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총선에서 하원 의석이 4석에서 1석으로 줄고, 당 대표였던 애덤 밴트(Adam Bandt)가 멜번(Melbourne) 지역구에서 노동당에 패하며 자리에서 물러난 가운데, 라리사 왓터스(Larissa Waters) 상원의원이 연방 녹색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퀸즐랜드(Queensland) 출신의 왓터스 의원은 사라 핸슨-영(Sarah Hanson-Young, 남호주 상원의원)과 메흐린 파루키(Mehreen Faruqi, 뉴사우스웨일스 상원의원)와 함께 후보군에 올랐으며, 당내 합의로 대표로 선출됐다.
대표로 선출된 직후, 왓터스 의원은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에게 상원에서 노동당의 입법 의제를 지지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며, 기후 변화 대응, 원주민 정의 실현, 불평등 해소 등의 분야에서 녹색당의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 그녀의 발언 중 “많은 유대인 유권자들이 집단학살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녹색당을 지지한다”는 주장이 유대인 공동체 지도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은 녹색당이 반이스라엘적 극단주의와 반유대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가자 지구에서의 상황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왓터스 의원은 녹색당이 하마스를 비난했다고 주장했지만, 유대인 단체들은 이러한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대인 공동체 지도자들은 녹색당의 극단적인 발언이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유권자들로부터의 지지를 잃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녹색당 내부에서는 원주민 계파인 블랙 그린스(Blak Greens)가 당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왓터스 의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부인했다.
환경변호사 출신
왓터스 의원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퀸즐랜드 환경법률지원센터(Environmental Defenders Office)에서 9년간 환경변호사로 일했다. 2011년 상원 첫 연설에서 그는 “어떤 법률로도 특정 원주민 서식지에 대한 광산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점점 더 좌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공익을 위해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사람들이 더 많은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고, 그것이 정치에 나선 계기였다”고 말했다.
캐나다 출생 이민자
라리사 왓터스 의원은 캐나다 위니펙(Winnipeg)에서 태어나 생후 11개월 때 퀸즐랜드로 이주했다. 이 이력은 훗날 그의 정치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17년 7월, 이중국적자도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왓터스 의원은 자신이 캐나다와 호주 국적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돼 상원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이후 캐나다 국적을 포기하고 상원에 생긴 공석을 통해 약 1년 만에 복귀했다.
산호초 보호에 앞장서다
2011년 상원에 입성한 왓터스 의원이 가장 먼저 밝힌 정치적 목표는 호주 대산호초(Great Barrier Reef) 보호였다. “기후변화로부터 대산호초를 지켜낼 수 있다면, 그날 밤은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무엇보다 내가 꼭 이루고 싶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현재, 대산호초는 2016년 이후 여섯 번째 대규모 백화 현상을 겪었으며, 이번 임기 중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대산호초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여성·민주주의 대변자
2011년부터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2017~2018년 잠시 공백기를 제외하고 왓터스 의원은 다수의 당내 대변인 역할을 맡아왔다. 최근까지 그는 여성 및 민주주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 하에서 국회 내 직장 문화 개선 기구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전에는 기후변화 및 광산 관련 분야의 대변인이었으며, 관련 상임위원회 활동도 활발히 했다. 그는 애덤 밴트 전 대표와 리처드 디 나탈레(Richard di Natale) 전 대표 체제 하에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공동 부대표로 활동한 바 있다.
의회에서 수유한 첫 의원
2017년 왓터스 의원은 호주 의회에서 최초로 본회의장에서 아기에게 수유한 인물로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의회 규칙 변경을 주도했다. 기존에는 아기를 본회의장에 데려올 수 없었고, 수유 중인 의원은 대리 투표만 가능했다. 왓터스 의원은 본회의장에서도 수유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는 데 앞장섰고, 결국 자신의 아이를 안고 직접 수유하며 역사적인 장면을 남겼다.

최근 수잔 레이(Susan Ley)가 자유당 대표로 선출되며 여성 정치인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녹색당의 새 대표로 라리사 왓터스 의원이 선출된 것도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치권 전반에서 여성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의 활동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