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인 체육계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강대원 전 재호주대한체육회 회장이 최근 사진과 현장 기록을 중심으로 한 자서전을 펴내며 초기 이민사회 체육 활동의 출발점과 재외동포 체육계의 발전 과정, 공동체 기록의 의미를 되짚었다.
그는 “체육은 경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언어”라고 강조했다.
강 전 회장은 호주 한인 사회 초창기, 체육 조직과 제도적 기반이 거의 없던 시기부터 축구 클럽을 중심으로 교민 체육 활동을 형성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이후 재호주대한체육회 회장과 대한체육회 해외 조직 체계 구성 과정에도 참여하며 재외동포 체육 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해 왔다.
이번 책은 일반적인 자서전이라기보다 사진과 상장, 현장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된 회고록 성격이 강하다. 개인 서술보다 당시 교민 사회의 장면과 흐름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호주 한인 체육사에서 ‘초기 개척자’로 꼽히는 강 전 회장은 교민 사회의 체육 활동을 단순한 경기 운영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회적 기반”으로 정의했다. 그는 1980-2000년대 중반까지의 경험을 돌아보며 “언어적 장벽과 제도적 기반이 부족했던 시기였지만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신뢰였다”고 말했다.
본지는 강 전 회장을 만나 책을 펴내게 된 배경과 초기 이민사회 체육 활동의 의미, 재외동포 체육계의 발전 과정, 그리고 공동체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68회 전국체전, 2005년 코알라 장학생 이희솔 역도 선수 장학금 수여식. 사진: supplied
한인 체육의 개척기
Q.초창기 개척의 기억: 호주 한인 사회 초기, 체육 단체를 조직할 당시엔 지금과는 환경이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무엇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 길을 가게 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A.호주 한인 사회 초기 스포츠 조직은 사실상 ‘무(無)에서 출발한 구조’였습니다. 당시에는 축구 클럽 몇 개가 전부였고, 체육회나 공식적인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팀을 만들고 활동을 이어가던 시기였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사람도, 자금도, 시스템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민 사회는 강요나 의무가 아닌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운영돼야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고 신뢰를 쌓으며 함께 움직이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 과정이 오늘날 호주 한인 체육계의 기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가교로서의 체육: 스포츠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다고 하죠. 호주 주류 사회와 한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스포츠를 통해 어떤 변화를 꿈꾸셨나요? 호주 사회에 우리 한인 체육인의 위상을 알리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체육, 특히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공동체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강한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호주 주류 사회 안에서 한인 커뮤니티가 하나의 목소리를 가진 공동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한국-스위스전 중계 문제입니다. 당시 SBS-TV는 해당 경기를 지연 중계할 예정이었지만, 시드니 총영사관과 한인회, 재호주대한체육회 등이 항의하면서 결국 실시간 중계로 편성이 변경됐습니다.
당시 한국-프랑스전 응원에는 엔터테인먼트 센터와 벨모어 파크 두 곳에 각각 약 5천 명씩, 총 1만 명 가까운 교민이 모였습니다. 질서 있는 대규모 응원이 실제 방송 편성 변경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이 일은 스포츠가 단순한 관람을 넘어, 공동체가 하나로 움직일 때 사회적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스포츠 행정가로서의 철학
Q.꿈나무 지원과 보람: 회장님께서는 코알라장학회 등을 통해 한인 꿈나무들을 꾸준히 지원해 오셨습니다. 코알라 장학 프로그램의 의미는 무엇이었습니까?
A.코알라 장학회는 재호주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장학 사업으로, 전국체전 개최 도시의 유망 체육 특기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 역시 청소년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코알라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단순한 금전 지원이 아니라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스포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아이들이 한국을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체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회장님께 스포츠란: 평생을 체육 행정가로 살아오셨습니다. 회장님께 체육이란 무엇이었나요?
A.스포츠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민 사회에서는 특히 세대와 문화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체육을 통해“함께하는 정신을 강조하기 때문에 체육이 중요 합니다. 모든 근간의 기본인 ‘협동정신’을 양산 하는것이 체육, 스포츠입니다.
스포츠는 언어보다 빠르고, 감정보다 먼저 사람을 연결합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를 행정가라기보다 현장에서 직접 움직이며 변화를 만드는 ‘행동가’라고 생각합니다.

기록과 약속
Q.사진 중심의 기록: 이번에 출간하신 책은 글보다 사진 위주로 구성되었습니다. 활자보다 사진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말보다 사진이 더 정확합니다. 당시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글은 해석이지만 사진은 기록입니다. 당시 분위기와 움직임을 왜곡 없이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Q.가장 빛나는 한 장면: “책 속 수많은 사진 중,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호주 한인 체육의 가장 빛나던 순간’ 혹은 ‘가장 고생했지만 보람찼던 순간’을 단 한 장만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A.1987년 전국체전에 호주 한인 선수단이 처음 참가했던 순간입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클럽에서 선수들을 선발해 팀을 꾸렸고,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하며 선수단의 원정 참가를 도왔습니다.
결과나 성적보다 더 의미 있었던 것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았다는 점입니다. 선수와 임원, 교민 사회가 함께 만든 도전이었고, 그 과정 자체가 호주 한인 체육의 시작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메달보다 값진 것은 공동체의 힘이었습니다. 함께 준비하고 함께 응원했던 그 순간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김지환기자님 관련: 책의 마지막 장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국신문 김지환 기자님과의 약속을 언급하셨습니다. 약속을 지키며 책을 완성하신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A.저와 생전 함께 활동했던 김지환 기자와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관계였습니다. 그는 현장을 정확히 읽고 기록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함께 나눴던 약속을 기억하며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삼가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합니다.

다음 세대를 향한 메시지
Q.후배들에게 전하는 말: 앞으로 호주 한인 사회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 후배들에게, 인생 선배이자 체육인 선배로서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A.나 하나의 성취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입니다. 결국 그 길을 지탱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입니다. 이 생각을 놓치지 않는 것이 다음 세대의 기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의 성공보다 공동체의 성장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주 한인 사회를 위해 한인 초기 이민 1세대들이 보여준 노력과 헌신은 지금의 기반을 만든 큰 공이며, 그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해외 선수단의 현실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제도적으로 길을 열어준 김정길 회장의 결단과 지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 김정길 회장의 신속한 결정으로 해외 선수단 경비 지원이 현실화되고, 이후 종목 확대까지 이어지면서 해외 선수단이 전국체전에 보다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은 해외지부의 오랜 건의가 실제 제도로 이어진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가 아니라 ‘우리’입니다. 다음 세대 역시 이 가치를 중심에 두고, 함께 나아가는 길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강대원 전 회장의 회고는 개인의 성공담이라기보다, 호주 한인 사회 초기 형성과 그 과정에서 체육이 수행한 사회적 역할을 기록한 현장사적 성격의 증언이 될 것이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