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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이제는 ‘수명’보다 ‘건강 수명’이다

02/07/2025
in 매거진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이제는 ‘수명’보다 ‘건강 수명’이다

단순한 장수 아닌 건강한 장수

“우리는 좋은 시간만을 위해 사는 걸까, 아니면 오래 살기 위해 사는 걸까?”이제 이런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고찰을 넘어 현실적인 관심사가 됐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최근 “longevity(장수)”라는 검색어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는 장수를 위한 조언과 정보로 넘쳐난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그 삶이 건강하길 바란다. 누구도 노년에 병약하고 무력해져서 가족에게 부담이 되는 삶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다행히도, 최신 과학은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단순한 생존 기간을 뜻하는 ‘수명(lifespan)’보다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인 ‘건강수명(healthspan)’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건강수명은 병 없이 활동하고 즐기며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과 질병으로 점철된 긴 삶보다, 짧더라도 건강한 삶을 더 원한다.

나이보다 중요한 속도

모두가 나이를 먹지만, 그 속도는 서로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몸은 점점 스스로를 회복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뇌와 근육은 위축되며, 면역력은 감소한다. 움직임과 사고 속도도 느려지고, 심장은 예비 능력을 상실한다. 이러한 신체적 변화 속에서 주목할 점은 ‘연령(chronological age)’과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의 차이다.

생물학적 나이는 신체 상태를 기준으로 한 나이로, 어떤 사람이 실제보다 젊어 보인다면 생물학적 나이가 낮을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게도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단일한 검사는 아직 없지만, 그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전의 영향

장수에는 유전적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가족은 세대를 거쳐 장수하고, 일부 유전자는 수명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성에게 유전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다. 대표적인 장수 유전자는 FOXO3와 APOE다. FOXO3는 세포와 DNA의 복구 과정에 관여해 조직 재생을 돕고, APOE는 혈압 조절에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여러 유전자가 수명과 관련이 있지만, 각각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마치 복권처럼, 이런 유전자 조합을 잘 물려받은 소수의 사람만이 유리한 위치에 선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유전적 요인보다 생활습관, 예방 전략, 일부 의약품의 도움으로 건강수명을 늘려야 한다.

덜 먹는 것이 답일까

“우리는 먹는 대로 된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장수와 관련해서는 ‘무엇을 먹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먹느냐’도 중요하다.

동물 및 일부 인간 연구에서는 열량 제한(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한 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제시한다. 하지만 이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고,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질 위험도 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최근에는 간헐적 단식과 같은 식이 조절 방식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내 미생물과 섬유질

최근 건강과 장수의 열쇠로 떠오른 또 다른 요소는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이다. 장 속에 사는 다양한 미생물들은 면역력, 정신 건강, 염증 조절 등 여러 영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미생물들이 잘 작동하려면, 섬유질이 풍부한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 위주의 식단이 필요하다. 이때 다양한 종류의 식이섬유가 특히 중요하며, 프로바이오틱스 또한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염증은 줄이고, 식단은 신선하게

노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만성 염증이다. 정제된 설탕, 가공육, 흰 밀가루 제품, 일부 오일 등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현미, 퀴노아 등), 아보카도, 견과류, 생선, 닭고기 중심의 식단은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식단은 장기적으로 노화를 늦출 수 있다.보충제는 아직 논쟁 중일부 보충제—예: NAD나 비타민 B3—는 혈관 내피세포의 건강을 개선함으로써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치아와 잇몸도 수명에 중요

놀라울 수 있지만, 구강 건강은 수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만성적인 잇몸 질환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자연치가 20개 이상 남아 있는 것이 건강한 노년과 연관된다는 연구도 있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올바른 치아 관리 습관은 평생에 걸쳐 큰 건강 자산이 될 수 있다.

운동은 약보다 강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운동은 피할 수 없는 요소다.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 건강, 근력, 균형 감각, 정신 건강을 개선하며,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근력 및 저항 운동은 근육량과 골밀도를 유지하고, 낙상을 예방하며,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모두 건강한 노년을 가능케 하는 요소다.

사우나도 도움이 될까

사우나, 또는 적외선 치료와 같은 현대적 방식도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특히 사우나와 냉수욕을 번갈아 하는 방식은 심혈관계와 신경계 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됐다. 단, 냉수욕은 심장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시작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산소치료, 정맥주사요법 등 보다 이색적인 치료들은 아직 검증된 바 없으며, 사용을 권장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약으로 해결될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장수에 기여할 수 있는 약물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중 대표적인 후보는 메트포르민(metformin)이다. 이는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며,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장수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초기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다른 후보는 라파마이신(Rapamycin)이다. 원래는 장기이식 환자에게 사용되는 면역억제제이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노화 억제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아직 일반인에게 권장되기에는 이르며, 장기적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임상 연구가 더 필요하다.

사회적 고립은 수명 단축 요인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은 흡연이나 비만 못지않게 건강에 해롭다.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 커뮤니티 활동 참여는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노년기에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울증 예방, 인지기능 저하 방지, 면역력 유지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관계의 질’도 관리 대상이다.

수면 부족은 만성질환의 원인

건강한 수명 연장을 위해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도 중요하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비만, 우울증 등의 위험을 높이며,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와도 관련이 있다. 반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7~9시간 정도의 수면을 유지하는 사람은 노화 속도가 느리고 면역력도 높다는 보고가 있다. 수면은 ‘최고의 자연치료제’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금연과 절주의 효과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건강수명을 단축하는 대표적인 습관이다. 금연만으로도 심장질환, 폐질환, 암 등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술 역시 일주일에 12회 이하, 12잔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량의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 기존 상식이 최근 뒤집히고 있는 추세로,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연구는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신체 회복에도 영향

마지막으로, 정신 건강 역시 건강수명의 중요한 축이다.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체내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호르몬 불균형, 면역력 저하 등 여러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감사, 긍정적 사고, 명상, 기도, 웃음 등은 뇌와 신체의 회복력을 높여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다.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는 말은 과학적으로도 타당하다.

결국 중요한 건 생활 습관

유전적으로 장수를 타고난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면,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생활습관을 통해 건강한 삶을 구축해야 한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 구강 관리, 예방 중심의 정기 건강검진은 가장 강력한 장수 전략이다. 미래에는 유전자 편집이나 줄기세포 치료 같은 첨단기술이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생활 속 실천이 유일한 확실한 방법이다.

“어떤 사람은 좋은 시간을 위해 살고, 어떤 사람은 긴 시간을 위해 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두 가지를 모두 누리는 삶도 가능해질지 모른다.

결국, 건강한 장수의 비결은 유전자나 획기적인 치료보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선택들에 있다. 식단,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인간관계…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좋은 시간’과 ‘긴 시간’ 모두를 가능하게 만든다.

스티브 롭슨(Steve Robson)은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산부인과 교수. 전 호주의사협회(Australian Medical Association) 회장. 현재는 국가보건의료연구위원회(National Health and Medical Research Council) 이사로 활동 중이다.

※ 이 기사는 The Australian에 게재된 스티브 롭슨(Steve Robson)의 ‘It is possible to be here for a good time AND a long time?’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신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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