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pac’s Card Tracker Index’ 데이터, ‘Black Friday 세일’ 소비 확대 나타나
1인당 ‘자유재’ 지출 늘어… 경제학자들, “재정부담 완화 신호지만 추가 데이터 필요”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생활비 압박에 시달려 온 호주 가계가 경제에 약간의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초기 징후나 나타나고 있다.
매일 은행에서 처리하는 수백만 건의 신용-직불 카드를 추적하는 웨스트팩(Westpac) 은행의 ‘Card Tracker Index’에 따르면 호주 가계는 올해 ‘Black Friday sales’를 적극 활용했다.
이 인덱스는 가계의 비필수 상품, 즉 자유재(discretionary goods) 판매가 견고하게 증가했음을 보여주며, 실제로 전국 1인당 자유재 지출이 늘어났다.
경제학자들은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 가계 재정 압박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추세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웨스트팩 은행의 매튜 하산(Matthew Hassan) 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말 대규모 할인판매에 대해 “자유재 범주에서도 (지출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 제품, 의류, 온라인 모두 강한 판매를 보였다”며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기다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웨스트팩 은행의 카드 추적 데이터는 지난 10월, 가계의 비필수 상품(자유재) 지출이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을 보여주는 다른 데이터를 보완한다.
스포츠 이벤트, 콘서트,
항공권 지출 늘어
앞서 통계청(ABS)이 발표한 수치를 보면, 10월 가계 지출은 0.8%가 증가해 9월의 0.2% 감소에서 눈에 띄게 반전됐다.
ABS 데이터는 10월, 모든 범주에서 지출이 증가했으며, 이는 더 많은 이들이 비필수 품목(특히 주요 스포츠 이벤트, 음악 콘서트, 항공권)을 구매함으로써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올 1월 이후 전체적으로 월별 가계 지출 증가율도 가장 크게 높아졌다.
ABS의 이 수치는 은행 거래, 슈퍼마켓 소비, 신차 판매 데이터를 활용하여 도출한 ‘Monthly Household Spending Indicator’라는 새 실험적 데이터를 통해 나온 것이다.
이는 지난 12월 2일(월) 발표된 ABS의 전통적 소매 판매 수치에 따른 것으로, 소매업체들이 11월의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앞두고 실시한 큰 폭의 할인 이벤트를 통해 가계 지출을 유도하면서 10월 소매 판매는 다른 시기에 비해 강세를 보였다.
중요한 점은, 10월 가계 지출 증가(ABS 데이터)와 11월의 재량지출 증가(Westpac card tracker)가 이달(12월) 첫 주 공개된 다른 데이터와 극명하게 대조된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4일(수) ABS의 9월 분기 GDP 수치는 해당 분기(7, 8. 9월) 가계 소비에 변동이 없었음을 보여주었다.

이 데이터(9월 분기 GDP)는 호주 가계가 9월 분기, 연방정부의 3단계 세금 감면과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린 ‘에너지 사용료 지원’에 의해 생활비 부담에서 상당히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자료에 따르면 생활비 부담 완화가 해당 기간(9월 분기)에 가계 지출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반면 투자은행 AMP의 마이 뷰이(My Bui) 연구원은 10월 가계 지출 수준이 예상을 넘어섰으며, 같은 달 강력한 소매 판매 수치가 나타났음을 재확인했다. 그녀는 “이 반등은 휴가를 앞두고 지출 의도가 약간 덜 부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준 최근 소비자 감정 조사와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항공 여행에 더 많은 지출
ABS 수치를 보면 지난 10월, 호주인들은 항공 여행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했으며, 그 결과 월 지출 수치는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항공료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달(11월) 나온 공정거래 기구 ‘Australian Competition & Consumer Commission’(ACCC)의 최신 국내 항공사 경쟁 보고서(‘Domestic Airline Competition report’)를 보면 각 대도시간 국내 항공료는 7월과 9월 사이 평균 13.3% 상승했다.
ACCC는 ‘Rex Airlines’의 구조조정(voluntary administration)으로 인해 주요 도시로 가는 국내선 서비스가 감소했고, 이로 인해 항공료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여행 서비스 업체인 ‘Flight Centre’의 그레이엄 터너(Graham Turner) 최고경영자는 “국내 항공 시장에서 경쟁이 부족해 항공권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그 결과 여행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선 항공료는 여전히 꽤 높은 편”이라며 “지난 12개월 동안 하락하지 않았고 특히 여행 수요가 많은 시기에는 좌석을 구하는 게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11월) Virgin Australia와 Qatar Airways 간의 거래가 있었지만 터너 CEO는 “향후 몇 달 동안 국내 항공료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하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항공료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터너 CEO에 따르면 국내 항공료와 달리 국제선 비용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 12개월 사이 대부분의 주요 목적지로 가는 국제선 요금은 10% 이상 하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40세 미만, 가족 및 젊은 세대는 여전히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이들의 국내 및 해외여행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저축과 부동산 자산을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의 여행 소비는 매우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투자은행 ‘Morgan Stanley’가 프리미엄 항공료 수요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항공 여행이 새로운 고급 여행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사이먼 클라크(Simon Clark) 주식전략가는 이런 변화가 “가계 자산이 증가하면서 점점 더 부유해지는 소수 계층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특히 베이이부머가 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Black Friday의
조기 지출 신호
ABS의 10월 가계 지출 데이터는 11월 마지막 주 4일 동안 소비자들이 거의 7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기간의 영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NAB 은행 수치에 따르면 은행의 소매 지출 자료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기간 동안 전체 지출이 지난해 대비 4% 증가한 반면 거래 건수는 4% 감소했다.
이에 대해 NAB 측은 양보다 질적 제품 소비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호주 가계가 여전히 재정 압박 상황에 있음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4.35%로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내년 중반까지 이자율인 인하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NAB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지출 가운데 일부는 소비자들이 더 신중하게 소비 결정을 내리고 생활비 부담을 겪는 동안 할인 혜택이 큰 기간을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웨스트팩 은행 하산 연구원은 좀더 신중하게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작년과 그 이전 해, 소비자들은 대규모 세일기간을 집중 노렸고, 할인행사가 아닌 시기에는 소비 활동이 급격히 감소했기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외 상황이 어떠한지는 더 추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필수 상품(자유재) 분야를 제외하고 서비스 재량 지출이 지난 몇 주 동안 다소 완화되었고, 카드 사용의 분기별 성장 또한 약화되었다”며 “재량 지출 상황이 연말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