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Hamas) 간의 오랜 분쟁이 전환점을 맞았다. 2년 넘게 포로로 억류됐던 인질들이 귀환하면서,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안도와 슬픔이 교차하는 분위기가 퍼졌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월요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끝났다”고 공식 선언하며, 인질 석방과 함께 폐허가 된 가자(Gaza) 재건을 위한 평화 협정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인질들, 고통 속의 귀환
2년의 악몽을 견딘 인질들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헬리콥터로 향하며 당당히 걸었고, 일부는 환영 나온 이스라엘 국민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리며 생환의 의지를 드러냈다.
수 시간 뒤, 하마스는 가자에서 숨진 네 명의 인질 유해를 추가로 송환했다. 이들의 시신은 텔아비브(Tel Aviv) 소재 아부 카비르 법의학연구소(Abu Kabir Forensic Institute)로 옮겨져 신원 확인 절차를 받고 있다.


트럼프, “테러의 시대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Knesset)에서 연설하며, “이번은 단순한 전쟁의 종식이 아니라, 죽음과 테러의 시대가 끝나고 신앙과 희망, 그리고 신의 시대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기립박수를 받으며 “앞으로 이 순간은 세대가 지나도 기억될 것”이라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 중동에도 황금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와의 협력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다루기 쉬운 인물은 아니지만, 탁월한 용기와 애국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이 “3천 년의 전쟁을 끝낸 일”이라며, 이스라엘의 안보가 “어떠한 형태로도 더는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Iran)과의 평화 협상에도 열려 있다”며 “우리는 이란 국민에게 적대적이지 않다. 단지 평화를 원하며, 핵 파괴의 공포 속에서 살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의회 내 소동과 ‘팔레스타인 인정’ 시위
연설 도중, 아랍계 정당 소속의 좌파 의원 두 명이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라(Recognise Palestine)’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하다가 의회 경호원에게 퇴장당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전, 인질 가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크네세트 방명록에 “위대한 아름다운 날, 새로운 시작(A great and beautiful day, a new beginning)”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친구”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 역사상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친구”라고 치켜세우며 “그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만큼 이스라엘을 위해 헌신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인질을 돌려보낸 당신의 결정적 리더십에 감사한다. 당신은 평화를 원하고, 나도 평화를 원한다. 함께 이 평화를 완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회복 조짐
이스라엘과 이슬람권의 관계 개선 신호도 감지됐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는 화요일 이스라엘 방문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그간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비판해 왔으나, 최근에는 비난의 수위를 낮춘 상태다.
인질 송환과 전국적 환영 물결
적십자(Red Cross)를 통해 가자에서 이스라엘로 이송된 마지막 20명의 생존 인질은 텔아비브의 인질광장(Hostages Square)에서 수많은 인파의 환호 속에 맞이됐다. 이들은 가자 곳곳에서 출발해 남부 레임(Reim) 군 기지로 옮겨졌으며, 738일의 포로 생활 끝에 가족과 재회했다. 의료진의 검진을 받은 뒤, 텔아비브 내 세 병원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이송됐다.
석방된 인질 명단
첫 번째로 풀려난 인질은 마탄 앙그레스트(Matan Angrest/22), 쌍둥이 형제 갈리와 지브 버만(Gali and Ziv Berman/28), 알론 오헬(Alon Ohel/24), 에이탄 모르(Eitan Mor/25), 옴리 미란(Omri Miran/48), 가이 길보아-달랄(Guy Gilboa-Dalal/24) 등이었다.
이어 막심 헤르킨(Maxim Herkin/37), 요세프하임 오하나(Yosef-Chaim Ohana/25), 아비나탄 오르(Avinatan Or/32), 에비아타르 데이비드(Evyatar David/24), 엘카나 보보트(Elkana Bohbot/36), 세게브 칼폰(Segev Kalfon/27), 롬 브라슬랍스키(Rom Braslavski/21), 자가우커(Zangauker/25), 에이탄 혼(Eitan Horn/39), 님로드 코헨(Nimrod Cohen/21), 그리고 다비드와 아리엘 쿠니오(David and Ariel Cunio/35,28) 형제가 뒤를 이었다.

평화 정상회의로 향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인질 가족들을 만난 뒤 “전쟁은 끝났다. 모두 지쳤다. 이제는 끝낼 때”라며 휴전 유지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후 이집트 남부 샤름엘셰이크(Sharm el-Sheikh)로 이동해, 가자의 임시정부 구성과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논의하는 평화 정상회의를 공동 주재했다. 이번 회의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터키, 유엔(UN), 유럽연합(EU)과 아랍 국가 정상들이 참석해 휴전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치유와 통합의 길로”
네타냐후 총리는 “역사적인 오늘, 모든 국민이 분열을 멈추고 하나로 나아가야 한다”며 귀환 인질들에게 “우리는 여러분을 기다렸고, 따뜻하게 맞이한다”고 손편지를 남겼다. 한편 하마스가 억류 중 사망한 28명의 인질 중 일부의 유해도 관에 담겨 이스라엘로 돌아왔다. 이날의 환희 속에서도 슬픔은 여전했다.
군사와 외교의 결합된 결과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에얄 자미르(Eyal Zamir) 중장은 “지난 2년간의 군사 압박과 외교적 움직임의 결합이 이번 인질 송환과 휴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시민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안보 현실을 만들기 위해 계속 행동할 것”이라며 “이번 인질 귀환은 우리가 전쟁을 시작하며 내세운 핵심 목표, 즉 국가적 도덕적 유대인의 사명을 완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과 환영
한편, 이스라엘도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서 약 1,9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했다. 이 중 일부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인물들이며, 오랜 기간 구금된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석방된 이들은 팔레스타인 내에서 국가주의적 상징과 함께 환영받았으며, 일부는 1990년대부터 수감된 이들도 있어 인권 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가자 전역에서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600대 규모의 트럭이 매일 진입하고 있으며, 북부 지역 주민 수천 명이 폐허가 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IDF-Israel Defense Forces)은 가자지구 절반에서 철수했으나,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임시정부 구성 등 다음 단계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추가 철수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팔레스타인 내 환영 분위기
서안과 가자 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석방을 기념하는 대규모 환영 행사가 열렸다. 팔레스타인 인권 단체들은 이들을 ‘점령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의 석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인물들은 과거 폭력적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하마스, 여전히 무장 상태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정에 따라 모든 인질을 석방하기로 합의했으나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을 이유로 석방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향후 석방은 인도적 지원의 지속적인 흐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력을 내려놓기로 합의했지만, 무장 해제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최근 하마스 소속 경찰 수십 명이 반 하마스 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거리 순찰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자신을 배제한 임시정부 구성을 수용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보안 위협은 여전”
네타냐후 총리는 전국 연설에서 “우리가 싸운 곳마다 승리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대한 보안 위협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들이 다시 공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에 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하마스가 일부 인질의 시신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질 실종자 담당관 갈 히르쉬(Gal Hirsch)는 “국제 공조팀이 72시간 내 미송환 인질의 행방을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