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공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 영양·식이요법학 교수인 카렌 찰턴(Karen Charlton)은 “우리는 종종 ‘먹는 것이 곧 우리다’라고 말하지만, 노화와 음식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오래된 자동차에 비유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그는 “같은 80세라도 한 사람은 매우 건강한 반면, 다른 이는 스스로 돌보지 못할 수도 있다”며 “나이가 같다고 모두에게 동일한 영양 요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식사는 삶의 기본이자 갈등의 원인이다. 하루 세 끼가 옳은지, 아니면 틈틈이 간식을 먹어야 하는지, 버터와 올리브유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 혹은 ‘나이 들면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된다’는 주장까지 의견은 다양하다.
노화와 식습관의 영향 역시 복잡하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수많은 건강 문제와 연결되지만, 반대로 노년기의 저체중은 낙상 위험을 높이고, 신생 뼈 생성이 손실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지역사회 건강·웰빙학 교수이자 호주영양사협회(Dieticians Australia) 이사인 로런 볼(Lauren Ball) 교수는 “식습관은 시간이 흐르면서 신체의 모든 기관과 시스템에 근본적인 영향을 준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호주에서 부실한 식단은 신체 건강에 대한 가장 높은 위험 요인으로, 신체 활동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잘 늙는 법’을 이야기할 때 식습관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돼 왔다.
찰턴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식단과 영양에 충분한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면 바꿀 수 없는 생리적 변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은 감소하고, 신체 구성도 변한다. 움직임이 줄어 에너지 소비가 낮아지고 근육량이 감소한다. 체지방은 팔과 다리에서 줄어드는 대신, 복부로 몰린다. 볼 교수는 “노화와 식사는 오래된 자동차를 다루는 일과 비슷하다”며 “차량은 여전히 A에서 B로 움직여 주지만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오래된 차’의 유지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설명한다.
노년기 건강 관리의 1단계는 연료, 즉 음식이다. 수많은 식단 중에서도 식물성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은 건강한 노화를 돕는 대표적 식습관으로 수차례 연구에서 입증돼 왔다. 찰턴 교수는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 사람들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산다. 하지만 호주인 중 실제로 그런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고 말한다.
호주 식품가이드(Australian Dietary Guidelines)는 노년층을 포함한 국민들에게 매일 다양한 영양식 섭취를 권장하며, 알코올과 포화지방·첨가당·소금이 많은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라고 제시한다.
이 지침은 2013년에 만들어졌고, 고령·취약 계층이나 복잡한 질환이 있는 노년층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지침은 재검토 중이며 2026년 새롭게 개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재검토 과정이 늦어지면서 ‘건강하게 늙는 올바른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볼 교수는 “우리는 아직 노화와 식습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며 “그 주된 이유는 우리의 식품 공급 체계가 너무 많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의 음식 환경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음식 선택지가 늘면서 과거에 집에서 직접 만들던 소스, 양념, 심지어 식사 자체도 지나치게 가공된 형태로 시중에 판매된다.
볼 교수는 “시대에 뒤떨어진 과학과 정책에 의존하는 것은 국민이 제대로 영양을 공급받고 건강하게 나이 들 확률을 낮춘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늙기 위해 지금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식습관은 무엇일까.

충분한 수분 섭취
나이가 들면 갈증 신호가 약해져 물 섭취가 줄어들기 쉽다. 또 야간 배뇨가 늘어 수면이 끊기는 것이 싫어 일부러 물을 적게 마시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충분한 수분 섭취는 흔히 간과되지만 매우 중요하다. 탈수는 섬망, 혈압 저하, 주의력 감소, 신장 기능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볼 교수는 “노인은 탈수 상태여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기가 매우 쉽다”며 하루 2.5-3리터의 물을 마실 것을 권한다.
물 섭취가 어렵다면 차나 커피도 도움이 된다. 물론 카페인은 소변으로 칼슘 배출을 증가시키지만, 찰턴 교수는 “충분한 유제품을 섭취한다면 카페인으로 인한 칼슘 손실은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특히 차는 항염·심혈관 보호 효과가 있는 바이오액티브 성분이 풍부하다. 찰턴 교수는 “적당량의 차는 노년층의 주요 수분 공급원이 될 수 있으며 하루 총 수분 섭취량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보라색 식품 권장
찰턴 교수와 울런공대학교 연구팀은 기억력 감퇴 초기 단계에서 뇌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식품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보라색·진홍색·푸른색 계열 과일·채소 섭취를 권하며, 이 식품들의 풍부한 플라보노이드가 뇌의 염증을 줄이고 학습·기억 관련 영역의 연결성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대표 식품: 자두, 베리류, 체리, 차, 레드와인, 가지, 적양배추)
녹색 잎채소의 힘
비타민 K는 혈액 응고를 돕는 필수 영양소로, 대두유·카놀라유에도 있지만 주요 공급원은 시금치, 샐러드 채소, 케일, 브로콜리, 방울양배추 등 녹색 잎채소다.
서호주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비타민 K가 노년기 골절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시사한다. 약 1,400명의 호주 노년 여성(15년 추적)을 분석한 결과, 하루 125g의 잎채소를 먹은 그룹은 절반 이하(약 60g)만 섭취한 그룹보다 골절 위험이 31% 낮았다.
비타민 D의 중요성
나이가 들면 식욕이 줄어 섭취량은 감소하지만 영양 필요량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증가한다.
비타민 D는 햇빛으로 체내에서 생성되지만, 노년층의 피부는 합성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국제 내분비학회(Endocrine Society)는 75세 이상은 비타민 D를 보충제 혹은 식품으로 더 많이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단백질 충전
서구권에서 유행하는 탄수화물 논쟁 속에서도 단백질은 노년기에 핵심 영양소다. 남호주대학교(University of South Australia) 영양·유전역학 교수 엘리나 휘포넨(Elina Hypponen)은 노년층에서 단백질 영양 결핍이 흔하다고 지적한다.
찰턴 교수는 면역 강화·골격 건강·혈압 조절을 위해 노년층이 체중 1kg당 1-1.5g의 단백질을 매일 섭취해야 한다고 권한다. (예: 달걀, 유제품, 육류, 생선, 닭고기, 콩류)
장 건강 지키기
노화하면 장운동이 느려져 전통적으로는 섬유질·수분 섭취 증가가 강조돼 왔다. 하지만 최근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 연구가 늘며, 장 건강이 뇌와 기분·인지 기능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멜번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와 중국 연구팀의 공동 연구는 과일·프로바이오틱 식품 섭취와 운동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여 인지 저하를 늦출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인지저하가 있는 참가자들은 건강한 노인보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낮았으나, 과일 섭취량과 운동량 증가 후 장내 세균이 풍부해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뼈 보호하기
노화 관리는 50세 전후부터 시작해야 한다. 50세 이후에는 이미 골다공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휘포넨 교수는 “노년기에 골절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뼈 건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인은 하루 칼슘 1,000mg이 필요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장내 흡수율이 떨어지고 신장 배출이 증가한다. 따라서 50세 이상 여성과 70세 이상 남성은 하루 1,300mg의 칼슘 섭취가 요구된다.
모든 식습관 조언에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른 의료적 판단이 중요하다. 휘포넨 교수는 “우리는 음식을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즐거움으로도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미래 식습관에 대해 “90세가 된다면 비타민 D 보충제를 챙겨 먹고,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내가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름진 음식은 좋아하지 않아 피하겠지만, 치즈에 대한 사랑은 계속 즐길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 이 기사는 The Australian에 게재된 피오나 하라리(Fiona Harari)의 ‘Make these seven changes to your diet to live a long, healthy life’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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