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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절도단, 역사적 왕관 훔쳐..암시장 보석 네트워크로 흘러가나

22/10/2025
in 사회
루브르 절도단, 역사적 왕관 훔쳐..암시장 보석 네트워크로 흘러가나

루브르박물관에서 한 무리의 절도범들이 과감히 침입해 프랑스 왕관 보물 중 일부인 보석류 8점을 훔쳐 달아났다. 사진: EdiNugraha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Louvre Museum)에서 한 무리의 절도범들이 과감히 침입해 프랑스 왕관 보물 중 일부인 보석류 8점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과 수사당국은 이들이 암시장으로 보석을 흘려보내기 전에 추적에 나섰다.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 유물들이 분해되어 ‘부품’처럼 팔려나가는 것이다.

보석 절도, 전 세계서 활개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예술범죄 수사관으로 근무했던 로버트 위트먼(Robert Wittman)은 현재 자신의 예술품 회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금 업계 사람들 모두 이 사건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업계 사람들’에는 보석 절도범뿐 아니라 그들을 쫓는 민간 수사회사들도 포함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도난당한 예술품과 보석은 매년 전 세계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불법 거래가 이뤄진다. 이 암시장은 두바이와 델리의 다이아몬드 가공업체, 뉴욕,앤트워프,텔아비브의 보석상까지 전 세계로 뻗어 있다. 미국에서만도 매년 12억 달러 이상의 보석 절도가 발생한다.

민간 수사관들은 “현상금이 없거나 몸값 협상의 가능성이 낮을 경우, 범인들은 루브르에서 훔친 보석을 불법 보석상들에게 밀수출해 다시 절단,가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카소 그림이나 롤렉스 시계처럼 식별이 쉬운 물건과 달리, 보석에는 고유 표식이 없어 세팅에서 분리하거나 금속을 녹여 재판매하면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나폴레옹 시대의 보석이라는 역사적 ‘광채’는 사라지지만, 보석의 원자재 가치는 여전히 유지된다.

금값 상승이 절도 유혹 부추겨

이번 사건은 최근 2년간 유럽 전역에서 잇따른 금 관련 절도 사건들과 궤를 같이한다. 온라인 보석업체 ‘77 다이아몬즈(77 Diamonds)’의 대표 토비아스 코르민드(Tobias Kormind)는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 1년 새 60% 상승하면서, 절도범들이 ‘금빛’ 나는 모든 것을 훔치려는 유혹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번 루브르 절도 사건이 조직범죄의 소행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미국소매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에 따르면, 미국 내 보석 절도의 약 40%가 조직범죄단의 ‘순간강탈형’ 범행이다. 일부 조직은 무기, 가발, 특수 분장 등 정교한 장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백만 달러 규모의 보석 절도를 저질러 악명을 떨친 발칸 조직 ‘핑크 팬더스(Pink Panthers)’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위트먼은 “핑크 팬더스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데, 루브르 절도범들은 여러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7분 만의 범행, 그러나 흔적 남겨

범인은 총 4명으로, 일요일 오전 루브르 궁(Palais du Louvre) 외벽에 트럭형 사다리 장비(furniture lift)를 세우고 이를 타고 상층부 창문으로 진입했다. 전시실 진열장을 절단한 뒤, 7분도 채 안 돼 역사적 보석을 챙겨 오토바이로 도주했다. 하지만 그들은 사다리차와 절단용 앵글 그라인더, 그리고 위장용으로 입었던 노란색 작업 조끼를 현장에 그대로 두고 갔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나폴레옹 3세(Napoléon III)의 아내 오제니 황후(Empress Eugénie)의 1855년 왕관을 떨어뜨리고 간 점이다. 이 왕관에는 다이아몬드 1400개, 에메랄드 56개가 박혀 있었으며, 경찰은 훼손된 채 거리에서 이를 발견했다.

위트먼은 “범인들이 대담하긴 하지만 수준은 아마추어”라고 평가했다. 예술범죄 전문 사설탐정 앤소니 로먼(Anthony Roman) 역시 “그 가치와 역사성을 생각하면 왕관을 버렸다는 건 믿기 어렵다”며 “왕관을 떨어뜨릴 정도면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Tiara from the sapphire set of Queen Maria Amalia and Queen Hortense 사진: Wikimedia Commons
Necklace from the sapphire set of Queen Maria Amalia and Queen Hortense 사진: Wikimedia Commons
Tiara of Empress Eugénie 사진: Wikipedia Commons
Crown of Empress Eugénie (recovered, damaged) 사진: Wikimedia Commons
Large bodice bow of Empress Eugénie 사진: Wikimedia Commons

오래된 보석, 추적 어려워

국제 예술품 회수단체 ‘아트 리커버리 인터내셔널(Art Recovery International)’의 창립자 크리스 마리넬로(Chris Marinello)는 “루브르 보석이 19세기 제작품이라, 오늘날의 실험실 재배 보석처럼 미세 식별번호가 새겨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석은 숨기기도 쉽고 이동도 간편하다. 누가 침대 밑에 피카소 그림을 숨기고 싶겠는가? 금을 녹이고 보석을 분리해 재킷에 꿰매면, 비밀스러운 보석상에게 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루브르에서 도난당한 보석 중에는 오제니 황후의 대형 다이아몬드 브로치도 포함돼 있다. 이번 작품들은 크고 작은 다이아몬드가 다수 박혀 있어, 재가공 없이 바로 암시장에 팔기 쉬운 형태였다. 코르민드는 “보석이 클수록 내부 결함이 많아 식별이 쉽다”며 “오히려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더 팔기 좋은 물건이 된다”고 말했다.

절도범들이 얻는돈은 ‘시가의 10%’

아이러니하게도 절도범들이 실제 얻을 이익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로먼은 “범인들은 시장가의 10%도 못 받는다”며 “범행에 가담한 다른 사람들과 이익을 나눠야 하고, 입을 막기 위한 대가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도난 보석은 회화보다 암시장에서 더 높은 거래 가능성이 있다. 회화는 ‘아트로스 레지스터(Art Loss Register)’ 같은 국제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어 거래가 어렵지만, 역사적 보석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마리넬로는 “보석 절도에 대한 형량이 폭력범죄보다 낮아 범인들에게 매력적인 범죄가 된다”며 “문화유산 절도를 ‘문화 테러(cultural terrorism)’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물관 보안강화 절실

그는 또 “루브르 외벽에 사다리차를 세운 정황으로 볼 때, 범인들이 사전답사를 한 것이 확실하다”며 “박물관들이 공항이나 상업시설처럼 입장 시 신분증 확인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위트먼은 “루브르가 관광객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입구에 하루 종일 줄이 늘어설 것”이라며 현실적 한계를 언급했다.

절도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월요일, 루브르 박물관은 보안 점검을 위해 전면 폐관됐다. 평소라면 긴 줄로 붐벼야 할 입구 앞은 이날 적막했다. 루브르의 화려한 왕관이 도둑의 손에 들어간 지 불과 며칠이 지났지만, 그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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