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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이 있는 자리- 32

04/10/2023
in 칼럼

집순이 관점

돌고래 한 마리가 아래층으로 이사를 왔다

라스트 네임이 Wood, 수컷이다

물속에는 방이 있고, 화장실이 하나,

컴퓨터 책상이 놓인 주방 겸 거실이 있다.

불을 켜면 속이 환히 보인다.

첫날이 저물고. 눈썹 위로 별이 서너 개 앉았다.

손이 많이 가는 족속인가

기척 없는 불량품인가

벽에 나팔 귀를 갖다 대도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먹거나 배설하거나 방문 닫는 소리 하나 없이,

거칠고 아름다운 짐승들은 수상한 법인데

불룩한 배로 바깥을 조용히 두리번거릴 뿐.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야 해’

나의 관음은 깊어만 갔다

‘덥석 물지는 않겠구나‘

나는 혼잣말을 오래 했다

시작노트

언제부터인가 개인주의란 말이 부상浮上되었습니다.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선택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러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소외, 불안, 외로움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사회적 질병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웃이 이사 오고 다시금 공동체를 돌아보았습니다. 독립 아닌 독립의 환상을 품고 있는 어그러진 자화상, 차가운 물방울이 이마에 툭! 떨어졌습니다.

윤희경 / 2015년 ‘미네르바’ 신인상 등단. 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전자시집 <빨간 일기예보>,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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