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바이러스 전염 기간에 우여곡절 끝에 집을 두 번이나 나는 이사를 하였다. 이 동네에 30여년 넘게 오래 살아서 제2의 고향 같아서인지 다른 곳으로 떠나기는 싫어 같은 동네에 집을 구했다. 단독 주택에 뒤뜰이 좀 넓은 잔디밭과 빨래 건조대가 특별히 눈에 뜨이는 집이다. 나와 아내, 두식구가 살기에는 뒷마당이 경제적으로 아까운 공간이지만 이사 스트레스와 이사 오기 전 집주인과 분쟁에 시달려 이곳에서 삶의 여유를 불러 올수 있을 것 같았다. 뒤뜰에 푸른 잔디와 울타리 주변에 큰 떡갈나무와 관목들이 몇 그루 버티고 있어 고향의 향수가 풍기기도 하고 독서나 운동, 취미생활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뒤뜰 한쪽에 넓게 자리 잡고 있는 빨래 건조대에 천막을 치면 바이러스기간에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이사를 한 후 그 이튿날 천막을 쳤다. 아침에는 바깥 햇볕이 따뜻해서 이곳에 의자와 테이블을 놓으면 야외식탁과 책상으로서 제격이다. 손님이 올 때는 야외 바베큐장이 되기도 한다. 그 옆 외벽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어 양동이에 물을 담아 놓으면 온갖 새들이 날라 와서 서로 주둥이를 맞대고 물을 찍어먹고 좋아서 짹짹거리고 춤을 추며 나른다. 특히 화려한 무지개빛 잉꼬새들이 몰려들어 지저귀는 자연의 노래 소리와 포르르 나는 모습, 꽃과 향기를 찾아 날라 온 나비와 벌들의 행진은 마치 자연의 오케스트라 향연을 펼치는 것 같다. 테이블에 아침 식사를 하면서 모바일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와 인기 있는 명곡과 트롯트도 보고 들으며 좋은 음악이 나오면 같이 흥에 겨워보기도 하고 따라 불러보기도 해본다. 이전의 집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여유롭고 즐거운 일상으로 낭만을 즐긴다. 예전 같으면 빨래 건조대에 텐트와 테이블을 놓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지만 열린 공간에서 푸른 잔디, 따뜻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바이러스도 피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어 좋다. 아내는 빨래 너는 공간이 적다고 궁시렁 대어서 빨래를 널기 위해 한쪽 공간을 비워주고 비가 올 때는 전천후 건조대가 되어 효율적이라고 했더니 ‘아이디어가 좋다’고 싱긋 웃는다.
그 사이에 아들 녀석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고국에서 보내온 8살 손자의 롤라 스케이트와 자전거 잘 타는 영상을 잔뜩 자랑하며 보내온다. 자랑에 취해서인지, 부모에게 안부는 잊었는지, 의례히 부모는 잘 있으리라 생각해서인지 한마디 안부가 없어 아쉽기도 하다. 해외에 있는 딸로부터의 ‘잘 있다’는 소식으로 자위해 본다 오히려 엄마 아버지 걱정을 하는 딸은 부모님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잘 견디는지 걱정이 되어 수시로 해외에서 전화를 한다. 나는 감사와 애틋한 사랑을 표시하여 그곳에서 ‘너의 건강이나 잘 챙겨라’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고 전화를 주기도 한다. 몇 지인들로부터 전화로 병상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면 가보지 못해 기도도 하고 때로는 옛 형제들의 아픈 삶의 이야기로 가슴이 저리어 오기도 한다. 흘러가는 세월, 희나리와 같은 삶에 안타갑기도 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기간이라 가 볼 수도 없어 애만 태우며 치료제와 백신으로 전염병이 빨리 사라지기를 간절히 염원해본다.
얼마 후 빨래대의 지붕덮개를 집게로 듬성듬성 꽂아두었던 천막이 밤사이 강풍에 휘날려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어떤 지역은 폭풍 피해가 심하고 한파까지 겹쳤다니 자연위력 앞에 인간의 왜소함을 실감한다. 엉망이 된 천막을 다시 정리하여 치고 더 단단히 고정하였다. 찢기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어느새 햇빛이 강렬해 빨래줄 한쪽 천막에 얇은 커텐으로 가리었다. 햇빛을 부드럽게 투과하여 온화한 공간이 되어 밝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가 더 일품이다. 빨래걸이에 걸어 놓은 수건이며 옷가지를 쳐다보면 어릴 적 추운겨울날 밖에서 언 손을 녹여가며 찬물로 빨래를 하던 어머니의 생각이 나 아내의 빨래에 고마움을 느낀다.
텐트 속에 있으면 젊은 날 직장퇴근길에 포장마차 속에서 친구들과 소주한잔에 오뎅 안주로 하루에 일어났던 진솔한 이야기로 그리웠던 푸근한 정과 맛이 그 시절을 되돌아 놓기도 한다. 더더욱 주위의 꽃들이 피고 새들이 지저귀며 나비, 벌들이 모여드는 이 아름다운 봄을 맞이하여 바이러스 격리기간에 그동안 친구들은 잘 있을까. 아쉬움만 가득하다. 그들과 함께 언제 종달새같이 되어 봄을 같이 노래 할 수 있을 런지. 일상생활에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던 텐트의 고마움을 느껴보는 순간이다.
![[산문광장] 천막 속의 쉼터 / 양상수/수필가,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https://www.koreanherald.com.au/wp-content/uploads/2020/10/산문광장.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