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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늘어나는 호주 법정, 잘못 쓰면 돈 잃고 패소할 위험

30/09/2025
in 사회
AI 활용 늘어나는 호주 법정, 잘못 쓰면 돈 잃고 패소할 위험

법정에서 변호사를 고용할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이 늘면서, 무료로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 Tumisu

“AI 활용 검증 필요”

법정에서 변호사를 고용할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이 늘면서, 무료로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판사들은 “잘못 쓰면 오히려 사건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빅토리아주 카운티법원(County Court of Victoria)의 미 안 트란(My Anh Tran) 판사는 올해 판결문에서 “생성형 AI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법적 절차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사실과 법리의 정확성을 확인하지 않으면 사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내 연구에 따르면 2022년 말 챗GPT(ChatGPT) 출시 이후 지금까지 호주 법원에서 생성형 AI 사용이 보고된 사례는 총 84건에 달한다.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례 상당수는 변호사가 관련된 사건이었지만, 이 가운데 66건(약 4분의 3 이상)은 변호사 없이 스스로를 대리하는 ‘변호사 없이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self-represented litigants)’이 AI를 활용한 경우였다.

만약 본인 사건에 AI를 활용하려고 고려 중이라면,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다.

부정확한 AI 생성 정보를 법정에서 사용하면 재판 지연이나 비용부담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MoMagic

자기변호 사례 늘어

변호사 없이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재산이나 유언장 분쟁, 고용,파산 문제, 명예훼손, 이민 사건 등 다양한 소송에서 AI 도구를 이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올해 말 호주법률아카데미(Australian Academy of Law)에 제출할 보고서를 준비 중이지만, 이 현상이 점차 현실적 문제로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간 결과를 공유했다.

퀸즐랜드주 법원은 이달 스스로를 변호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새 지침을 발표하며 “부정확한 AI 생성 정보를 법정에서 사용하면 재판 지연이나 비용부담 결정(costs order)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NSW주 대법원(Supreme Court of NSW)의 앤드루 벨(Andrew Bell) 대법원장은 지난 8월 판결에서 변호사 없이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이 “AI 사용을 법정에 솔직하게 밝혔다”고 평가하면서도, “자신의 권익을 지키려 노력했으나 AI가 작성한 서류는 종종 오해에 기반했고, 무익하거나 관련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호주 법정의 현실

법정에서 스스로를 변호하는 일이 생각보다 흔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방순회법원(Federal Circuit Court) 이민 사건에서 2023-2024년 기준 원고의 79%가 변호사 없이 재판을 진행했다.

퀸즐랜드주 지방법원(District Court of Queensland)도 “민사 사건의 상당수가 스스로를 변호하는 당사자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빅토리아주 카운티법원은 지난해 스스로를 변호하는 당사자를 위해 작성이 간편한 양식을 새로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료 혹은 저렴한 AI 도구가 확산하면서, 재판에서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유혹도 커지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한다.

잘못 쓰면 큰 불이익

AI가 잘못된 법리를 제시할 경우 법원이 제출 서류를 거부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정당한 청구권이 있어도 기각될 위험이 있다. 스스로를 변호하는 사람은 법정에서 증거와 주장을 낼 권리가 있지만, 만약 그것이 허구라면 법원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재판에서 기회를 잃고 패소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소송 비용을 물어내라는 비용부담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변호사 역시 해외와 호주에서 AI가 만들어낸 허위 판례를 법정에 제출하다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변호사가 이런 실수를 저지르면 과실 책임을 지고, 의뢰인은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반면 스스로를 변호한 사람이 실수하면 오롯이 본인의 책임이다.

법정에서 스스로를 변호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며, 법원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이 일반에 개방되어, 법률 조사 방법과 관련 온라인 자료, 교과서를 제공한다. 사진: TUREK90

안전하게 쓰려면

전문가들은 가장 안전한 방법은 법률 조사에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호주 법률은 호주법률정보연구소(AUSTLII-Australasian Legal Information Institute), 제이드(Jade) 같은 무료 공개 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다. 법원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도 일반에 개방돼 있으며, 법률 조사 방법과 관련 온라인 자료, 교과서를 제공한다.

퀸즐랜드주 대법원(Supreme Court of Queensland), NSW주 대법원, 빅토리아주 대법원(Supreme Court of Victoria) 등은 생성형 AI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지침을 이미 내놓았다. 사건을 진행하는 법원에 해당 가이드가 있는지 확인하고 반드시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여전히 AI를 활용하려 한다면, 모든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 출처로 반드시 교차 확인해야 한다. AI가 제시한 판례는 실제 존재하는지, 또 요약된 내용이 맞는지를 일일이 검색해야 한다.

퀸즐랜드주 가이드라인은 “생성형 AI 챗봇에 비밀, 기밀, 금지, 법적 특권이 있는 정보를 입력하지 말라”고 명시했다. “AI에 입력된 모든 내용은 공개될 수 있으며, 이는 비밀 유지 명령을 위반하거나 본인 혹은 타인의 민감한 정보를 유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적 보완 필요

법률 조사와 서류 작성은 전문가인 변호사가 담당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 업무다. 따라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 비용의 법률 서비스 제공이 공정한 사법 체계를 위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AI는 정의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지만, 현재로서는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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