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전역에서 매일 수백만 개씩 사용되는 커피 캡슐이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간편함과 가격 경쟁력 덕분에 가정용 커피 캡슐은 빠르게 확산됐지만, 재활용률은 여전히 낮아 대부분이 매립지로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커피 캡슐 급증
커피 캡슐은 1990년대 호주에 처음 도입됐다. 현재는 하루 약 300만 개의 커피 캡슐이 전국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것보다 저렴하고, 집에서 손쉽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소비를 부추겼다.
그러나 사용된 커피 캡슐 가운데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그 결과, 쉽게 재활용할 수 없는 일회용 커피 캡슐 수천 톤이 매립지로 보내지며 환경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귀걸이 업사이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행동에 나선 이도 있다. 디자이너 리지 버스코프(Lizzie Burscough)는 지난 6년간 사용된 커피 캡슐의 껍질을 활용해 화려한 귀걸이를 제작해 왔다.
그는 처음부터 쓰레기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용된 커피 캡슐을 보고 그냥 ‘왜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호기심은 지금까지 약 4만 개의 커피 캡슐을 매립지에서 돌려세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버스코프는 “뚫리는 부분인 밀봉 필름만 빼고는 캡슐 전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물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게 늘 머릿속을 자극한다.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이건 정말 제대로 꽂혔다.”
수거 시스템
제작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참여자는 점점 늘고 있다. 친구, 전직 미용사였던 시절의 고객,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결된 낯선 사람들까지 각자 사용한 커피 캡슐을 모아 보내고 있다.
우편비는 버스코프가 부담한다. 수거된 캡슐은 골드코스트(Gold Coast)에 있는 직원에게 보내진다. 이곳에서 커피 찌꺼기를 비워 퇴비화하고, 껍질을 세척한 뒤 납작하게 두드린 후 다시 디자이너에게 전달된다. 그는 “과정이 꽤 체계적”이라며 “사람들이 이야기에 공감해 길에서 ‘귀걸이 예쁘다’며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요즘은 예전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훨씬 높아졌다.”
재활용 한계
문제는 대부분의 커피 캡슐이 일반 재활용 시스템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커피 찌꺼기는 노란색 뚜껑 재활용 통에 들어가면 다른 재활용품을 오염시킬 수 있고, 캡슐 크기가 작아 재활용 시설의 분류 과정에서 틈새로 떨어지기 쉽다.
퀸즐랜드 공과대학교(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디자인스쿨 소속 티지아나 페레로-레지스(Tiziana Ferrero-Regis)는 캡슐의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커피 캡슐, 캡슐, 1회용 제품 등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대부분은 재활용이 어렵거나 복합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폴리라미네이트, 알루미늄, 플라스틱이 겹겹이 붙어 있는데, 이 세 층을 손으로 분리해야 한다.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든다.”

소비자 책임론
페레로-레지스는 편의를 이유로 캡슐 커피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사용 후 캡슐을 일일이 분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봤다. “우리는 늘 소비자에게 ‘올바른 선택’을 요구한다. 마치 개인이 지구를 구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너무 큰 요구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커피 캡슐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는 “생산자가 자사 제품에서 나온 쓰레기를 다시 회수해야 한다”며 “문제는 소비자 행동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생산자 책임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책임을 지는 ‘제품 책임제(Product Stewardship)’는 일부 기업이 이미 도입한 방식이다. 대형 브랜드들은 유료 반송 봉투나 기업용 수거함 등을 통해 자사 제품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줄이려 하고 있다.
호주 비영리단체 플래닛 아크(Planet Ark)는 폐기물이 최소화되고, 제품이 ‘수명 종료 시점’에도 갈 곳이 있도록 하는 순환경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산업·소비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플래닛 아크의 제품책임 총괄 보 바운디(Beau Boundy)는 이 접근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주요 커피 캡슐 제조사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사용된 캡슐을 모으고, 처리해 다시 자원으로 돌리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나의 통합 시스템이 갖는 효율성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더 많은 생산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수록 비용은 낮아진다.”
팟사이클 실험
플래닛 아크의 지원 아래, 커피 캡슐 업계 주요 업체들은 공동 제품 책임제 도입에 나섰다.
이 실험적 프로그램은 ‘팟사이클(PodCycle)’로 불린다. 팟사이클은 2024년부터 빅토리아주(Victoria)와 뉴사우스웨일스주(New South Wales)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브랜드 구분 없이 모든 커피 캡슐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주최 측은 2026년 전국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바운디는 “현재까지 이 시스템을 통해 5만5천 개의 캡슐을 수거했다”며 “지금은 작동 가능성을 입증하는 단계이며, 향후 확장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인식 전환 필요
전국 도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올바른 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운디는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이 자원들이 매립지가 아니라 순환경제 안에 머물 수 있도록, 명확한 안내와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