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스마트홈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이슨(Dyson)과의 스틱청소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삼성은 올해 최대 규모의 가전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자사의 최신 무선청소기 ‘비스포크 AI 제트 울트라(Bespoke AI Jet Ultra)’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400와트의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하며, 이는 다이슨의 주력 모델보다 두 배 이상 강력하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최대 100분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더해 삼성은 스마트워치처럼 문자 메시지와 전화 알림을 표시해주는 LED 패널을 장착해 강력한 모터 소음 속에서도 사용자와의 연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음성통화 가능한 세탁기·건조기 등장
삼성은 이번 발표에서 ‘비스포크 AI 히트펌프 콤보(Bespoke AI Heat Pump Combo)’ 세탁기·건조기 신제품도 함께 선보였는데, 이 제품은 7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스마트폰처럼 통화가 가능하다. 블루투스를 통한 통화 수신은 어떤 스마트폰과도 가능하지만, 발신 기능은 삼성 갤럭시(Samsung Galaxy)폰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 통화 응답은 애플 아이폰(Apple iPhone)을 포함한 모든 스마트폰에서 삼성 스마트싱즈(SmartThings) 계정을 통해 음성으로 가능하다.
삼성 호주 소비자 전자 부문 신임 디렉터 필 고트(Phil Gaut)는 “스마트싱즈는 어떤 플랫폼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특정 기기에 종속되지 않는다”면서도, “삼성 휴대폰 팬층이 워낙 두터운 만큼, 이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가전 제품들이 원격이나 자율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시대가 열리며, 약 1조 3,5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
필 고트 디렉터는 “이제 가전제품에 있어 인공지능은 단순히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실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TV로 스포츠나 영화를 시청할 때 자동으로 선호하는 화질 설정을 적용하거나, 냉장고 속 식재료를 인식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알려주고 이를 기반으로 레시피를 제안하는 식이다. 이러한 기능은 삼성의 809L 용량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Bespoke AI Family Hub) 냉장고와 615L AI 홈(HOME) 사이드바이사이드 냉장고의 32인치 스크린을 통해 구현된다.
삼성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서 이 냉장고 디스플레이 기술을 처음 공개했으며, 당시에는 주로 틱톡(TikTok)이나 유튜브(YouTube)를 냉장고 화면으로 감상하는 기능에 중점을 뒀다.
고트 디렉터는 “솔직히 말해 32인치 제품은 초기 모델과 비교해 큰 발전을 이뤘다”며, “예전에는 단순히 냉장고에 붙인 태블릿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음악을 듣고 일정 확인과 식재료 관리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삼성은 냉장고의 식재료 관리 기능이 호주 소비자들에게 특히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매년 760만 톤의 음식이 폐기되며, 응답자의 46%는 AI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싶다고 답했다. 또한 87%의 응답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활용하고 싶다’고 했고, 85%는 ‘보유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 목록 자동 생성을 원한다’고 답했다.
삼성 스마트 냉장고는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며, 선택된 레시피에 따라 오븐과 연동해 요리 과정까지 안내한다. 또한 삼성 제품이 아니더라도 필립스 휴(Philips Hue) 조명 같은 기기와 연동해 누수 등의 이상 상황을 경고등으로 표시할 수 있다.
부담 없이 시작하는 스마트홈
그러나 이 모든 기술이 이론상으로나 쇼룸에서는 훌륭해 보이지만, 실제 가정에서 적용하기에는 비용과 복잡함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고트 디렉터는 “스마트싱스 플랫폼의 장점은 원하는 시점에 필요한 제품을 하나씩 추가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 가족의 경우 TV로 시작해 점차 세탁기 등 다른 기기를 추가해 갔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모든 가전을 한 번에 도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새 집을 지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구글·애플과의 경쟁
삼성은 스마트홈 플랫폼에서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애플(Apple)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은 음성비서 알렉사(Alexa)를 대폭 개선해, 보다 자연스럽게 기기 제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삼성의 가전 R&D 부문 정승문(Jeong Seung Moon) 총괄은 “스마트싱즈는 알렉사와도 호환되지만, 삼성의 자체 음성비서 빅스비(Bixby)는 자사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 보다 자연스러운 제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은 스마트싱즈를 통해 타 브랜드와의 연동도 확대 중이며, 사용자에게 더욱 원활한 홈 인테그레이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더 밝아진 삼성 TV
삼성의 이번 신제품은 AI 기능 외에도 밝은 거실 환경에 최적화된 TV 기술도 주목받았다.
네오 QLED 8K 시리즈의 플래그십 TV에는 향상된 눈부심 방지 기술이 적용돼 햇빛이 강한 호주 거실에서도 탁월한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고트 디렉터는 “실제로 이는 실용적인 필수 기능”이라며, “눈부심 방지 코팅 기술은 본래 상업용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던 기술로, 햇볕이 직접 드는 거리 상점 쇼윈도에서 사용되던 것”이라 설명했다.그는 “이 기술이 가정용으로 이전된 것인데, 커튼을 닫지 않고도 선명한 화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1분기 최대 매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79조 1,405억 원, 영업이익 6조 6,853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의 종전 최고 매출 기록을 넘긴 것이다.
실적 상승을 이끈 주역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스마트폰 ‘갤럭시 S25’였다. 해당 모델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 기간인 10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강력한 수요를 입증했다.
반도체 부문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선전했다. AI 서버는 물론 스마트폰과 PC용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전반적인 출하량이 증가했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의 판매 감소로 메모리 매출은 전년 대비 17% 줄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사양 HBM4 제품의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관세 리스크 현실화 생산지이전으로 대응
삼성전자의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기본 10% 관세를 도입하고, 반도체 등 주요 품목에 대해 별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활용해 일부 물량의 생산지를 이전하고, 고객 관리 역량을 높여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은 4월부터 10% 기본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은 당장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품목별 관세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향후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2분기실적은 불투명 AI폰·HBM수요관건
삼성전자의 1분기 깜짝 실적을 가능케 했던 스마트폰 부문은 2분기부터 비수기에 접어든다.
반도체 역시 HBM 수요 둔화 가능성 등 복합적인 악재에 직면해 있다. 삼성은 2분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을 본격 출시하고, 엔비디아(Nvidia)의 검증을 마친 8단 제품 결과에 따라 공급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시장 반응과 시점에 따라 실적 변동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고율 관세 리스크를 ‘빙산’에 비유하며, “수면 아래 더 큰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는 당장의 실적보다 장기적인 성장 전략으로 AI와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1분기 동안만 9조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삼성은 AI, 로봇 등 신사업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경미(Caty)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