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이 호주 내 카드 결제 수수료 폐지를 추진하며, 연간 약 12억 달러의 소비자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호주 카드 사용자 1인당 약 60달러의 절약 효과로 환산된다.
이번 제안은 현재 RBA가 금지하고 있는 수수료 부과 금지 조치를 EFTPOS,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등의 카드 네트워크가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RBA는 현행 시스템이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현금 사용 감소에 따라 소비자들을 보다 효율적인 결제 방식으로 유도하려는 본래 목적을 더 이상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RBA 총재는 “우리의 목표는 모두를 위한 보다 경쟁력 있고 효율적이며 안전한 결제 시스템”이라며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변화는 RBA의 기존 권한 안에서 시행될 수 있어 의회의 별도 입법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RBA는 향후에도 수수료 부과 관행이 남아 있을 경우, 정부가 이를 전면 금지할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현금 사용이 줄고 전자결제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돈을 사용할 때도 수수료 부담을 겪고 있다”며, “이번 검토는 소비자 비용을 낮추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RBA 권고안을 산업계의 폭넓은 의견과 함께 신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우려도
카페나 소매점 운영자 등 소상공인들은 수수료 금지 조치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동안 고객에게 수수료를 전가함으로써 결제 비용을 상쇄해온 이들이 이제는 그 비용을 직접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RBA는 검토 보고서에서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수수료를 금지하면, 다른 선택지에 비해 상인들에게 더 큰 비용 부담을 주거나 이를 상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마진이 낮은 외식업이나 소매업 등 업종에서는 수익성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수수료 상한 인하 추진
RBA는 수수료 금지와 함께, 상인이 부담하는 ‘인터체인지 수수료’(interchange fee)에 대한 상한선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을 포함한 90% 이상의 사업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연간 12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인터체인지 수수료는 결제 시 결제 서비스 제공자(예: 주요 은행, 스퀘어(Square), 타이로(Tyro))가 소비자의 카드 발급 기관에 지불하고, 이는 다시 상인에게 전가된다.
RBA는 “인터체인지 수수료 상한선이 인하되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것은 소상공인이 될 것”이라며 “대기업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통해 낮은 수수료를 협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제 카드 결제에 부과되는 외국 인터체인지 수수료 역시 상한이 설정되어, 해외 카드 사용 고객을 받는 사업자의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직불 함께 폐지
작년 말, 정부는 2026년 1월부터 직불카드에 대한 수수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이는 RBA 검토 결과에 따라 확정될 예정이었다. RBA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함께 금지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고 시행도 간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호주에는 약 800만 장의 ‘복합 카드'(combination card)가 발급되어 있으며, 사용자들은 카드 사용 시 신용 또는 직불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은행이 감당해야
결제 산업 컨설턴트 브래드 켈리(Brad Kelly)는 ‘독립 결제 포럼(Independent Payments Forum)’을 공동 창립해 중소기업을 위한 결제 시스템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4,700만 장의 직불카드를 현금 대체 수단으로 구매한 셈”이라며 “이는 은행의 문제인데, 그 부담이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 스퀘어(Square)는 유럽연합과 영국의 유사한 수수료 개혁 사례를 언급하며, 소상공인의 비용 절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퀘어 오스트레일리아의 마르코 라만티아(Marco Lamantia) 전무는 RBA 제안으로 인해 자사 수수료를 인하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시장 상황, 규제 준수, 경쟁력 등을 고려해 적절한 수수료 여부를 지속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만 전했다.
수수료 투명화 추진
RBA는 카드 네트워크와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에 도매 수수료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미셸 불록 총재는 “이러한 투명성은 사업자가 더 나은 조건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토 과정에서 제출된 의견 중에는, 현재의 수수료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며, 이에 따라 업계와 협력해 구조를 단순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RBA는 이번 제안에 대한 6주간의 공개 협의를 거쳐, 올해 말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멕스는 제외
한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는 그 구조상의 이유로 RBA의 관할 대상이 아니므로, 이번 개혁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RBA는 아멕스 또한 자체적으로 수수료 부과 금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신문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