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변경 등 공약 지연
NSW 주 임차인의 주거 이동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노동당(Labor Party)이 2023년 주 선거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임대보증금 이전 제도(Portable Rental Bonds Scheme)’가 당초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활비 위기(cost of living crisis)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사를 할 때 발생하는 이중 보증금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제도 시행은 사실상 연기된 상태다.
이 제도는 기존 주택에서 납부한 보증금을 새 임대 주택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임차인이 이전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 새로운 보증금을 다시 마련해야 하는 재정적 압박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호주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다.
NSW 임대관리 책임자(Rental Commissioner) 트리나 존스(Trina Jones)는, 당시 정부가 해당 제도를 온라인으로 구현할 공급업체(vendor)를 찾고 있으며 2025년 말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존스 위원은 최근 ABC에 “상당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올해 ‘올해 중(sometime this year)’에야 임차인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일정이 늦춰졌음을 인정했다.

기술 난관
존스 위원은 현재 기존 ‘임대 보증금 온라인 시스템(Rental Bonds Online)’을 기반으로 임대보증금 이전 제도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개조(retrofitting)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제도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며, 이전에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는 필연적으로 도전 과제가 따르기 마련이고, 현재 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자금
존스 위원에 따르면 현재 NSW에는 약 20억 달러($2 billion) 규모의 임대 보증금이 예치돼 있으며, 연간 약 60만 건(600,000건)의 거래가 이뤄진다. 이로 인해 시스템 안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많은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간단한 화면(interface)이지만, 실제로 서버와 데이터 처리 등 뒤쪽 시스템은(back-end)는 상당히 고도의 기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투입
임대 주택 간 보증금 이전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는 이미 2018년 마련돼 있었으나, 실제 제도 구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민스(Minns) 정부는 2023년 새로운 온라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660만 달러의 예산을 편성했다.
NSW 임대위원직 자체도 주 선거 공약의 일환으로 신설된 자리로, 존스 위원은 임대보증금 이전 제도를 포함한 주요 임대 개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정부 입장과 개혁 현황
이 개혁 패키지에는 정당한 사유 없는 퇴거(no-grounds eviction) 금지, 임대료 입찰(rent bidding) 금지, 정당한 사유 없는 반려동물 거부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개정안은 지난해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규제·공정거래 담당 장관인 아눌락 찬티봉(Anoulack Chanthivong) 장관은 성명을 통해,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임차인들이 이사 과정에서 수천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새 시스템의 백엔드가 첫날부터 견고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찬티봉 장관은 “전임 정부가 체결한 계약 때문에 2025년 초까지는 IT 구축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하며, “이 제도는 복잡하며, 임차인은 보증금이 안전하게 관리된다는 신뢰를 가져야 하고, 임대인 역시 필요할 경우 보증금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보증금 이전 제도는 올해 안에 시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게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 공방
그러나 NSW 녹색당(Greens) 주택·노숙자 문제 담당 대변인 제니 리옹(Jenny Leong)은 지연 사유가 기술적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활비 압박 속에서 임차인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왜 프로젝트가 이렇게 지연됐는지에 대해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옹 의원은 “발표만 해놓고 실제로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발표를 했다고 해서 개혁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약속했던 개혁을 실제로 실행하기보다는, 소셜미디어에 성과를 홍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매우 스트레스가 큰 시기에 임차인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조치를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평가와 소통 부족
임차인 단체인 NSW 임차인연합(Tenants’ Union of NSW)의 최고경영자(CEO) 레오 패터슨 로스(Leo Patterson Ross)는 제도 지연의 배경에 ‘개혁 피로감(reform fatigue)’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임대보증금 이전 제도가 “가능한 한 빨리 시행되길 바란다”면서도,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패터슨 로스는 “정부가 임대보증금 이전 제도를 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는 봤지만, 실제로 얼마나 걸릴지, 언제쯤 구현될지에 대한 소통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제도가 2018년 상업 금융권에서 보증금 대출 상품이 등장한 데 대한 대응으로 처음 제안됐으며, 당시에도 이미 주거비 부담이 심각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비용 현실
NSW 임차인연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보증금을 제외한 평균 이사 비용은 4,500달러에 달했다. 패터슨 로스는 현재 이 비용이 약 5,00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사를 하면서 두 번째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며, 특히 전체 임차인의 약 60%만 보증금을 전액 환급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협의 불만과 업계 반발
반면 NSW 부동산협회(REINSW-Real Estate Institute of New South Wales)는 임대보증금 이전 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REINSW는 과거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임대인이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REINSW 최고경영자 팀 매키빈(Tim McKibbin)은 이번 지연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은 피했지만, 정부의 협의 과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2023년 5월 이후 임대보증금 이전 제도와 관련해 상당한 로비를 해왔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무 우려
매키빈 CEO는 제도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서류 증가 문제를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그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정부는 임대인과 부동산 관리인에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