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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작가회 산문광장- 콩의 변신

02/09/2021
in 칼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밖에 나들이가 제한 받게 되자 집에서 할 일을 찾던 중 호주산 메주콩 자루에 내 눈길이 머물렀다. 이 친구들이 집에 있으니 무언지 모르는 풍성함이 마음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우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에서 청국장, 메주, 콩나물 등을 키우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간 한 번도 직접 만들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잘 띄운 청국장을 만들어냈다. 진한 갈색에 서로 떨어지기 싫은 듯 실끈으로 엉켜 있다. 절구에 짓이겨도 상처를 보듬는 듯 끈적이게 달라 붙어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들처럼 끈끈한 결속으로 살아가는 친구가 얼마나 있을까 하고 나를 한번 돌아보게 됐다.
다른 모습으로 메주를 만들어 봤다. 압력솥에 푸욱 삶아 빨리 말리기 위해 기존의 메주 모양보다 절반 크기로 만들어 매일 뒤적이며 상하지 않게 신경을 썼다. 무생물이라 생각했던 이들은 날씨에 따라 건강상태를 나에게 보여 줬다.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피어오르면서 건강하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갓난애 키울 때처럼 그때그때 반응을 보내오니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연일 비가 내린다. 이 친구들이 상할까봐 며칠 동안 마음을 태웠다. 다행히도 누에고치 실처럼 하얀 명주실을 몸 밖으로 뻗어내며 건강하다고 알려줬다. 메주가 거의 말라 발효시키기 위해 상자 속에 차곡차곡 담고 담요로 덮어 주었다. 서로의 온기로 발효에 성공할지 궁금하다. 뭔지 모르는 기대가 가슴 가득 밀려왔다. 노래라도 들려주고 싶어 가끔 즐겨 듣는 ‘NELLA FANTASIA’를 들려주기도 했다. 일주일쯤 지나니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져 올랐다. 며느리도 콩이 발효한 냄새가 반가운 모양인지 “어머니, 냄새가 좋은데요” 하며 활짝 웃는다. 완성된 메주를 꺼내 구석구석 몸 부스러기를 깨끗이 닦아주니 언제 곰팡이를 피웠냐는 듯 말끔한 모습이다. 항아리에 담아 농도를 맞춘 소금물을 부은 다음 불에 달군 숯과 마른 고추 대추로 단장을 해 주었다. 또 어떤 모습을 나에게 보여 줄지 자못 궁금해진다. 일주일쯤 지나 간장 항아리를 열어 보니 엷은 갈색이 나면서 간장 맛이 제법 난다. 메주야 고맙다고 칭찬해 주었다. 사십 일쯤 지나 간장 가르기를 했다. 늦게 담근 탓에 변질되지 않도록 소금을 많이 넣어 염도가 높기 때문에 친지들과 나눠 먹기는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내년에는 일찍 서둘러 싱겁게 만들어서 나눠야 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풍성하고 흐뭇해진다.
내친김에 이번에는 콩나물을 길러 보기로 했다. 콩을 반은 원 상태로 화분 바닥에 깔고 반은 물에 불려 그 위에 깔아 키친 타올로 덮고 맨 위에 까만 비닐을 씌워 하루 세 번씩 물을 주었다. 호주의 팔월은 날씨가 추워 열흘 정도 지나 뽑아 보니 제법 기다란 콩나물 모습이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나의 첫 수확이니 이를 말인가. 당장에 나는 비타민C가 듬뿍 들어 있는 콩나물밥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콩을 살짝 삶아 한 컵 정도를 비닐 봉지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얼렸다. 여름에는 시원한 콩국수 한 사발을 위한 두유를 만들기 위해서다. 겨울에는 뚝배기에 따끈따끈한 콩비지 한 그릇, 빈대떡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는 보양식이 되니 새삼 고맙기만 하다. 콩은 곡식이라기보다 밭에서 나는 단백질 보고라 하지 않는가.
쇼핑을 위해 나서기가 주춤해지는 요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콩으로 시도해 본 먹을거리가 성공을 거둬 나는 매끼마다 다양한 맛을 즐기고 있다. 오늘처럼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으스스한 날에는 청국장찌개가 제격일 듯싶다. 생각만 해도 식욕이 당긴다. 우선 잘 익은 김치를 송송 썰어 청국장과 돼지고기, 파, 마늘, 고춧가루와 함께 버무려서 뚝배기에 물과 함께 넣고 부글부글 끓이다가 두부를 썰어 놓고 다시 한소끔 끓이면 완성이다. 오늘 점심은 청국장 뚝배기로도 진수성찬 못지않은 밥상을 차릴 것이다.
뿐인가, 콩나물밥은 또 어떻고. 따끈한 밥 위에 맛있게 무친 콩나물을 푸짐하게 얹어서 양념간장에 참기름을 넉넉하게 부어 썩썩 비벼먹으면 그 맛 또한 얼마나 황홀 할까. 코로나바이러스가 물러가면 그 동안 보고 싶었던 얼굴들을 모두 불러들여 콩 빈대떡이며 청국장찌개며 큰 양푼에 콩나물밥을 썩썩 비벼 둘러앉아서 희희낙락 웃으며 콩 파티를 해 볼 꿈을 꿔본다.
하찮게 보아 넘겼던 콩의 변신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나이봉 / 수필가,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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