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소폭 웃돌았지만, 근원 물가는 중앙은행 목표 범위 내로 떨어지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월 분기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 분기 대비 0.9% 상승했고, 이로 인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4%에 도달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2.3%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호주중앙은행(RBA)이 선호하는 근원 물가지표인 ‘트림 평균(trimmed mean-이상치를 제외한 평균)’은 시장 예상보다 더 완만하게 하락했다. 트림 평균은 지난해 12월의 3.3%에서 2.9%로 낮아졌다. 이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RBA의 물가 목표 범위인 2~3%에 진입한 수치로,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장 둔화가 RBA결정 좌우할듯
물가 지표의 세부 항목을 보면 3월 분기 물가 상승이 단기적이거나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호주중앙은행(RBA)이 물가보다는 경기 둔화에 초점을 맞춰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IG 마켓 애널리스트 토니 사이카모어(Tony Sycamore)는 “우리는 여전히 RBA가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비스 분야 인플레이션의 둔화, 글로벌 수요 약세, 단기적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가 금리 인하의 근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시장도 같은 방향을 예상하고 있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95%로 반영하고 있으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총 117 기준 포인트(bp, 1.17%)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커져”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ck)의 투자 및 자본시장 책임자 러셀 체슬러(Russel Chesler)는 “현재의 거시경제 지표만으로는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고 소매 판매도 견조하며, 주택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할 이유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RBA의 목표 범위 내에서 트림 평균이 일정 기간 유지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금리 인하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주택 대출자에 숨통 트일 수도
소비자 금융 비교사이트 캔스타(Canstar)의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되면, 60만 달러 규모의 주택 대출자는 매달 92달러, 75만 달러 대출자는 115달러, 100만 달러 대출자는 154달러씩 상환액이 줄어든다.
이번 분기의 물가 상승은 주로 계절적이거나 일시적인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비용은 1.7% 올랐는데, 이는 각 주정부의 전기요금 보조금이 종료되면서 전기요금이 16.3% 급등한 영향이 컸다. 또한 새 학년이 시작되며 교육비가 5.2% 상승했고, 공급 감소로 인해 과일과 채소 가격이 2.8% 상승했다. 하지만 이 외의 분야에서는 물가 상승이 비교적 억제됐다.
서비스 분야의 인플레이션은 3분기 연속 둔화되며 3.7%로 떨어졌고, 이는 2022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임대료와 보험료의 상승 압력이 완화된 점이 반영됐다.
물가 속도는 둔화, 체감은 복잡
호주 가계 입장에서 보면, 필수 생계비인 전기, 식료품, 교육비는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2022년 5월 이후 13차례 인상된 금리의 여파를 흡수 중인 주택 대출자들에게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차입 비용이 줄어들면 소득 증가가 정체된 가운데 위축된 소비 심리를 다소나마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선택 소비 지출 약화와 맞물려 사상 최다 수준의 기업 도산으로 이어졌던 흐름에도 일부 변화를 줄 수 있다.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둔화가 마냥 순조롭다고만 볼 수는 없다. 재화 물가 상승률이 0.8%에서 1.3%로 예상 밖의 반등세를 보인 점은 가격 압력이 얼마나 빨리 완화될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움직임, 지정학적 긴장,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 등은 향후 인플레이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물가 목표 달성 뚜렷한 신호”
호주통계청(ABS) 물가통계 담당자 리 메링턴(Leigh Merrington) 대행은 “트림 평균 인플레이션은 9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 범위로 안정적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RBA는 이제 물가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던 기조에서 벗어나, 경기 둔화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