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유권자 단체인 ‘Muslim Vote’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지아드 바시우니(Ziad Basyouny) 후보가 연방 내무부 장관 토니 버크(Tony Burke)의 지역구에 출마해, 의회 입성 시 이스라엘의 유대 민족국가 체제를 해체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하나의 ‘민주국가’로 통합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시우니 후보는 시드니 서부 왓슨(Watson) 지역구에서 노동당 현역 의원을 상대로 출마한 최초의 무슬림계 무소속 후보이다. 그는 당선될 경우,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배상과 화해’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 카이로 출신으로, 지역사회에서 활동 중인 저명한 의사다.
시드니 남서부서 노동당 위협
현재 버크 장관과 교육부 장관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는, 시드니 남서부 지역구에서 무슬림 유권자 단체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곳은 가자지구(Gaza) 사태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이 많은 곳이다.
바시우니 후보는 성명을 통해, 자신이 당선될 경우 “호주를 새로운 시대의 원칙 중심 외교정책을 선도하는 국가로 만들 것”이라며 “정의 실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거부, 민족국가주의 반대, 전쟁범죄에 대한 면책 거부”를 천명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국제정치의 이중 잣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호주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한다고 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와 전쟁범죄에는 눈을 감는 이중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단일국 제안
바시우니 후보는 호주가 “역사적 팔레스타인 지역 내 단일 민주국가”를 지지하고,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권리 인정과 배상·화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구상하는 이 새로운 국가는 “통합되고 다원적이며 민주적인 국가”로, 모든 주민이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체계”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점령된 팔레스타인에서 인권 침해에 가담한 기업 및 개인에 대한 표적 제재”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BDS(불매·투자철회·제재) 운동과 유사한 조치다.

국제 인권운동 지원도 공약
바시우니 후보는 수단(Sudan),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 미얀마(Myanmar) 등지의 인권운동을 지원하고, “세계 평화 구축과 화해 노력, 난민 지원”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제안하는 정책은 과감하지만, 동시에 정의롭다”며 “가자지구에서 발생하는 학살을 세계가 지켜보는 지금,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평화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에 유리한 선거 판세
하지만 이처럼 ‘Muslim Vote’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후보들이 연방 선거에서 의석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당(Liberal)은 이들 후보보다 노동당 후보를 상위에 두는 투표용지 작성법(how-to-vote card)을 배포해 노동당에 유리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해당 지역구 내 무슬림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역 사회 지도자이자 의사인 자말 리피(Jamal Rifi)는 최근 “이들 후보가 충분한 표를 끌어모아 노동당 현역을 낙선시킨다면 그것은 비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Muslim Vote는 과격한 좌파, 기회주의자, 냉소주의자, 순진한 이상주의자들, 일부 지역구의 비공식 자유당 지지자들이 섞여 있는 이질적인 연합체”라며 이 조직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고의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사례도 인용
한편 최근 미국과 영국 선거에서는 정부의 가자지구 정책에 대한 반발로 인해 지지층이 크게 움직이며 예상 밖의 후보가 당선되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 사례로, 유사한 정서가 이번 호주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