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비용 최우선 과제
호주 내 500곳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에너지 비용이 기업들의 최대 경영 과제로 꼽혔다. 새 분석에 따르면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을 미국 관세 무역 교란보다 약 세 배 더 큰 우려 요인으로 평가했다. 여러 기업 경영진들은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에너지 비용 급등이 수입업체와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의 약 19%는 인력 감축을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기업 경영진의 우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최근 마이크 헨리(Mike Henry) BHP 최고경영자, 마크 바셀라(Mark Vassella) 블루스코프(BlueScope) CEO 등이 잇따라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강하게 비판한 흐름과 맞물린다. 오리카(Orica), 인사이트 피벗(Incitec Pivot), 보랄(Boral), 웨스파머스(Wesfarmers) 등도 같은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소프트웨어 회계 기업 MYOB가 실시했으며, 조사 대상 526개 기업 가운데 가장 큰 우려로 꼽힌 것은 에너지 요금이었다. 그 뒤를 인플레이션이 이었고, 관세 변화·국제 무역 불확실성은 에너지 비용보다 3배 적게, 사이버 공격 위험보다 7배 적게 우려된다고 답했다. 폴 롭슨(Paul Robson) MYOB CEO는 “이번 연구 결과는 중견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 바로 에너지 비용 상승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산업별,지역별 차이
에너지 비용에 대한 우려는 특히 제조업, 운송 물류, 도매업, 레크리에이션 서비스 등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직원 수 200-500명 규모 기업에서 그 비율이 높았으며, 지역별로는 빅토리아(Victoria)와 NSW 주가 가장 큰 우려를 보였다. 반면, WA 주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멜번(Melbourne) 교외 댄데농 사우스(Dandenong South)에 위치한 금속 부품 제조업체 어벡그룹(Abeck Group)의 피터 안젤리코(Peter Angelico) 대표는 에너지 요금 급등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정부가 말하는 ‘에너지 비용’에는 송전비나 환경 비용 같은 추가 요금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지난 4년만 봐도 비용이 내려갈 기미는 없고, 이는 수입업체와 경쟁에서 불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어벡그룹은 석유 시추용 사다리에서부터 기관차 냉각용 파이프까지 다양한 금속 부품을 제조한다.
경쟁력 약화 지적
BHP의 헨리 CEO는 지난달 주주 포럼에서 “호주의 전기 요금은 경쟁국보다 2-3배 높으며, 미국보다도 50-100% 비싸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센터 기업 넥스트디씨(NEXTDC)의 크레이그 스크로기(Craig Scroggie) CEO도 “높은 에너지 비용은 호주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호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청정하고 안정적이며 저렴한 전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주 전역의 기업들이 모두 에너지 비용을 경영 과제에 포함시키고 있다. 웨스파머스 경영진도 최근 실적 보고에서 “2026 회계연도에도 노동, 에너지, 공급망 비용으로 인한 국내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화·AI 활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AI 활용 확대
MYOB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25%가 인건비 상승을 걱정하고 있었으며, 19%는 이미 올해 AI를 활용해 인력을 감축했다. 특히 광업 기업의 75%, 예술 레크리에이션 서비스 기업의 33%가 AI로 인력을 줄였다고 답했다. 향후 12개월간 영업 고객 관리와 급여 인력 관리 분야에서 AI를 도입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40%였다. 지난 12개월간 AI를 사용한 기업의 40% 이상은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무역 불확실성은 낮은 우려
국제 무역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기업은 9%에 불과했다. 롭슨 MYOB CEO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최근 발표된 미국 수출 관세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미국에 수출하는 일부 기업에게는 여전히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견 수출 기업들은 공급 비용 고정, 해외 계약 재검토, 신시장 개척 등으로 위험 노출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신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기업은 15%였다. 호주통계청(ABS-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이 목요일 발표한 가계 지출 지표는 8월 0.1% 증가에 그쳐 경제학자 예상치 0.3%를 밑돌았다. 또 ANZ-로이 모건(ANZ-Roy Morgan) 소비자 신뢰 지수는 이번 주 화요일 86.5포인트를 기록해 평균치 109.4보다 여전히 낮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호주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가 단순한 비용 상승에 그치지 않고, 산업 경쟁력과 고용 구조 전반을 흔드는 문제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 비용은 당장 눈앞의 부담일 뿐 아니라, 기업들이 미래 전략을 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차원의 생산성 개선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정부의 장기적 에너지 정책과 안정적 전력 공급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AI와 같은 신기술 활용이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고용시장과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역시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