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노선 대립
자유당(Liberal Party) 내부에서 인도계 이민자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설전에서 당의 진로를 둘러싼 대리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수잔 레이(Sussan Ley)의 리더십을 향한 불신임 양상으로 비치지만, 본질적으로는 당이 앞으로 어떤 노선을 취할지에 대한 방향성 싸움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2050년 탄소중립(Net Zero)’ 논쟁과 마찬가지로, 이민 문제 역시 자유당 내부의 새로운 균열선으로 자리 잡았다. 갈등은 일시적으로 잠잠해질 수 있으나 재차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자유당 내에는 크게 두 진영이 있다. 일부는 영국에서 나이절 패라지(Nigel Farage)의 급부상을 본보기로 삼아 강경한 반이민 수사를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진영은 호주는 영국과는 상황이 다르며, 지나친 극우적 접근이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이민자 논쟁
영국에서는 이민 문제를 둘러싼 국민적 불만이 극도로 고조되면서 패라지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노동당(Labor Party)이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의 지도력을 교체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정국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패라지의 부상은 전통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의 몰락과 직결됐다. 보수당은 최근 전국위원회 선거에서 676석을 잃으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당이 전통적 가치에 머물러야 할지, 아니면 패라지의 극우 성향 개혁당(Reform UK)을 모방해야 할지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유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 일부는 이민과 기후 문제에서 극단적 노선을 취하지 않으면 자신들 역시 영국 보수당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국의 반이민 집회
이런 정치적 불안은 거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토요일 런던 도심에서는 반이민,반이슬람 활동가 토미 로빈슨(Tommy Robinson)이 주도한 대규모 극우 집회가 열렸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London Metropolitan Police)에 따르면, 약 11만 명이 참가한 이번 시위는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민족주의 집회였다.
집회는 ‘자유 언론 축제’라는 명목으로 진행됐지만, 실제로는 인종차별적 음모론과 반무슬림 발언이 난무했다. 경찰의 추정치를 훨씬 웃도는 인파가 몰리며 폭력 사태까지 발생했다. 시위 장면은 사회 전반에 퍼지는 불안과 인종차별의 심각한 확산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유당 내부의 이견
이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호주 자유당 내부의 이민 논쟁도 단순한 말실수나 개인적 발언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타 남피진파 프라이스(Jacinta Nampijinpa Price) 상원의원의 발언을 ‘실언’ 정도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프라이스 의원은 당이 ‘대규모 이민(mass immigration)’을 강하게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유당의 다른 핵심 인사들은 이런 표현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내각 이민 담당인 폴 스카(Paul Scarr) 상원의원은 “호주가 대규모 이민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단호히 “아니다”라고 답했다.
스카 의원은 “대규모 이민이라는 표현은 특정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인구가 한꺼번에 이동하는 상황을 의미한다”며, “1940년대 인도와 파키스탄 분리 당시 대규모 인구 이동이나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집단 이주가 이에 해당한다. 나는 호주 상황에 이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라이스 의원 등은 ‘대규모’라는 표현이 의도적으로 공포심을 자극하며, 통제 불능의 무질서한 인구 유입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당의 대응 전략
노동당은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는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당은 국경 통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나우루(Nauru) 수용소 관련 합의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자유당의 보수파는 과거 ‘보트피플’ 문제에서 가졌던 자유당의 전통적 우위를 이제는 합법적 이민 규모 문제로 확장하려 한다.
과거 사례 반복
비슷한 논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5년 파리 테러 이후 당시 내각 장관이던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은 시리아 난민 수용 정책에서 기독교인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토니 애벗(Tony Abbott) 전 총리가 시리아 내전 난민 1만2,000명을 추가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자유당 일부 의원은 기독교 난민을 우선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호주 이민부(Department of Immigration)는 즉시 이를 부인했다. 정부 시리아 난민 정착 태스크포스(Task Force) 책임자인 피터 바도스(Peter Vardos)는 “종교만을 기준으로 한 우선 선발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난민은 비차별적 기준에 따라 선정되며, 최종적으로 다양한 인종과 종교 배경의 사람들이 호주에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논란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과거에도 반복돼온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