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고에도 헤즈볼라 깃발과 유대인 혐오 상징 사용
호주 전역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수 천명이 거리로 나와 중동 가자와 레바론 지역에서 즉각 휴전할 것으로 촉구했다.
6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시드니 도심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이스라엘 국기 가운데 ‘다윗의 별’ 대신 나치 독일을 상징하는 ‘스와스티카’ 문양을 인쇄한 깃발을 들고 나온 한 남성이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NSW주 경찰은 기소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이 남자가 든 깃발은 유대인에 대한 인종 증오를 담은 것으로 간주됐다.
멜버른에서는 빅토리아 주립도서관 앞에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모여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이번 전쟁 중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어린이를 상징하는 수천 개의 종이 연을 주립도서관 앞에 놓고 순서를 시작했다.
종이 연 전시를 준비한 루카스 리는 “이들은 장난기 많고, 밝고,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들이었다”면서 “우리는 가자에 사는 아이들이 세계 어디에 있는 아이들과 같다는 사실을 알리기 원한다”고 말했다.
호주 팔레스타인 지지 네트워크의 누라 만수르 정치분석가는 “지난 1년은 팔레스타인 공동체에게는 힘든 시기였다”면서 “이제 이스라엘의 폭력이 레바논에 있는 우리 형제자매와 가족을 목표로 마구 퍼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후 시위대는 멜버른 도심을 통해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으로 이동했으며, 인도자들은 확성기로 구호를 외쳤다.
자신타 앨런 빅토리아주 총리는 경찰이 예정된 시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에 대응할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에는 다른 사람들의 슬픔과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책임이 따른다”면서 “오늘은 이해의 날이어야 한다. 중동의 갈등을 멜버른이나 빅토리아 거리로 가져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드니에서는 시위대가 하이드 파크에 모인 후 도심으로 행진했다.
팔레스타인 행동모임의 조쉬 리스는 이날 시위에서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에서 “계속되는 집단 학살”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이 시작한 레바논 전쟁은 이제 이란과의 지역 전쟁으로 커지고 있다”면서 “ 그래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시위에 나서야 할 이유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주 NSW 경찰이 대법원을 통해 시위를 막으려는 시도 이후에 나온 것이다. 리스는 NSW주 대법원을 통해 시위를 봉쇄하려고 시도한 경찰에 대해 “당국이 우리 시위를 막으려는 비열한 노력을 하는 것을 보았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그에 반발하여 거리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드니 하이드 파크 시위에 참여한 로웨나 카시르는 “오늘 아침 베이루트 공항으로 가는 길과 시리아와 레바논 사이에 주요 도로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이제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으며 무언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호주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애들레이드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100명 이상이 남호주주(州) 의회 의사당 앞에 모였다. 또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소수 시위대는 애들레이드 중심 업무 지구에서 전쟁 인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날 호주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 그리고 이란까지 참전하는 중동 전쟁이 터진 계기가 된 2023년 ‘10월 7일 참극’ 1주기를 하루 앞두고 벌어졌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남부 이스라엘 정착지를 기습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잡는 등 학살극을 벌였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팔레스타인 정착지인 가자기구를 대상으로 큰 규모로 보복전을 벌이면서 중동전쟁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후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가 연이어 암살 또는 폭사하면서 최근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200기가 넘은 로켓포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팔레스타인을 중심으로 민간인 피해 역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41000명이 넘게 사망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1년간 국경 전투로1900명 이상 사망하고 9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지난 2주 동안 이스라엘이 한 레바논 폭격으로 발생했다.
이날 집회에 앞서 호주 경찰 당국은 참석자들에게 호주에서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깃발이나 지난 9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이미지를 소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 시위에서 NSW주 경찰은 군중 속에서 녹색과 노란색 깃발을 점검했으며, 공원 주변에는 불법적 상징물에 대한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헤즈볼라 깃발은 지난주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열린 집회에서 사용돼 호주연방 경찰(AFP)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지된 테러 조직의 상징을 공개 전시하는 것은 호주 법률에 따라 특정 경우 형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징이 인종, 색깔,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 의견, 국적 또는 사회적 출신으로 구별되는 집단의 구성원을 향한 모욕, 굴욕 또는 모욕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한편, 멜버른 사우스뱅크 지역에서는 유대인 수백 명이 ‘10월 7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모임을 가졌다. 일부는 군중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들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10월 7일 공격에서 포로로 잡힌 사람들의 이름을 큰 개 목걸이에 적어 놓기도 했다.
(정동철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