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누락 주장
규제기관 이해충돌 논란
호주 최대 트랜스젠더 로비단체인 에이콘(ACON-AIDS Council of New South Wales)이 운영하는 시드니(Sydney) 소재 성별클리닉이 환자들에게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의료 위험성을 광고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국가 보건 및 기업 규제기관에 대한 조사가 요청됐다.
문제가 제기된 기관은 케일레이도 헬스센터(Kaleido Health Centre)로, 트랜스젠더 환자들에게 성별확정 호르몬 치료와 수술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성년자 환자도 포함하고 있다. 해당 클리닉은 에이콘 헬스센터(ACON Health Centre)의 상호명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성소수자 권익단체인 에이콘과 동일한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을 두고 있다.
NSW 주정부의 재정 지원을 상당 부분 받고 있는 이 클리닉은 허위·오해 소지가 있는 광고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아동 보호 및 옹호 단체인 액티브 워치풀 웨이팅(Active Watchful Waiting Inc·AWW)이 실시한 상세한 규정 준수 감사(compliance audit)를 통해 제기됐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케일레이도는 18세 미만 환자를 진료한다는 사실을 메인 메뉴에서는 접근할 수 없는 숨겨진 Q&A 페이지에서만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 동의 요건, 미성년자 전용 평가 절차, 연령별 위험 차이 등에 대한 정보는 웹사이트 어디에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WW는 해당 클리닉이 알려진 중대한 위험성을 공개하지 않은 채 성별확정 의료 개입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호주 소비자법(Australian Consumer Law)과 보건의료인 국가규제법(Health Practitioner Regulation National Law)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잠재적 위법 여부를 조사해야 할 두 기관인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와 호주보건의료인규제청(AHPRA-Australian Health Practitioner Regulation Agency)은 모두 미성년자 대상 성별확정 의료를 적극 지지하는 에이콘과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성 누락
케일레이도 헬스센터 웹사이트는 자사 GP 주도 호르몬 치료와 수술 연계 시스템을 ‘안전하고’, ‘고품질’이며 ‘근거 기반’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 결과 정맥혈전색전증, 뇌졸중, 심혈관 질환, 돌이킬 수 없는 신체 변화, 영구적 불임 등 심각한 위험성에 대한 공개 설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8세 미만 환자를 치료한다고 명시한 페이지는 2025년 2월까지는 메인 메뉴에서 접근 가능했으나 이후 메뉴에서 제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클리닉 측은 “에이콘과는 별도 법인이며 독립적인 CEO와 이사회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개원 1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에이콘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우드하우스(Michael Woodhouse)가 ‘임시 CEO(interim CEO)’로, 에이콘 회장인 저스틴 쿠닌(Justin Koonin)이 이사회 의장으로 등재돼 있다.
이번 감사를 진행한 인물은 AWW 사무총장인 캐서린 앤더슨-카레나(Catherine Anderson-Karena)로, 그는 공인 소프트웨어 테스트 규정 분석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앤더슨-카레나 사무총장은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전형적인 ‘누락에 의한 오도(misleading by omission)’ 사례”라며 “웹사이트는 서비스를 ‘안전하고’, ‘근거 기반’이며 ‘고품질’이라고 홍보하지만 혈전, 심혈관 위험, 생식능력 손상, 영구적·비가역적 변화 가능성은 설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케일레이도의 “근거 기반 치료” 주장 역시 영국의 캐스 리뷰(Cass Review)와 같은 국제 독립 검토 결과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캐스 리뷰는 청소년 성별의학(youth gender medicine)의 과학적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규제기관에 성별의학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의료 개입을 시행하는 모든 의료 서비스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사전동의(informed consent) 투명성 기준을 집행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 위반 주장
감사 보고서를 검토한 전직 ACCC 소속 변호사는 익명을 전제로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케일레이도가 소비자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상 소비자를 실제로 속였는지가 아니라 ‘오도할 가능성(likely to mislead or deceive)’만 있어도 문제가 된다”며 “부모들은 자녀 문제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런 웹사이트를 중요한 정보원으로 활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청소년과 아동의 경우 정보를 보는 것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부모도 포함된다”며 “부모들은 자녀가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에이콘이 호주 직장평등지수(AWEI-Australian Workplace Equality Index), 프라이드 인 헬스+웰빙(Pride in Health+Wellbeing), LGBTQ+ 포용상 등을 통해 연방 및 주 보건기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제기됐다.
<디 오스트레일리안>의 이전 보도에 따르면 에이콘의 급진적 트랜스젠더 정책 기조는 여러 기관의 대외 활동과 정책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호주공영방송(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은 자사 편집 및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 에이콘의 영향력이 여러 차례 작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에이콘과의 협력 관계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해충돌 논란
현재 케일레이도 관련 민원을 접수한 두 규제기관 역시 모두 에이콘과 제도적 관계를 맺고 있다. 호주 최고 소비자·기업 규제기관인 ACCC는 에이콘의 AWEI 프로그램에서 ‘브론즈 등급(Bronze Tier Status)’을 획득했으며, 2028년까지 실버 등급(Silver Tier Status)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호주 의료 규제 최고기관인 AHPRA 역시 “공공 안전 보장을 위한 규제 방향 설정”을 위해 에이콘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HPRA는 미성년자 성별확정 치료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정신과 전문의 앤드루 에이모스(Andrew Amos)와 질리언 스펜서(Jillian Spencer)에 대한 징계 조치 과정에서도 에이콘과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케일레이도는 자사 서비스가 트랜스젠더 및 젠더다양성 환자 치료 전문가 단체인 오즈패스(AusPATH-Australian Professional Association for Trans Health)의 진료 기준을 따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AWW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클리닉은 오즈패스가 권고하는 위험성 설명 및 생식능력 관련 경고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즈패스는 호주 내 성별확정 의료의 대표 기준으로 트랜스 활동가들이 적극 홍보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케일레이도가 그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에이콘은 관련 질의에 대해 케일레이도 측으로 문의를 돌렸다.
케일레이도 대변인은 “의료진은 환자 동의 이전에 모든 위험성을 설명한다”며 “웹사이트 정보는 동의 절차의 일부가 아니며, 위험성과 이점, 대체 치료 옵션 논의는 진료실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HPRA의 의료 광고 규정에 따르면 의료기관 웹사이트는 위험성에 대해 명확히 고지해야 하며, 단순히 명백한 허위 내용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규정은 위험 누락, 선택적 정보 제공, 위험 축소, 이용 후기·추천사(testimonials), 근거 없는 주장 등을 통해 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전체적인 인상이 오해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앤더슨-카레나 사무총장은 “AWW는 지금까지 16개 성별클리닉을 감사했으며 모두 사전동의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하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스스로를 ‘호주 최고의 LGBTQ+ 보건기관’이라고 소개하는 에이콘조차 기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업계 전체 상황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AHPRA 대변인은 “모든 규제 조치는 확보된 증거와 공공 안전 위험 수준에 근거해 결정된다”며 에이콘과의 협력이 편향을 초래했다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그는 “지역사회 단체와의 협력은 지역사회 관점을 이해하고 공공 안전을 지원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ACCC 대변인 역시 “직원들에게 포용적이고 지원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에이콘의 직장 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 참여가 에이콘이나 다른 기관에 대한 소비자법 위반 검토 과정에서 이해충돌을 일으킨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The Australian에 게재된 스티븐 라이스(Stephen Rice)의 ‘Regulators asked to investigate ACON’s clinic despite ties with the trans lobby group’ 내용을 번역한 기사입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