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의 위협
호주 유통업계가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인한 경제적,환경적 피해를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가정용품 브랜드 아데어스(Adairs)의 최고경영자 엘 로즈비(Elle Roseby)는 자사 제품 디자인이 테무(Temu), 쉬인(Shein), 타오바오(Taobao) 등 사이트에서 무단 복제되고,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즈비는 “테무나 쉬인에서의 구매를 완전히 멈출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재활용과 폐기물, 매립지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책임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호주와 뉴질랜드 전역에서 약 16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세금을 내고, 디자인에 투자하며, 현대판 노예 근절을 위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모두 비용이 수반되는 일이다. 그러나 테무나 쉬인은 우리가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원가 구조로 운영된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는 그렇게 운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백 오스트레일리아’
로즈비를 비롯한 유통업계 CEO들의 이런 발언은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언(The Australian)이 출범시킨 ‘백 오스트레일리아(Back Australia)’ 캠페인과 맞물린다.
이 캠페인은 호주 경제의 핵심인 수만 개의 지역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것으로, 웨스트팩(Westpac), 콜스(Coles), 버닝스(Bunnings) 등 대기업을 비롯해 앤드루 포리스트(Andrew Forrest), 딕 스미스(Dick Smith), 케이티 페이지(Katie Page) 등 주요 기업인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호주산 제품과 서비스를 지지하며, 국민이 국내 기업을 더 쉽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힘을 모았다.
“불공정한 경쟁구도”
웨스파머스(Wesfarmers)의 롭 스콧(Rob Scott) CEO 역시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국내 유통업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초 자사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캐치(Catch)’의 폐쇄와 수백 명의 일자리 상실이 테무와 아마존(Amazon) 같은 해외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공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스콧은 “호주 내 오프라인 매장과 본사를 둔 유통업체들은 법인세, 급여세, 재산세 등 다양한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으며, 영업시간에도 제한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면 일부 해외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현행 세제와 규제 구조의 혜택을 받고 있어 호주 유통업체를 불리한 위치로 몰아넣고, 그 가치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며 “이제는 1985년이 아니라 2025년의 유통 현실을 반영한 ‘공정한 경쟁 환경(level playing field)’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 유통업계의 위기
로즈비는 과거 컨트리 로드(Country Road) CEO로도 일한 업계 베테랑이다. 그는 현재의 상황이 단지 아데어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4300억 달러 규모의 호주 유통산업 전체에 심각한 경제,세제,환경적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유통산업은 민간 부문 중 가장 큰 고용 분야로, 약 140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밀러스(Millers), 리버스(Rivers), 노니 비(Noni B), 케이티스(Katies), 오토그래프(Autograph), 크로스로즈(Crossroads), 록맨스(Rockmans), 위트너(Wittner) 등 다수의 유명 패션 브랜드가 잇따라 파산하면서 수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업계는 이 같은 몰락의 주된 원인으로 초저가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을 꼽고 있다.

“값은 싸지만, 그 대가가 크다”
로즈비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테무나 쉬인에서 물건을 받는 게 얼마나 편리한지 잘 안다”며 “하지만 내 아이들을 통해 본 결과, 그 제품들은 두세 달만 지나면 버려지는 일회용품에 불과하다.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순환경제와도 거리가 멀다. 품질도 낮고, 무엇보다 규제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테무, 쉬인, 타오바오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매년 호주 소비자들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수백만 개의 소포가 매일같이 호주 전역으로 배송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가 짧은 수명 후 매립지로 향하고 있다.
환경과 세제의 새 과제
로즈비는 “지금은 새로운 도덕적 경쟁의 장이 열렸다”며 “우리가 싸우는 상대는 단순히 가격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라고 말했다. 호주 유통업계는 정부가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대한 세제 및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자국 내 기업이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값싼 온라인 쇼핑의 유혹 뒤에는, 사라지는 일자리와 쌓여가는 쓰레기, 그리고 위태로운 산업의 미래가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