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이 논란이 컸던 수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세제 개편안을 대폭 후퇴시키며, 정부의 재정 운용과 노동당(Labor) 내 정치적 긴장에 새로운 부담이 더해졌다.
그는 2023년 총선과 예산안에서 제시했던 ‘비실현 자본이득(unrealised capital gains)’ 과세안을 철회하고, 세율 구간을 조정하면서 인덱스(indexation)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정안은 이전보다 세수가 크게 줄어드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차머스 장관은 “새로운 설계안은 더 적은 수익을 거두겠지만, 수퍼애뉴에이션 제도를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개편 주요 내용
새로운 세제안에 따르면, 잔액이 4만5천 달러 이하인 130만 명의 호주인이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반면, 잔액이 3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계좌는 세율이 15%에서 30%로 인상되며, 1천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약 8천 명은 40% 세율이 적용된다.
새로운 세율 구간은 인덱스에 연동되고, 비실현 이익이 아닌 실현된 자본이득(realised capital gains) 에만 과세된다. 이 개편은 기업계, 노동조합, 그리고 노동당 원로인 폴 키팅(Paul Keating) 전 총리와 빌 켈티(Bill Kelty) 전 ACTU 사무총장 등으로부터 “현명한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키팅 전 총리는 “이번 변화로 국민들이 장기적으로 은퇴 자금의 안정성을 신뢰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상식이 승리했다”
초기 개편안에 반대 캠페인을 주도했던 윌슨자산운용(Wilson Asset Management)의 설립자 제프 윌슨(Geoff Wilson)은 “상식이 승리했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호주와 기업, 그리고 생산성 모두에 좋은 결정이다. 이전 안은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뻔했다.”
AMP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박사는 “이번 수정안은 예산의 구멍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다른 세수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바른 결정이지만, 예산에 압박을 줄 것”이라며 “지출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정답이지만, 정부는 결국 다른 곳에서 세수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올리버 박사는 또한 재무부(Treasury)가 예측한 2035년 예산 균형 전망이 “의문에 부쳐졌다”고 말했다.
세수 감소 불가피
차머스 장관은 이번 수정안이 향후 4년간 20억 달러를 걷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이전 설계안(62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차이는 시행 시점이 늦춰진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향후 10년간의 세수 전망은 공개하지 않아 장기적 재정 영향은 불투명하다.
의회예산처(Parliamentary Budget Office)는 5월 총선 이전, 인덱스가 적용되지 않았던 초기 개편안이 10년간 439억 달러, 2035년부터는 연간 80억 달러 이상을 걷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인덱스 적용과 설계 변경으로 인해, 2028-29 회계연도 예상 세수는 16억 달러로 축소됐다. 초기 계획안의 25억 달러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내부 반발과 정치적 후폭풍
이 같은 후퇴는 2023년 이후 꾸준히 제기된 경제계와 전문가들의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전 재무부 장관 켄 헨리(Ken Henry), 전 호주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 총재 필 로우(Phil Lowe), 소매업계 거물 게리 하비(Gerry Harvey), 억만장자 제임스 패커(James Packer), 웨스파머스(Wesfarmers) CEO 롭 스콧(Rob Scott) 등은 모두 기존 설계안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지난 6월 “야당 지지를 얻기 위한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차머스 장관은 다음 날 이를 부인했다. 6-7월 내내 노동당 내에서는 알바니즈 총리가 수정안을 더 수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으며, 차머스 장관은 “변경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 노동당 의원은 “이번 후퇴는 두 사람의 관계에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알바니즈 총리가 인덱스 부재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의회 통과 난항 예상
개편안은 상원을 통과하기 위해 연립당(Coalition) 또는 녹색당(Greens)의 지지가 필요하다. 차머스 장관은 “그린스와는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연합과의 협상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립당의 재무 대변인 테드 오브라이언(Ted O’Brien)은 “세부 내용을 검토한 뒤 입장을 결정하겠다”며 “비실현 이익 과세와 인덱스 부재라는 ‘레드라인’을 철회한 점은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차머스 장관은 지난 2년간 방어 불가능한 정책을 옹호하며 시간을 낭비했다”며 “그는 인덱스 없이 비실현 이익을 과세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수퍼 부유층 감세” 비판도
그린스의 경제정의 대변인 닉 맥킴(Nick McKim)은 “정부가 초부유층 상위 0.5%에 대한 세금을 약화시켰다”며 “비실현 이익 과세 철회와 300만 달러 기준 인덱스화는 부자에게 주는 선물로, 예산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머스 장관은 지난 6월 비판자들이 “수퍼 제도 자체의 공정성 강화에 반대하면서도 설계만 문제 삼는 척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비실현 자본이득 과세가 가장 실행 가능한 모델”이라며 “과장된 비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그는 “비판자들의 피드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며 “많은 이들이 세수 확대보다 제도 설계에 우려를 표시한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법관,정치인 연금 제도 검토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던 2004년 10월 이전 선출된 연방 판사 및 정치인 대상 확정급여형 연금(defined benefit scheme)에 대해서도 차머스 장관은 “재무부가 새 기준 마련을 위한 추가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악몽 피했다”
억만장자 소매업체 하비 노먼(Harvey Norman) 창업자 게리 하비는 “초기 정책은 ‘최고 수준의 어리석음’이었다”며 “그대로 추진했다면 정치적 악몽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드 미넷(Ord Minnett) 최고경영자 칼 모리스(Karl Morris)는 “산업계 의견을 수용해 복잡한 구조를 단순화한 차머스 장관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상식이 통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노동당 정부의 ‘수퍼세 대개편’은 2년 만에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비실현 이익 과세 철회로 인한 세수 감소는 향후 예산 운용의 핵심 변수로 남게 됐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