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공습, “수개월 지연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정전 협정이 발효됐다고 발표했지만, 양측이 모두 이를 어긴 가운데,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효과도 제한적이었다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평가가 나왔다.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이 이란 핵시설 세 곳을 공격한 후 작성된 DIA 평가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이란 핵농축 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는 발언과 상충된다.
이 평가에 정통한 두 명의 관계자는 CNN에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분은 파괴되지 않았고, 원심분리기도 대부분 온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의 공습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길어야 몇 달 정도 늦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 평가 보고서의 존재는 인정했지만,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은 성명을 통해 “이 보고서는 완전히 잘못된 내용이며, ‘1급 기밀’로 분류된 문서가 정보기관 내 익명의 하급 인물에 의해 CNN에 유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용감한 전투 조종사들을 폄훼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도로시 셰이(Dorothy Shea) 유엔 안보리 주재 미국 대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습으로 이란의 핵무기 제조 능력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정보기관과 백악관의 이견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중동의 긴장을 더는 확대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외교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트럼프의 분노 표출
이번 전쟁은 트럼프가 직접 ‘12일 전쟁(12 Days War)’이라 이름 붙인 상황으로, 그는 이제 분쟁을 종결 짓고 싶어 한다. 미국의 개입은 전략적으로 이스라엘에 큰 이익을 안겼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는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고, 이란은 국제 무대에서 굴욕을 겪었다. 동시에 미국의 군사력은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네타냐후와의 관계에서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이 다시 선제공격에 나서거나 미국이 계속 뒤를 봐줄 것이라는 오해를 하길 원치 않는다.
트럼프는 이 분쟁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리스크만 남아 있는 국면이다. 그는 네타냐후가 이란의 약점을 이용해 또 다른 전투에 나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화요일, 이스라엘이 다시 출격시킨 전투기를 철수하도록 사실상 명령을 내렸다. 해당 공격은 휴전이 발효된 지 3시간 반 만에 이란이 북이스라엘에 미사일 두 발을 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이 상황에 트럼프는 크게 분노했다. 그는 이미 상황이 정리된 것으로 보고 있었으며, 곧 헤이그에서 열릴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외교적 성과를 부각하고자 했다. 워싱턴을 떠나기 전, 트럼프는 취재진 앞에서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두 나라는 너무 오래, 너무 치열하게 싸워서 이제는 서로 뭐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이 오늘 아침 또다시 공격한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이를 막을 수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이스라엘 공습 자제
백악관은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예외적으로 단호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통화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테헤란 북부에 있는 이란 레이더 기지만을 제한적으로 타격하는 데 그쳤고, 보다 강력한 보복은 자제했다. 결국 트럼프가 상황을 주도한 셈이다. 이 일화는 그가 ‘평화중재자’라는 목표를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유산 수호
이는 트럼프가 두 번째 취임 연설에서 제시한 목표이기도 하다. 그는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남기고 싶은 유산은 평화중재자이자 통합자라는 점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네타냐후가 그 유산을 망친다면 트럼프는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을 마저 하려는 듯한 태도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의도
네타냐후는 지난 6월 13일 ‘라이징 라이언 작전(Operation Rising Lion)’을 선포하면서, 그 목적이 “이슬람 정권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 국민을 향해서는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면, 여러분도 자유를 향한 길을 열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여러분의 목소리를 낼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란 정권에 결정타를 가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의 불씨가 중동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에 다시 지펴지는 것을 누구보다 경계하고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