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럼빈(Wollumbin)-블루 홀(Blue Hole)-칼카자카(Kalkajaka) 등
‘신성한 장소’ 곳곳에.. 각 주 국립공원 당국, 문화적 요소 상세 설명
호주 북부 노던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 내륙 중앙부, 레드 센터 지역(Red Centre region)의 거대한 단일 바위 울룰루(Uluru)는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원주민 아낭구(Anangu) 부족에게 있어 더없이 신성한 장소이다. 이들 부족의 탄생 설화의 중심이며, 조상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낭구 원주민들이 울룰루가 관광지로 개발된 이후 이 바위를 오르는 여행자들에게 등반을 자제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한 이유이다.
그리고 지난 10월26일부터 이곳의 등반이 전면 금지됐다. 이 조치로 인해 울룰루 지역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지역 당국은 원주민 문화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호주 땅에서 6만년 기간 동안 살아온 원주민 부족들은 대략 600여 개가 있으며, 이들의 언어는 모두 제각각이다. 부족들 간의 전통적인 삶의 터전이 있고, 그러다보니 울룰루처럼 원주민들이 신성한 장소로 여기는 곳들이 곳곳에 있다. 여행지로 알려진 지역 중 이런 장소들이 또 어디가 있는지 알아본다.
■ Wollumbin, NSW

마운트 워닝(Mount Warning)으로 알려진 월럼빈(Wollumbin)은 NSW 주 북부, 노던리버 지역(Northern Rivers region) 트위드 산맥(Tweed Range)에 솟아 있는 산으로, 분잘렁(Bundjalung) 부족이 터를 잡아 온 곳이다.
이곳에 조성된 8.8km 길이의 트랙은 NSW 주의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특히 아침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광경을 보고자 하는 이들이 인기가 높다. 그러기에 영적인 장소로 발을 들이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분잘렁 부족의 표지판을 무시하거나 놓치는 여행자들이 있다.
이 지역 원주민들은 월럼빈에 오르기보다는 스프링브룩 국립공원(Springbrook National Park)에 마련된 ‘Best Of All’ 전망대에서도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다며 여행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이 코스는 월럼빈으로 가는 것에 비해 짧은 거리이며, 만약 좀더 걷고자 한다면 전망대 인근에 있는 펄링 브룩 폭포(Purling Brook Falls)까지 트레킹을 할 수 있다.

■ The Blue Hole, Qld

퀸즐랜드 북부, 휴양도시인 케언즈 북쪽(north of Cairns)에 자리한, 호주 최대 열대우림 지대인 데인트리 국립공원(Daintree National Park)에 있는 물웅덩이이다. 데인트리 지역은 원주민 쿠쿠 얄란지(Kuku Yalanji) 부족이 대를 이어 살아온 곳이다. 이 ‘블루 홀’(Blue Hole)은 쿠쿠 얄란지 부족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로, 남자들은 이곳을 들어갈 수 없으며 여성에게만 수영을 허락하는 게 이들의 전통이다.
NSW 주의 월럼빈처럼 이곳으로 가는 트랙의 시작 지점에는 데인트리 열대우림의 전통적 소유자인 쿠쿠 얄란지 부족이 관광객들에게 블루 홀에서 수영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안내판이 서 있다. 대신 모스만 협곡(Mossman Gorge)에 조성된 ‘드림타임 트렉’(Dreamtime walk)를 소개하며, 이 지역 원주민들의 전통 가옥에서 이들만의 의식인 ‘스모킹 세레머니’(smoking ceremony)를 받을 수도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smoking ceremony는 호주 원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부족민들에게 행해 오던 의식으로, 자연에서 나온 여러 토종 식물들을 태워 연기를 피운 뒤, 의식을 받은 사람에게 연기를 맞게 함으로써 악한 기운을 쫒아내고 몸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부족 여성이 출산을 하거나 그 외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의식을 행해왔으며, 오늘날에는 호주 국가의 주요 행사에서, 본래 이 땅의 주인으로서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이 의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 St Mary Peak, SA


■ Biamanga Cultural Area, NSW


■ Kalkajaka, Qld


원주민들의 성역은
어디에든 있다
수만 년, 각 지역별로 터를 잡고 살아온 호주의 여러 원주민 부족들에게는 나름대로 성스럽게 여기는 장소들이 있다. 신성 장소들 이외에도 원주민들이 방문객들에게 출입을 자제하거나 신성시 하는 대상에 대해 나름의 예를 지켜줄 것을 당부하는 곳들은 더욱 많다.
원주민 문화를 연구하는 마샤 랭턴(Marcia Langton) 교수(멜번대학교 ‘Australian Indigenous Studies’ 설립자)는 지난 2018년 출간한 저서 <Welcome to Country: A Travel Guide to Indigenous Australia>을 통해 원주민 문화 지역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이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랭턴 교수는 이 책에서 “이 땅에 대한 광범위하고 역사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각 지역의 전통적 소유주(해당 지역 원주민 부족)들은 이상적인 여행 가이드를 제공한다”고 언급한다. 원주민들이 각 지역의 문화적 요소들, 역사, 오랜 삶을 통해 자신들이 체득한 지식 등을 폭넓게 전해준다는 얘기다.
여행자들은 원주민이 운영하는 문화투어에 참여하거나 원주민 가이드를 활용함으로써 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여행자들이 각 지역의 원주민 문화단체와 함께 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호주 원주민의 생활문화를 보존하는 데에도 일조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각 주(State) 국립공원 관리 당국은 웹사이트를 통해 호주 여행자들이 각 지역을 방문하는 것에 관련된 정보 뿐 아니라 어떤 문화적 요소들을 품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