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대표하는 국제 경제 관료인 마티아스 코먼(Mathias Corman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사무총장이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향해 급증하는 재정 지출에 명확한 재정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연방정부의 ‘미래형 호주 제조 전략(Future Made in Australia)’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도 시장 왜곡을 초래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먼 사무총장은 약 20년에 걸친 공직 봉사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호주의 날 훈장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과거 연방 재무장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국제기구 가운데 호주 출신 인사로는 최고위직에 올라 있다.
OECD 경고음
그러나 훈장 수여의 영예 속에서도 코먼 사무총장은 호주의 재정 상황에 대해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그가 이끄는 OECD는 최근 노동당 정부 하의 호주 경제를 항목별로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광범위한 지출 억제와 조세 개혁을 촉구한 바 있다.
코먼 사무총장은 “부채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연방정부의 ‘미래형 호주 제조 전략’ 보조금이 민간 시장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정 규칙 강조
그는 전 재무부 장관 켄 헨리(Ken Henry), 전 중앙은행 총재 필립 로우(Philip Lowe)에 이어 재정 규칙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재정 규칙은 정부 전반의 재정 기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라며 “재정 규칙은 결코 족쇄가 아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유연성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적으로 설정한 규칙에서 벗어날 경우, 그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과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고 밝혔다.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방정부와 주정부 모두 재정 규칙 도입과 지출 점검을 검토해야 하며, 부채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부채 상한선 제도 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제언했다.
기업계 우려
같은 날 훈장을 받는 베테랑 기업인 그레이엄 브래들리(Graham Bradley) 전 호주기업협의회(Business Council of Australia) 회장도 재정 관리 실패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브래들리는 “완전 고용과 국제 교역 호황 속에서도 양심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대규모 재정 적자를 반복해 왔다”며 “오랜 기간 국가 재정이 무책임하게 관리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해진 공공부문과 왜곡된 에너지 정책이 향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경고했다.
통제 불능 지출
브래들리는 특히 국가장애보험제도(NDIS-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와 전력·에너지 시스템 유지를 위한 막대한 보조금을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로 지목했다. “NDIS는 통제 불능 상태에 가까우며, 전력과 에너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리의 대응
이 같은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반유대주의 관련 왕립조사위원회 출범과 본다이(Bondi) 테러 사건에 대한 초기 입법 대응을 마친 뒤, 다시 ‘생활비 부담 완화’에 정책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알바니즈 총리는 “테러 사건 이후의 대응을 포함해 즉각적인 사안들을 처리하면서도, 정부의 핵심 의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왔다”며 “대다수 호주 국민의 최우선 관심사는 여전히 생활비 문제”라고 말했다.

병원·NDIS 협상
연방정부는 이번 주 금요일 열릴 국가내각회의(National Cabinet)를 통해 주정부 및 준주정부와 병원 재정과 NDIS 지출 억제 개혁에 대한 최종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보건부 장관 마크 버틀러(Mark Butler)는 “연방정부는 병원 재정과 NDIS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고령층이 불필요하게 병원에 머무르지 않도록 매우 관대한 제안을 내놓았다”며 “주정부와 성실한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주정부 관계자들은 연방정부의 $23bn 제안을 거부하고, 더 나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강경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재원 갈등 심화
이번 $23bn 제안은 지난해 제시된 $21bn에서 $2bn이 증액된 것이며, 추가 재원은 요양시설 확충 등 고령자 돌봄 분야에 한정돼 있다. 주정부들은 고령자 돌봄이 연방정부 고유 책임이라는 점을 들어, 해당 $2bn 증액이 병원 재정 요구를 충족시키는 실질적 개선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책 마찰 확대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긴장은 총기 환매 프로그램(gun buyback scheme)과 환경 개혁 정책에서도 고조되고 있다. 퀸즐랜드(Queensland)는 총기 환매에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환경 개혁은 지난해 태즈메이니아(Tasmania) 벌목 산업의 종말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정부 관계자들은 연방정부가 병원 재정 확대 요구를 결국 일부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재정 완충 요인
코먼 사무총장은 호주가 지금까지 긴축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자원 수입과 이민 증가를 꼽았다. “원자재 수출 수입, 인구 증가에 따른 세수 확대, 그리고 누진세 구간 상승 효과(bracket creep)가 부채 관리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향후 보건과 복지 지출 압박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부채 이자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정책 경고
연방정부의 ‘미래형 호주 제조 전략’을 둘러싸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규모 투자 중 상당 부분이 친환경 산업이 아닌 파이·비스킷 공장 등 식품 제조 분야로 향했기 때문이다.
코먼 사무총장은 “보조금은 경쟁을 왜곡하거나 민간 투자를 밀어내서는 안 된다”며 “납세자의 자원이 잘못된 산업이나 기업에 배분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6월 열리는 OECD 각료이사회(OECD Ministerial Council Meeting)에서 회원국들의 산업정책 설계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무대 평가
고(故) 제임스 울펜슨(James Wolfensohn) 전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 이후 최고위 국제기구 호주인으로 평가받는 코먼 사무총장은 “호주 상원 경험이 현재 역할에 큰 도움이 됐다”며 “호주적 경험과 유럽적 배경을 함께 활용할 수 있었던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 정치 무대에서 강한 개성을 지닌 인사들과 일하는 데도 어려움은 없었다”며 OECD 수장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