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 전 총재 필립 로우(Philip Lowe)와 전 재무부 장관 켄 헨리(Ken Henry)가 노동당(ALP)의 비현실적 자본 이익 과세(unrealised gains tax)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두 경제 전문가 모두 이 정책이 좋은 공공정책이 아니라고 평가하며, 수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권고 사항들이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노동당은 수퍼 계좌에 보유한 모든 자산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3백만 달러 이상 계좌를 보유한 사람부터 과세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때 이익 산정에 물가상승률 반영(인덱스 조정)은 포함하지 않는다. 산업 수퍼펀드, 자가 관리 펀드, 투자자, 기업인들뿐 아니라 전직 노조 지도자들까지도 노동당에 이 ‘비현실적 이익 과세’ 도입을 철회하고, 대신 수퍼 기여금과 수익에 대한 세금 우대 정책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로우 전 총재 발언
중앙은행 총재직에서 2023년에 물러난 이후 공개 발언을 자제해온 필립 로우 전 총재는 노동당의 과세 계획 재검토를 촉구했다. “나는 좋은 공공 정책 설계의 지지자이지만, 이번 정책은 그 예로 보기 어렵다,”라고 로우 전 총재는 말했다. “고액 수퍼 잔액에 대한 우대 세율을 조정하는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로우 전 총재와 헨리 전 장관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낸 호주 경제계의 가장 고위급 인사들이다. 이들의 의견 표명은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에게 정책 재고를 압박하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차머스 장관 입장
그러나 차머스 장관은 비판을 일축하며 과세 정책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는 대규모 재정 지출 약속 이행을 위한 세수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놓친 대안들
2023년 알바니즈 총리와 차머스 장관에게 제공된 핵심 자문 보고서에는 헨리 세제 검토 보고서(Henry tax review)에서 제안한 수퍼 기여금 세율의 공평성 제고 방안이 반영되지 않았다.
헨리 전 장관은 노동당의 비현실적 자본 이익 과세 대신, 15년 전 자신의 검토 보고서에서 제안한 다른 선택지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정부가 수퍼애뉴에이션의 세금 형평성을 높이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비현실적 이익에 과세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방안들이 우리 보고서에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당시 웨인 스완(Wayne Swan) 재무장관이 차머스 장관의 조언을 받으며 헨리 보고서 권고를 대부분 무시한 점도 언급됐다.

헨리 보고서 권고
헨리 보고서의 은퇴 소득 부문 권고 18은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 수퍼 기여금 세율 차이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기여금에 대해 개인의 한계세율에서 15%를 공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예컨대, 연소득 22만 달러인 경우 한계세율은 47%이나, 여기서 15%를 빼 32%의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소득 3만 달러인 경우 한계세율 18%에서 15%를 빼 3% 세율만 낸다. 이와 같은 방식은 2023년 재무부의 ‘Better Targeted Superannuation Concessions’ 분석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2023년 재무부 분석
2023년 보고서는 현행 유지, 3백만 달러 초과 수퍼 잔액에 대한 세금 우대 축소, 가치 변동에 따른 수익 추정 과세, 그리고 디밍(demeaning) 이자율 적용 과세 등 네 가지 옵션만을 제시했다. “광범위한 정책 목표인 수퍼 수익에 대한 세금 우대 조정을 위한 다른 경로도 있지만, 3백만 달러 초과 잔액에 대한 수익 세율 직접 조정이 가장 적합한 방안으로 판단됐다,”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정치권 상황
알바니즈 정부는 7월 국회 개회와 함께 비현실적 이익 과세를 강행하려 한다. 이번 선거에서 다수당을 확보한 노동당은 그린당의 약화된 의석을 이용해 법안 통과를 노리고 있다. 모델링 결과, 2백만 달러 이상 계좌 소유자 약 180만 명이 평생에 걸쳐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3백만 달러 기준으로는 50만 명 이상이 30% 세율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와 기업계 반응
수퍼 업계는 이미 많은 은퇴자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이번 세금으로 향후 10년간 약 400억 달러의 세수를 기대하며, 1년 차에는 23억 달러, 이후 매년 7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CSL 회장 브라이언 맥네미(Brian McNamee), 시드니 스완스 회장 앤드루 프리덤(Andrew Pridham), 소매업자 제리 하비(Gerry Harvey), 애프터페이 최초 투자자이자 노동당 후원자인 데이비드 핸콕(David Hancock), 전 노동당 부회장이자 노조 지도자인 마이클 이슨(Michael Easson) 등 기업인들도 이번 비현실적 이익 과세를 강하게 비판했다.
선거 전후로 일부 산업 수퍼펀드가 차머스 장관에게 세금 변경을 요청한 바 있다. 기업계와 금융 학계는 이 과세가 도입되면 다른 투자 구조와 소득 계층으로 확대될 위험을 우려한다.

세금 구조 문제
새로운 세금은 3백만 달러 이상 계좌를 보유한 약 8만 7천 명의 수퍼 가입자들에게 적용된다. 이들은 자산을 매도하지 않아도 가치 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포레스트리 태즈매니아(Forestry Tasmania)와 마이스테이트 뱅크(MyState Bank) 전 회장 마일스 햄튼(Miles Hampton)은, 자산 가치 하락 후 회복 중인 경우 회복분에 대해 과세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전문가 의견
호주세무협회(Tax Institute)의 줄리 압달라(Julie Abdalla)는 “정부가 과도한 세금 우대 혜택 축소를 고려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비현실적 이익 과세(Division 296)는 과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논란은 노동당 정부의 재정 확충 노력과 호주 경제계 원로들의 정책 비판이 충돌하는 가운데, 향후 국회에서 법안 통과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