물가 목표는 2.5%인데, 4%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RBA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RBA는 현재 2027년까지도 인플레이션이 4%대에 머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통화정책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BA 성명 마지막 문장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시장에서는 이를 “아직 정책 종료가 아니다”라는 강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