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 개선 필요
이민 노동자들이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출근하는 현상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근로권, 비자 불안, 조직문화, 본국의 제도 부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발표된 부파(Bupa)의 보고서 ‘이민자 건강의 숨은 그림자(The Hidden Strain on Migrant Health)’에서 확인됐다.
병가 사용 미미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 노동자 39%는 단 한 번도 병가를 사용한 적이 없고, 38%는 지난 1년간 1-2일만 병가를 썼다. 반면 호주 노동자의 연평균 병가 사용일은 9-14일로, 이민 노동자의 병가 사용률은 현저히 낮았다.
부파 헬스 서비스(Bupa Health Services)의 임상 책임자 토니 맥더모트 박사(Dr Tony MacDermott)는 “본국에서 공식적인 병가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이 많다”며 “일부 신규 이민자들은 호주에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근로자 권리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이민 노동자의 권리가 호주보다 훨씬 적고, 특정 질환이 발견되면 자의적으로 추방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험이 호주에서의 병가 사용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무단결근으로 간주돼 해고될 수도 있다, 건강상 문제로 비자 연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 시스템 신뢰
보고서는 또한 호주의 의료 시스템이 이민자들에게 큰 매력 요인임을 보여준다. 이민 노동자의 72%가 호주의 의료 시스템이 호주 정착을 선택하는 데 긍정적 요소라고 답했으며, 호주 의료 체계에 대한 신뢰도도 높게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부파(Bupa)가 퀀텀 마켓 리서치(Quantum Market Research)와 함께 해외 건강보험 가입 이민자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기반한다. 주요 목적은 이민자들의 건강 복지 경험을 살피고, 호주 의료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지점과 개선할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다.
의료 접근 장벽
보고서가 제시한 핵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정신 건강이 ‘나쁘다/매우 나쁘다’고 답한 이들의 13%만이 의사 상담 경험이 있음
-상담,치료 등 어떤 형태로든 정신건강 지원을 받은 사람은 18%
-36%는 모국어가 가능한 GP를 찾기 어려웠다고 응답, 41%는 언어 장벽이 의료 접근의 가장 큰 장애라고 답함
-광산,소매,건설업 종사자들은 상대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 회계,은행,IT 등 사무직은 스스로 ‘건강이 더 나쁘다’고 평가
-27%는 ‘일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 치료를 회피
-51%는 ‘문화적 배경 때문에 의료 필요성이 다르다’고 응답 → 여러 문화권을 하나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비자 불확실성’(약 50%)
-18-24세는 77%가 GP 방문 경험, 전체 평균(59%)보다 월등히 높음
-운동,식습관,수면을 평균 이하라고 평가한 비율도 각각 44%, 31%, 35%
-59%가 GP 진료 경험 있고, 23%는 텔레헬스 이용 경험 있음
복합적 해결 필요
보고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뿐 아니라 고용주,의료기관,대학,이민업체 등 사회 전반의 주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문화권을 포용하는 의료 체계에 투자하고, 접근성,비용 투명성을 확대하며, 정신 건강 지원을 일상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맥더모트 박사는 “호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민자 커뮤니티의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이 모두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용주와 정책입안자, 의료 제공자들은 이민자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 직장 압박, 비자 불안, 경제적 어려움 등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6대 개선 과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6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비용 투명화-진료비 사전 공개 의무화, 예상 본인부담금을 서면 제공, 응급 공립병원 이용 시 보험 가입자의 선결제 금지
-다문화 의료 강화-언어,문화 교육 및 훈련 확대, 건강 문해력(health literacy) 향상 프로그램 지원
-정신건강 지원-정신건강 대화를 일상화, 직장,학교,지역사회 기반의 맞춤형 교육 제공, 문화,언어 맞춤 상담 서비스 확대
-의료 접근성 확대-화상진료,야간진료,현장진료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강화, 특히 직장,대학 중심의 접근성 향상
-직장 내 지원 강화-포용적 교육,다양성 프로그램 확대, 유연근무제 도입, 건강보험 보조 지원 등 복지 강화
-청년,유학생 지원-고용,재정,커뮤니티 연결 프로그램 제공, 대학,이민 에이전트가 중심 역할 수행
점진적 변화 가능성
보고서는 “큰 변화는 작은 실천들이 쌓여 이루어진다”며, “의료 시스템 자체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병가 사용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 예방적 건강 관리, 직장 문화, 정책 환경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자들이 적절한 의료와 정신건강 지원을 받고, 직장에서 보호받을 때 비로소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