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주 정부가 최근 남서부 지역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해 약 700여마리의 코알라를 사살한 사실이 알려지며 전 세계적인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부지 빔(Budj Bim)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로 2,200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이 불타고, 코알라의 주요 먹이인 마나검(Manna Gum-Eucalyptus) 나무가 대거 소실되면서, 고통받는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항공 사살은 보통 사슴, 돼지 같은 침입종을 통제할 때 사용되는 방법으로, 동물 복지를 이유로 항공 사살이 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재 피해, 안락사 불가피했나
야생동물 구조단체 와일드라이프 빅토리아(Wildlife Victoria)의 리사 팔마(Lisa Palma) 대표는 “부지 빔(Budj Bim) 국립공원 화재로 코알라 개체군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공원은 야생동물의 마지막 보루인데,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과 극한 기상 현상이 심화되면서 코알라 같은 호주의 토착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팔마 대표는 “산불은 야생동물의 대규모 죽음과 고통을 초래하며, 심각한 화상이나 부상을 입은 동물에게 가장 자비로운 선택은 종종 안락사”라며, “코알라 한 마리 한 마리의 생명은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하며, 안락사는 반드시 인도적이고 즉각적이어야 하고 적절한 감독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 안락사, 적절성 논란
빅토리아주 정부의 최고 생물다양성 책임자 제임스 토드(James Todd)는 항공 사살의 유일한 목적이 “화재로 고통받는 동물들의 추가 고통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토드는 “극도로 험준한 지형, 나무 꼭대기 높은 곳에 위치한 동물들, 불에 탄 나무로 인한 안전 위험 등으로 인해 다른 방법은 적합하지 않았다”며, “그냥 내버려 둘 경우 점점 더 악화되는 고통을 겪게 될 것이기에 항공 평가를 통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의 야생동물 생태학자 데슬리 위슨(Desley Whisson) 부교수는 이번 조치가 “정치적으로 자살 행위에 가까운 결단”이었다고 평하며, “수백 마리의 코알라가 화상을 입거나 소방용 화학물질에 뒤덮여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을 고통 속에 방치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안락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마 대표 또한 “항공 사살이 일반화되어서는 안 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동물에게 가장 적은 스트레스를 주는 방법으로 인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항상 엄격한 감독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항공 안락사, 정확했을까
토드 책임자는 “코알라들은 30미터 이내에서 쌍안경 등 광학 장비를 사용해 개별적으로 평가한 후 사살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항공 사살 도입 전 시범 운영에서 지상 수의사의 평가를 받아 항공 사살이 정확하고 인도적이라는 것을 입증했다”며, “시범 기간 동안 사살된 모든 코알라가 심각한 건강 악화 상태에 있었고, 살아남았어도 고통 속에 계속 악화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빅토리아 코알라, 멸종 위기?
뉴사우스웨일스(NSW), 퀸즐랜드(Queensland), 호주 수도 특별구(ACT)에서는 코알라가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빅토리아(Victoria)와 남호주(South Australia)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오히려 코알라 수가 너무 많아 서식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중앙퀸즐랜드대학교(Central Queensland University) 소속의 코알라 생태학자 롤프 슐라글로스(Rolf Schlagloth) 박사는 “빅토리아주에서는 오랫동안 코알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재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더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슐라글로스 박사는 “항공 사살의 정확성과 효과성에 의문을 품고 있으며, 비록 비용이 더 들더라도 지상 접근 방식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 사살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코알라 서식지와 토착 식생의 연결성 부족과 제대로 된 관리 실패가 진짜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식지 과밀문제 심각
슐라글로스 박사는 남서부 빅토리아에서 조성된 블루검(Blue Gum) 플랜테이션이 코알라 서식지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랜테이션은 코알라들에게 ‘사탕 가게’ 같은 존재”라며, “코알라들이 플랜테이션으로 몰려들었다가 나무가 수확되면 다시 천연 숲으로 돌아가는데, 이미 그곳에 다른 코알라들이 있어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슐라글로스 박사는 “결국 코알라 과잉 밀집 또는 서식지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관리 실패지적
슐라글로스 박사는 빅토리아주 정부가 현재 코알라가 직면한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알라는 상징적인 종이다. 코알라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더 주목받지 못하는 다른 종들은 더 큰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