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형 슈퍼마켓 체인 콜스(Coles)가 가격 할인과 관련해 소비자를 오도하는 ‘계획적 캠페인’을 벌였다는 혐의로 연방법원에 서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는 이번 사건을 두고 전직 위원장이 “세기의 사건(the case of the century)”이라고 표현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할인조작 공방
사건은 2월 16일 연방법원에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ACCC는 콜스가 2010년부터 운영해온 대표 할인 프로그램 ‘다운 다운(Down Down)’과 관련해 245개 생활필수품의 가격 책정 방식이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ACCC 측 법률대리인 개리 리치(Garry Rich)는 모두진술에서 “콜스는 일정 기간 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한 뒤, 이를 다시 낮추면서 실제로는 이전 정가보다 같거나 더 높은 가격을 ‘할인’이라고 홍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으며, 가격 인하라는 메시지가 “진정성(fair dinkum)”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리치 변호사는 “도대체 왜 고객들에게 가격이 내려간다고 말하는가. 실제로는 내려가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반문했다. 그는 증거를 통해 해당 행위가 ‘계획적(planned)’이었으며, 가격 인상을 할인으로 ‘위장(disguised)’한 것임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콜스 내부의 ‘다운 다운’ 프로그램 관련 준법(compliance) 문서에는 문제가 된 행위 이전에 할인 정책의 가드레일(guardrails)에 중요한 변경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리치 변호사는 문제가 된 프로모션 가운데 단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전 정책하에서는 금지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격 변경의 배경이 울워스(Woolworths)와의 가격 경쟁을 의식한 상업적 고려와 더 관련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개 사료 논쟁
이날 법정에서는 특히 개 사료 가격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사건을 심리 중인 마이클 오브라이언 판사(Michael O’Bryan)는 ACCC 측 주장 일부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ACCC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약 300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 콜스는 1.2kg ‘네이처스 기프트 습식 개 사료(Nature’s Gift Wet Dog Food)’를 $4에 판매했다. 이후 7일 동안 가격을 50% 인상해 $6로 올렸다. 그리고 8일째 되는 날 가격을 $4.50으로 책정하며 ‘다운 다운’ 라벨을 붙였다.
리치 변호사는 이 가격이 이전 303일 중 296일간 유지됐던 $4보다 13%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운 다운’이라는 문구는 문자 그대로만 보면 사실일 수 있지만, 전체 맥락을 고려하면 전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utterly misleading)”고 주장했다.
그는 “합리적인 소비자는 콜스가 프로모션 직전 단 7일 동안 가격을 $6로 올렸고, 그 전 296일 동안은 $4였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이 같은 핵심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다운 다운’이라고 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4.50이 이전 정가 대비 진정한 할인이라고 잘못 가정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사실을 아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이 개 사료 가격이 내려갔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4.50이 진정한 할인이라고 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브라이언 판사는 개 사료의 기존 가격 $4를 ‘정가(regular price)’로 삼는 것이 “무관하다(irrelevant)”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 상승 등 비용 증가로 상황이 변했으며, $4와 $4.50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이에 대해 리치 변호사는 “제품의 가격 이력을 이해하지 못하면 두 번째 가격이 단기적 가격이라는 점을 알 수 없다”며 반박했다.

콜스 전면 부인
콜스 측도 이날 오후 짧은 모두진술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콜스 측 변호인 존 시한 KC(John Sheahan KC)는 ACCC가 주장하는 ‘계획적 기만 캠페인’을 부인하며, 당시 소비자들이 급격한 물가 상승 환경 속에서 쇼핑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콜스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은 이 법정에 앉아 있는 누구보다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하다”며 “일반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 환경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ACCC 측이 콜스가 가격이 내려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올라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반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체 맥락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그러한 환경에서 콜스의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콜스 측의 모두진술은 다음 날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유통업계 긴장
콜스는 최근 몇 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가격 폭리(price gouging) 의혹을 받아왔다. 다만 이번 재판은 가격 폭리 여부를 직접 판단하는 절차는 아니다.
ACCC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호주의 슈퍼마켓 산업이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시장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소비자 단체 초이스(CHOICE)는 연방법원의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초이스의 캠페인·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앤디 켈리(Andy Kelly)는 “슈퍼마켓의 프로모션은 소비자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생활비 위기(cost-of-living crisis) 상황에서 소매업체들은 가격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제시해야지, 혼란스러운 프로모션으로 상승하는 가격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재판은 콜스뿐 아니라 유사한 관행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소매업체들에게도 경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