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돌봄
새로운 노인요양법이 1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노인들이 가능한 한 오래 자신이 살던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일부 서비스 비용은 개인 부담이 늘어난다.
82세의 매기 파월(Maggie Powell) 씨는 남편 닉(Nick) 씨와 64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왔다. 두 사람은 매기가 12세, 닉이 14세 때 지역 수영장에서 만나 이른 나이에 결혼했고, 세 쌍둥이를 낳았다. 안타깝게도 한 쌍은 생후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나머지 쌍둥이는 각자의 가족을 이루었다. 매기와 닉 부부는 7명의 손주와 2명의 증손주를 두고 있다.
현재 매기 씨는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지만,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 멜번 외곽의 은퇴 마을에서 남편과 함께 살아온 집에서 요양 지원을 받으며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 한다. “가족들은 내가 곧 떠날 것을 알고 있고, 최대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익숙한 동네에서 편히 지낼 수 있는 집에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위안이다.” “금요일 저녁이면 와인 모임을 위해 사람들이 집에 오고, 아침 티타임도 있다. 예전처럼 교외에 살았더라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매기 씨의,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은 대부분 호주 노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제도 개편의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재가요양 확대
물론 모든 노인이 집에서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점점 쇠약해지는 고령 인구는 결국 일부에서 요양원 입소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인해 요양 시설 수요는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신규 요양법은 요양 시설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시설 확충을 위한 자본 투입을 가능하게 하고,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변화는 2021년 왕립위원회가 발표한 요양 실태 보고서를 계기로 이루어진, 30년 만의 최대 개혁이다.
새 법안은 고령자에게 질 높은 요양을 보장하고, 안전한 요양을 인권으로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집에서의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인들의 욕구를 반영하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 비임상 서비스 비용을 더 부담하도록 했다.
샘 레이(Sam Rae) 노인요양부 장관은 이번 개정이 “호주 노인과 가족, 돌봄 제공자에게 큰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대별 개혁은 더 많은 노인에게 더 나은 요양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Support at Home 프로그램 도입으로 노인들이 필요한 때 원하는 방식으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과 통제권이 강화된다.”
재가요양 변화
현재 노인들은 Home Care Packages(HCP)와 Commonwealth Home Support Program(CHSP)을 통해 가정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새 법 시행 후, HCP는 즉시, CHSP는 2027년 7월 이후 Support at Home 프로그램으로 통합된다.
노인 인구 증가로 HCP 수요는 공급을 크게 초과했다. 8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12만 명 이상이 HCP 평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8만7천 명은 평가를 완료했으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약 30만 명이 HCP를 이용 중이며, 네 단계(Level 1-4)로 지원이 나뉜다. 최대 Level 4 패키지 지원액은 연간 $63,760으로 간호, 식사 준비, 집 관리, 교통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된다. 필요한 경우 집 개조나 보조기기 비용도 예산에서 충당된다.
새 Support at Home 시스템은 여덟 단계로 나뉘며, 최고 패키지는 연간 $77,700까지 지원된다. 예산은 연간이 아닌 분기별로 책정되며, 개별 욕구에 맞춘 맞춤형 평가가 이루어진다. 최고 한도 상향으로, 이전에는 집에서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해 요양원으로 조기 입소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 부담 변화
개인 부담은 소득과 자산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 HCP 이용자는 전환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된다. 간호, 물리치료 등 임상 서비스는 정부가 전액 부담하며, 목욕, 옷 입기, 교통, 사회적 지원 등 독립생활 지원 서비스는 소득과 자산 기준으로 부담률이 높아진다.
-전액 연금 수급자: 서비스 비용 5%
-일부 연금 수급자: 5-50%
-자가 재정 노인: 50%
-일상 생활 지원(청소, 정원 관리, 식사 배달 등)은 전 생애 동안 개인이 부담해 온 점을 고려해 부담률이 더 높다.
-전액 연금 수급자: 17.5%
-일부 연금 수급자: 17.5-80%
-자가 재정 노인: 80%
전체 재가요양 이용자의 약 3/4은 전액 연금 수급자다. Level 5 패키지를 기준으로 연금 수급자는 연간 약 $3,000, 자가 재정 노인은 약 $16,000를 독립생활 및 일상 생활 비용으로 부담한다.
새로운 Support at Home 프로그램에는 생후 3개월 미만 말기 환자에게 12주 동안 $25,000을 지원하고, 보조기기와 집 개조를 위해 최대 $15,000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예산 잔액은 분기별 $1,000 또는 10%까지만 이월 가능하다.
재가요양 제공사 Hazel Home Care의 최고경영자(CEO) 카일리 매그라스(Kylie Magrath)는 “기존 HCP 수급자도 프로그램을 점검해 미사용 금액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는 예산 사용 계획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가요양 제공사는 관리비를 Support at Home 패키지의 10%까지만 청구할 수 있으며, 패키지 관리 수수료는 더 이상 부과할 수 없다.

요양원 변화
오랜 기간 요양원 제공자는 사업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조사에서 다수 요양원의 열악한 서비스가 드러났으며, StewartBrown 회계법인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50% 이상 요양원 운영이 적자였다.
신규 법은 자본 투입을 허용해 시설 확충과 기존 시설 개선을 유도한다. 현재 호주에는 약 224,000명이 요양원에 입소 가능하며, 향후 20년간 연간 9,300명의 수요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1월 1일 시행부터 요양원 제공자가 RAD(Refundable Accommodation Deposit)로 최대 $750,000까지 입주자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며, 이전 최대액 $550,000에서 상향했다. 또한, 입주 첫 5년 동안 RAD 총액의 연 2%를 공제할 수 있다.
요양원 개인 부담
-기존 입주자: 11월 1일 이전 입주자는 비용 변화 없음
-신규 입주자: 소득·자산에 따른 부담 증가, 단 전액 연금 수급자는 일상 생활 기본 요금 $65.55만 부담
새 요양원 제도는 네 가지 개인 부담 항목으로 나뉜다.
-임상 서비스: 간호, 물리치료, 족부관리, 식이 및 약물 관리 등 필수 서비스는 정부 부담
-비임상 서비스: 샤워, 식사, 배변 도움 등은 소득·자산 기준 부과, 최대 $105.30/일, 평생 상한 $135,318
-일상 생활 비용: 모든 입주자가 $65.55 기본 요금 부담, 고소득자는 추가 $22.15/일
-숙박비: RAD 또는 DAP(Daily Accommodation Payment) 선택 가능, RAD 상한 상향 및 입주 첫 5년 2% 공제 적용
요양원 평균 체류 기간은 약 2년 6개월이다.
요양비 부담 증가
한편, 호주 비즈니스카운슬(BCA-Business Council of Australia)은 고령화 인구 증가로 더 많은 호주 고령자들이 자신의 요양 비용을 직접 충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CA는 적절한 금융 상품 선택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BCA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고령층은 수퍼(super)나 저축(savings)을 더 활용해 요양비를 충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업계와 협력해 새로운 금융 옵션을 개발함으로써 요양 자금 마련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 금융 상품 제안
BCA의 새 건강개혁 청사진은 연금(annuities) 등 요양비를 위해 일정 금액을 따로 마련하는 금융·보험 상품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제시했다. 이번 달 시행된 새 요양법이 소득 수준에 따라 비임상(non-clinical) 요양 비용을 더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BCA는 연방 정부가 여기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호주 고령화 인구와 고령자의 자택 거주 선호를 고려하면 비용 충당을 위한 추가 기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지급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더 다양한 금융 상품을 통해 요양비를 충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수퍼는 은퇴 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활용되지 않고 있다. 플린더스대(Flinders University)는 다른 국가에서는 장기 요양보험이 의무화돼 있지만 호주에서는 혁신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심각한 요양 수요
‘Supporting a Healthy and Productive Nation’은 요양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담았지만, BCA 관계자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다가올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CA 건강 케어 서비스 CEO 위원회 의장 로한 미드(Rohan Mead)는 “고령 호주인들의 의료와 주거 수요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세대간 보고서(Intergenerational Report)를 통해 이미 전망이 제시돼 왔음에도, 우리 관료와 국회의원들은 다가오는 고령화의 ‘거대한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규모는 매우 크고, 10-15년 뒤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령화 속도 경고
보고서는 향후 20년간 매년 80세가 되는 호주인의 평균 수가 6만 명 이상으로 증가하며, 이전 20년간 2만 명 수준과 비교해 급증할 것이라는 세대간 보고서 데이터를 인용했다.
미드 의장은 “2027년에는 연평균 6만 명이 아닌 7만8,000명이 80세가 된다. 즉 문제는 이미 다가오고 있으며 속도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BCA 보고서는 정부가 해당 연령층을 위한 요양원 건설을 신속히 추진해야 하며, 이는 해당 산업에 필요한 자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양원 건설 및 업그레이드를 위한 자본 투자가 여전히 부족하다. 모든 정부는 BCA의 이전 보고서 ‘It’s time to say yes to housing’의 권고안을 이행해야 하며, 요양 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우선 승인하도록 계획 승인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청사진은 밝혔다.
미드 의장은 “주정부는 이번 달 병원 병상에서 요양 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고령자가 약 2,600명에 달한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100베드 시설 건설 비용이 약 1억 달러라면, 현재 문제 해결만으로도 26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미드 의장은 “이는 단지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일 뿐, 인구학적 문제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래 수요와 비용
호주고령화협회(Ageing Australia) 최고경영자 톰 시몬드슨(Tom Symondson)은 향후 수요 증가에 따른 비용 문제를 언급했다.
시몬드슨 CEO는 “호주는 필요한 병상 수의 극히 일부만 건설 중이다. 지난해 건설된 병상은 800개에 불과하며, 향후 20년간 매년 1만 개가 필요하다. 비용은 연간 50억-70억 달러”라고 말했다. “정부가 신규 병상을 직접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공자들은 비용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번 달 시행된 요양법 개정으로 부유한 고령자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변화는 “연간 7억 달러를 추가할 수 있다”고 심몬드슨 CEO는 말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들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문제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