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 비자연장 제약
미국에 거주하는 수천 명의 호주인들이 갑작스럽게 강화된 비자 규정으로 인해 체류 연장에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말 사이 새로운 비자 지침을 전격 발표했고, 이에 따라 호주인 교민 사회는 급히 이민 전문 변호사들과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미 일부 호주인들이 비자 연장을 거부당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 이민 변호사 조나단 그로드(Jonathan Grode)는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호주인 취업비자 보유자와 그 가족 등이 전면적인 공황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대사관 면담 요건 강화
이번 규정 변경으로 인해 미국 취업비자(E-3)를 보유한 호주인들은 2년마다 비자 연장 시 반드시 호주로 돌아가 미국 영사관에서 면담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까지는 영국, 바베이도스 등 가까운 제3국에서 비교적 쉽게 비자를 갱신해 왔다. 그러나 미 국무부(State Department)가 토요일에 별도의 예고 없이 발령한 새 지침에는 비자 신청자가 반드시 해당 신청 국가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강조됐다. 이 때문에 제3국에서의 비자 신청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호주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메리카 조쉬(America Josh)’를 운영하는 조쉬 퓨(Josh Pugh)는 “런던에 면담을 위해 간 호주인 중 일부가 이미 규정에 걸려 비자가 거부됐다”며 “인터뷰까지 정상적으로 진행했지만, 새로운 지침 탓에 비자가 거절됐다”고 전했다. 그는 “그들은 이제 미국에 재입국할 비자나 신분조차 없는 상태가 됐다”고 우려했다.
체류 불확실성 고조
뉴욕에 거주하는 호주인 광고 전문가 로렌 이더(Lauren Eather) 역시 런던에서 비자 갱신을 준비했지만, 이번 조치로 발이 묶였다. 이더 씨는 10년 가까이 E-3 비자를 통해 미국에 체류해왔으며, 현재 유럽에 머물며 비자 갱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충분한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규정이 바뀌어 충격을 받았다”며 “만약 이번 비자 갱신 면담 예약이 무효화된다면 호주로 돌아가 새로 예약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언제 자리가 날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E-3 비자의 배경
현재 수천 명의 호주인들이 보유 중인 E-3 비자는 2005년 미-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신설된 특별 비자다. 호주 국적자만 신청할 수 있으며, 학사 학위와 관련 직업 제안이 필수 요건이다. 2년마다 연장이 필요하지만,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또한 동반 배우자에게도 취업 허가가 부여되며, 21세 미만 자녀들도 함께 체류할 수 있다.
호주인 고용 연결과 E-3 비자 자문을 제공하는 채용업체를 운영하는 에이미 메이어(Amy Meyer)는 긴급 온라인 세션을 마련했다. 이 세션에는 변호사 그로드도 참석할 예정이며, 공지가 올라온 지 24시간도 안 돼 700명 이상이 등록했다. 메이어 씨는 “지금까지 단순하고 쉽던 절차가 갑자기 불확실해져 커뮤니티 전체가 불안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영사관도 혼란
필라델피아 로펌 그린앤스피겔(Green & Spiegel)의 대표 변호사인 그로드 씨는 이번 지침의 문구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 미국 영사관 직원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런던에서 비자 연장을 거부당한 사례의 경우, 우리가 영사관에 ‘규정 해석이 잘못됐다’고 항의했더니, 영사관 측도 ‘추가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며 “즉, 영사관조차도 이 새로운 정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로드 씨는 E-3 비자와 다른 전문직 취업비자 보유자들에게는 규정이 완화되기를 기대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반복되는 방식은 이런 돌발적 선언 후, 상황이 혼란스러워진 뒤에야 추가 지침을 내놓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언론인 비자도 압박
이번 지침은 미국 비자 정책 전반을 강화하는 연쇄 조치의 일환이다. 유학생 및 언론인 비자 조건 변경도 추진 중인데, 이들 비자는 현재 수년간 유효하며 연장도 비교적 용이하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장 240일까지만 체류 가능하고 연장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국경없는 기자회 미국지부(Reporters Without Borders USA)의 클레이튼 와이머스(Clayton Weimers) 사무총장은 “이는 언론의 자유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의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을 체계적으로 탄압하는 구조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