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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영주비자, 숙련 기술 이민자에게 돌아가야..”

01/07/2021
in 사회
“호주 영주비자, 숙련 기술 이민자에게 돌아가야..”
호주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배경에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들의 몫이 크다. 이민자들로 인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 각 산업 분야의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무분별한 수용보다는 호주가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호주 정책연구 싱크탱크인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가 보고서를 통해 이민정책의 완전한 재고를 촉구하면서 “정부는 경제적 배당을 지불하는 적절한 이민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9-20 회계연도, 호주로 유입된 이민자는 19만4천400명에 달했다. 2020년 3월까지 수개월 간의 수치를 보면 완전 이민 외 호주 재방문 및 단기 방문자는 매월 약 200만 명에 이른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호주에 입국한 이들은 26만 명으로 월 평균 2만3천 명에 불과하다.
그라탄연구소 보고서는 “호주가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사업을 혁신하며 고령화 속도를 늦추려면 언어(영어) 능력이 부족한 고령의 이민자 수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이민자 스폰서쉽 절차를 간소화하고 젊고 숙련 기술 인력을 수용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보다 높은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라탄연구소의 이 같은 의견은 호주 이민정책의 대폭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실질적으로 호주에서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 좋은 정착 기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31세의 터키 출신 기술자 셈 데니즈 사힌(Cem Deniz Sahin)씨가 그런 사례이다.
기하학 엔지니어링(geometric engineering)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사힌씨는 지난 2016년 호주로 입국했다. 그는 처음 몇 달 동안 자신의 기술이 아닌, 잡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콘크리트 작업, 페인터 보조, 레스토랑 주방에서의 식기세척, 카페의 바리스타로 일하며 그는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낮은 임금을 받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전공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까지는 1년이 넘게 걸렸다. 현재 사힌씨는 멜번(Melbourne, Victoria)의 모나시 고속도로(Monash freeway) 업그레이드 측량을 맡은 ‘Auspat’ 사에 취업이 되어 측량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지금은 회사 스폰서쉽을 제공받아 영주비자를 신청한 상태이다.

호주의 대규모 이민자 수용,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의 대규모 이민자 수용 정책이 시작된 이래 1990년대까지 1990년대까지 호주에 입국하는 새 이주자들에게 영주비자(permanent visa)가 발급됐다.
이후 이민정책은 현재 매년 수용자 상한선이 있는 영주비자를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워킹홀리데이 비자발급 제한 이외에 대부분은 인원 제한이 없는 임시비자(장단기 취업 비자 등)를 발급해 해외 인력이 호주로 입국하도록 하고 있다. 이호 인해 매년 호주가 받아들이는 영주 이민자 수는 감소됐다.
현재 호주로의 영구 이민자(영주권 제공) 유입은 연간 16만 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는 수년 전 19만 명에서 3만 명이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또한 별도의 인도주의 이민 프로그램(난민 수용 등)을 통해 추가로 1만3,750개의 영구비자를 부여하고 있다.
영주이민은 호주에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 가운데는 숙련기술 이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 회계연도(2020-21년) 연방정부가 할당한 호주 영주비자 발급 수는 7만9,600개였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2018년까지 평균 12만5천 개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2021-22년) 정부가 정한 숙련기술자 영주비자 발급 수는 7만9,600개이다.
한편 현재 호주가 발급한 임시비자 소지자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2007년 약 50만 명이었던 장단기 취업비자 소지자 수는 현재 약 100만 명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그라탄연구소의 최근 보고서는 호주의 연간 이민자 수용 규모를 제안하거나 호주 내 가족 초청 또는 인도주의적 이민 프로그램에 대한 권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보고서는 ‘전 세계적 전염병 사태 이후의 호주 숙련기술자 영주이민 재고’라는 제목에 걸맞게 정부가 기술 인력을 어떻게 선정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매년 호주 각 산업 분야의 기술인력 부족 직군을 선정하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이민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를 장단하고 대신 연간 최소 8만 달러의 임금을 받는 모든 직종의 근로자가 고용주 후원(고용주 스폰서쉽) 비자를 통해 영주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권고안을 제시했다.

“숙련기술 이민자 수용,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라탄연구소의 경제정책 프로그램 책임자인 브랜던 코츠(Brendan Coates) 연구원은 정부의 현 이민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기술이민은 호주에 잘 작동되어 왔다”는 그는 “하지만 근래의 영주이민 수용 정책 변화는 호주 노동시장에서 높은 소득을 올리는 젊은 인력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호주사회에 실질적 이득이 덜하고 영어 능력도 취약한 고령 인구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 같은 영주비자 부여 대상을 변경할 경우, 이들(새로이 비자를 발급받은 이민자들)로부터 연간 90억 달러의 개인 소득세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호주의 구매비용 후불제(buy-now-pay-later) 거대기업 중 하나인 ‘Afterpay’ 사의 다미안 카사브기(Damian Kassabgi) 정책 책임자는 그라탄연구소가 제시한 많은 이민 권고사항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보다 유연한 비자발급 제도와 변화를 통해 정부가 호주 거주자들을 잃지 않고 그들이 빠른 시간 내에 호주에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염병 사태에서 ‘Afterpay’ 사는 회사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고, 지난 12개월 사이 600명을 신규로 고용하는 등 직원 수도 두 배가 늘어났다. 이 회사의 고용 인력은 대부분 33세에서 38세 사이의 밀레니얼 세대로, 해당 분야에서 높은 기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숙련기술 인력, 
공공 혜택에 비해 더 많은 세금 납부

보고서는 숙련기술 이민자들의 경우 대개는 평생 그들이 받는 공공 서비스와 정부 혜택에 비해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기에 호주 지역사회에 재정적 배당을 발생시킨다고 보고 있다. 그라탄연구소가 제시하는 이민정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가 제안한 이민정책의 주요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구소의 브랜던 코츠 연구원은 “호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이 호주 현지인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임금 수준을 낮춘다는 노동계 일각의 시각과 달리 최근 연구는 이들이 호주 노동자들의 임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도의 숙련기술 인력의 유치를 우선시 하는 것이 저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임은 물론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또한 전염병 사태 이후의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는 정부 입장에서 큰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호주의 기술이민에는 4가지 길이 있다. 호주 입국시 영주비자 없이 취업비자를 갖고 입국하는 것은 고용주 후원이다.
비자 발급의 다른 길은 토인트 테스트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테스트는 연령, 자격, 경력 수준 등 다양한 이민자 특성을 평가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에게 연주비자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대개의 젊은 이민자들, 심지어 영어가 능숙한 이들조차 충분한 점수를 받기가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라탄연구소 보고서는 이 같은 포인트 테스트가 젊고 숙련기술을 가진 이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선발하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춘 독립적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보고서는 비즈니스 투자혁신 프로그램과 관련, 이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비자 프로그램은 혁신을 지원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호주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호주의 사업체를 인수하려는 이들을 우선시 한다는 목적이다.
코츠 연구원은 “하지만 이익이 나오지 않을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거나 호주사회에 도움이 될 기업가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연방정부가 이 같은 기업투자 비자 수를 1만1천 개로 두 배 이상 늘이기로 한 결정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업가 정신이나 투자에 관한 한 호주사회에 많은 것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츠 연구원은 이 비자 프로그램을 폐지할 경우 영주비자를 받는 숙련기술 이민자의 평균 연령은 거의 2년이 낮아지고, 이들이 평생 동안 호주에 납부하는 개인 소득세는 37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호주 연주비자를 받는 네 번째 비자 클래스는 글로벌 인재 프로그램으로, 이는 특정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를 적극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8-19 회계연도에 1천 개의 비자발급을 시작으로 2020-21년 계획에는 1만1천 개로 급격히 확대됐다. 코츠 연구원은 이 프로그램 또한 그 가치가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주비자를 부여받아 호주에 거주하는 이민자의 절반 이상은 임시 비자를 소유한 채 이미 호주에 거주하던 이들이다. 이를 숙련기술 이민자로 한정해 보면 거의 70%에 달한다.
이런 점에서 코츠 연구원은 “정부는 단기 기술인력 부족을 메우려는 취지이나 정작 그들이 납부하는 엄청난 세금의 혜택은 포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호주이민자카운슬(Migration Council of Australia)의 칼라 윌샤이어(Carla Wilshire) 대표는 현재 100만 명의 임시비자 소지자를 영주 이민자 후보로 보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임시비자 소지자들이 호주에 영주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그녀는 “이제는 영주이민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임시 이주와 영구 이주 사이의 연결고리를 구축하여 이민자들이 평생 기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때”라고 제시했다.

“이민자들, 
팬데믹 이후의 경제회복에 도움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 전염병 사태가 우리의 미래 노동력을 재설정할 수 기회라고 말한다. 아울러 호주가 ‘살기 좋은 국가’로 인식돼 있다는 데 동의한다.
실제로 가장 최근인 2020년, 한 경제이주 조사 결과 호주는 세 번째로 선호되는 국가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숙련기술 이민자를 적극 유치하는 경쟁 국가들에 비해 전염병 사태 관리 측면에서 호주의 성공적 사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칼라 윌샤이어 대표는 “시간이 흐르면서 호주의 이민 프로그램에는 많은 복잡성이 도입됐다”면서 “그라탄연구소 보고서의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정부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이민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인구통계학적 배당, 이들이 호주사회에 제공하는 장기적 기여를 적극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는 “숙련기술 이민자들은 호주의 일자리 확대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 연방 내무부 대변인은 숙련기술 이민 프로그램에 대해 “호주 경제, 인구, 노동시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이어 “숙련기술 이민 프로그램의 장기적 문제를 검토하고자 알렉스 호크(Alex Hawke) 이민장관이 의회 조사를 요청했다”면서 “오는 7월 의회 권고안이 나오면 이 프로그램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Afterpay’ 사의 다미안 카사브기 정책 책임자는 “호주의 경우 이번 전염병 사태를 효율적으로 관리한 탓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일하고 싶은’ 국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배웠다”며 “전염병을 안전한 방식으로 관리하고 경제를 견고하게 유지하며 많은 이들이 여전히 만족스러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호주가 부족한 한 가지는 경험”이라며 “그것은 기술이민 프로그램이 지속되는 동안 글로벌 비즈니스를 구축한 기업 생태계”라고 말했다. 즉 많은 인재들이 실리콘 밸리, 상하이, 런던에 있다는 것으로, 호주는 그 동안 휴가를 보내기에 좋은 지역, 가족들과 거주하기에 적합하고 경제적 안정을 누릴 만한 국가,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여행지로써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능숙했지만 고도의 기술 인재를 유치하는 데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 현 호주의 영주비자 부여 제도
1. 포인트 테스트 기반의 숙련기술 이민(Points-tested skilled migration) : 신청자는 연령, 자격, 보유 기술 및 영어구사 능력 등을 평가, 일정 포인트 이상이면 영주비자 부여
2. 고용주 후원(Employer-nominated) : 고용주가 추천한 사람
3. 투자이민(Business innovation and investment) : 비즈니스 혁신에 성공한 이들, 또는 투자자, 호주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이들
4. 글로벌 인재(Global talent) : 정부가 지정한 10개 분야의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

■ 그라탄연구소 권고
1. 투자이민(Business innovation and investment) 비자 프로그램 폐지
2. 글로벌 인재(Global talent)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독립적 평가
3. 호주 내 부족 직군 숙련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영주비자 부여를 목표로 하지 말 것
4. 고용주 후원(Employer-nominated) 비자는 연간 8만 달러 소득을 올리는 모든 직종의 근로자에게 제공
5. 포인트 테스트를 거쳐 영주비자 부여하는 경우 젊고 숙련된 기술 인력을 잘 선발하기 위해 독립적 검토를 의뢰
6. 연방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는 숙련기술 인력 영주비자 관리를 개선하고 비자발급 처리기간을 단축해야 함

-
현재 호주가 부여하는 영주비자 수가 연간 16만 개로 제한되어 있는 가운데 호주 정책연구 싱크탱크인 ‘그라탄 연구소’(Grattan Institute)가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 이민자 스폰서쉽(고용주 후원)을 간소화하고, 젊고 숙련 기술 인력을 수용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보다 높은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진 : Institute of Public Affairs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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