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임신 중단 의혹
호주 내 중국계와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남아 출산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성별 선택 낙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디스 코완 대학교(Edith Cowan University)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Global Public Health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남성을 선호해온 문화적 배경을 지닌 국가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여아보다 남아를 선호해 여아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는 “인도 및 중국 출신 여성들이 호주 여성들보다 임신 초기 유도 낙태율이 훨씬 높았으며, 이는 비침습적 산전 유전자 검사(non-invasive prenatal testing)가 도입된 시점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는 해외 출신 여성들 사이에서 남아 중심 출산 성비(male-biased sex ratio)가 존재한다는 가장 설득력 있는 관찰 자료로, 이는 산전 성별 확인 이후 여아 선택 낙태로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3자녀 이상서 편차 커져
연구는 1994년부터 2015년까지 뉴사우스웨일스(NSW)와 서호주(WA)에서 출생한 210만 명의 신생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호주,영국,뉴질랜드 출신 어머니들은 자연적인 성비 범위인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 내에서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국 및 인도 출신 여성들은 남아 출산 비율이 훨씬 높았다.
1자녀 출산에서는 인도, 중국, 필리핀, 베트남, 레바논, 뉴질랜드, 영국 출신을 포함한 7개 이민자 그룹 모두 정상 범위를 유지했으나, 셋째 자녀부터는 남아 출산 비율이 급격히 치솟았다.
셋째 자녀 출산에서 인도 출신 어머니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8명을, 중국 출신은 115명을 출산한 반면, 호주 출신 어머니는 105명으로 자연 범위였다.
두 딸을 둔 가정에서 셋째 자녀가 남아일 가능성은 더욱 극명했다. 중국 출신 어머니는 여아 100명당 남아 133명을, 인도 출신은 132명을, 영국 출신은 115명을 출산했다. 반면 호주 출신 여성은 여전히 105명에 그쳤다.
아들 낳으면 출산 중단
중국 출신 여성은 아들을 낳은 뒤 더 이상 자녀를 낳지 않는 비율이 다른 집단보다 9%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호주 내 체외수정(IVF)을 통한 성별 선택은 성별 질환을 예방할 목적 이외에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출산 성비의 불균형은 대부분 임신 중 여아 낙태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논문은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해외 출신 어머니의 출산 성비 불균형(SRB, sex ratio at birth)은, 특히 인도와 중국 출신의 경우, 성별 선택 낙태가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고 명시했다.
10주에 성별확인 가능
주저자인 아마누엘 게브레메딘(Amanuel Gebremedhin) 박사는 “호주 출신 어머니들의 출산 성비는 자녀 수와 관계없이 안정적이었지만, 특정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뚜렷하게 성비가 왜곡돼 있었다”며 “이는 명백히 인위적 개입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는 임신 10주부터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으며, 호주의 여러 주에서는 임신 22~24주까지 낙태가 허용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할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차별 강화 우려
게브레메딘 박사는 “남아 중심의 성별 선택 관행이 여성들에게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을 주고, 젠더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향후 남성들이 배우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신체 자율권을 존중하되, 성별 선택 낙태는 젠더 평등과 차별 금지라는 사회적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억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인구 비율엔 영향 미미
인구통계전문가인 사이먼 쿠스텐마허(Simon Kuestenmacher, The Demographics Group 공동설립자 겸 이사)는 “남아가 여아보다 많이 태어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남성이 여성보다 수명이 짧기 때문에 자연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남아를 조금 더 많이 출산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 및 인도계 이민자 가정의 출산 성비 왜곡이 호주 전체 인구의 성비 불균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호주의 인구 증가의 약 70%는 직접적인 이민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기술 이민,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인해 여성이 더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호주 국가보건의료연구위원회(National Health and Medical Research Council)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NSW 및 WA 보건부 산하 인간윤리연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호주 사회 내에서 문화적 배경에 따른 성차별적 관행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향후 정책 결정자들이 성별 선택 낙태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 제도와 윤리적 기준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