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메뉴 개편
세계 최대 국제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Emirates Airline)이 보조배터리 기내 사용 금지 조치에 이어, 이번에는 대대적인 기내 메뉴 개편에 나섰다. 에미레이트는 인기 비건 메뉴에서 식물성 ‘대체육(plant-based meat)’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객 특식 수요 증가
에미레이트 측은 이번 결정이 고객들의 변화된 식생활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고객들은 영양, 건강,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험실에서 제조된 식물성 대체육을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는 것이다.
항공사에 따르면 사전 주문 특식(pre-ordered special meals)은 모든 좌석 등급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신선하다는 인식과 함께, 보다 개인화된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시드니 출발편 수요
에미레이트의 방대한 글로벌 노선망 가운데, 시드니(Sydney) 출발 항공편은 비건 채소 요리 수요가 런던(London)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멜번(Melbourne)은 방콕(Bangkok)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요를 기록했다.

식품 투명성 요구
에미레이트 항공 식음료 디자인 부문 부사장 독시스 베크리스(Doxis Bekris)는 대체육에서 벗어나기로 한 배경에 대해 고객의 ‘식품 투명성’ 요구를 강조했다.
그는 “실험실 기반 대체 식품 중에는 훌륭한 제품도 많지만, 진짜 음식(real food)은 우리의 지속가능성 목표와 건강을 중시하는 고객 기대에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결핍이 아닌, 식물 본연의 진정성·풍미·창의성을 기념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에미레이트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진짜 식물성 식품’을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콘셉트를 개발 중이며, 새로운 비건 메뉴는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전통 방식의 신메뉴
베크리스 부사장은 고기를 흉내 내는 방식 대신, 전통적으로 식물성 식단을 유지해 온 지역 요리에서 영감을 얻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지중해식 메제(Mediterranean mezze), 레반트 지역 곡물 샐러드(Levantine grain salads), 아시아식 누들 볼(Asian noodle bowls), 아프리카식 스튜(African stews) 등이 포함된다.
그는 “앞으로 접시의 주인공은 콩류, 곡물, 견과류, 씨앗, 제철 채소가 될 것”이라며 “이들 재료는 초가공 대체식품에 의존하지 않고도 깊은 풍미와 식감, 영양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영양 평가와 비용 논란
영양사 니콜라 폭스(Nicola Fox)는 에미레이트의 이번 결정이 소비자에게 친숙한 식재료와 명확한 성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식물성 대체육의 주성분인 가수분해 대두 단백질(hydrolysed soy protein)이 고도로 가공된 식품이며, 보존료와 일상 식단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성분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는 “비행 중 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고가공 식품”이라며 “가능한 한 덜 보존된 전체 식품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에미레이트의 동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내비쳤다. “대체육은 일반적으로 비용이 더 높기 때문에, 비용 절감이 진짜 이유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비행시간 자체가 길지 않기 때문에 식단 변화가 전반적인 웰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항공 여행 중 흔히 소비되는 술이나 수면제가 건강에는 더 해로울 수 있지만, 우리는 별다른 고민 없이 이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비건 요리 수요 증가
에미레이트는 비건이 아닌 승객들 역시 비건 요리를 가볍고 소화가 잘되는 선택지로 인식하면서 수요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미레이트는 두바이(Dubai)에 ‘부스타니카(Bustanica)’로 불리는 자체 실내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연간 100만㎏이 넘는 신선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에미레이트는 50만 개 이상의 비건 기내식을 제공했으며, 현재 140개 목적지 노선에서 총 488개의 비건 레시피를 순환 제공하고 있다.
보조배터리 금지
한편, 에미레이트 항공은 최근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금지했으며, 현재 여러 항공사가 휴대용 충전기 반입과 사용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콴타스항공(Qantas Airways)과 버진오스트레일리아(Virgin Australia) 역시 비행 중 보조배터리 사용을 금지했으며, 승객이 소지할 수 있는 개수는 최대 2개로 제한하고 항상 손이 닿는 곳에 두도록 요구하고 있다.
유럽 항공사 루프트한자항공(Lufthansa)은 4월 1일부터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사용을 금지하고, 위탁 수하물에 넣는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휴대용 충전기가 과열돼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시드니(Sydney)에서 호바트(Hobart)로 향하던 버진오스트레일리아 항공편에서 보조배터리 과열로 인한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