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HW의 국민건강 보고서, 2020-22년 출생자 예상 수명 ‘남성 81.2년-여성 85.3년’
만성질환자 증가로 더 많은 1차 진료 필요… 국가 보건 지출, 1인당 약 9,300달러
호주인 기대 수명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또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더 많은 이들이 만성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더 길어진 삶을 보내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1차 진료(primary care. 일반의인 GP, 약국, 관련 의료 전문가 등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가장 먼저 방문하는 보건의료 관리)가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7월) 첫주 공개된 국가 건강에 대한 보고서는 2020~2022년 태어난 아이의 예상 수명을 남성 81.2년, 여성 85.3년으로 분석했다. 두 경우 모두 0.1년 단축된 것이다.
이 보고서는 호주 보건복지연구원(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AIHW)이 내놓은 것으로, 동 연구원은 매 2년마다 호주인의 건강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다.
호주의 건강 부문 지출은
2021-22 회계연도, 호주는 국민 보건에 약 2,41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1인당 약 9,365달러에 이르는 수치이며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율로 보면 38개 OECD 국가 중 15번째이다.
호주의 보건비 지출은 국내 총생산의 약 10.5%에 해당한다. 이는 OECD 국가의 중간 지출에 비해 약간 높지만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을 포함해 일부 국가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AIHW의 이번 보고서에서 중요한 점은 △사회경제적 최하위 지역 거주민의 공공보건 이용 비율이 가장 높지만 서비스 이용률은 가장 낮았으며, △질병을 앓는 기간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약 1년이 늘어났고, △우울증, 불안, 치매, 만성간질환 등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만성질환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이 같은 내용에 따라 보건 분야에서는 정부의 추가 의료비 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만성질환자, 증가 추세
호주인 대다수(10명 가운데 6명)는 현재 만성질환을 안고 있다. 보건 당국은 더 많은 이들이 복합 만성질환(multiple chronic conditions)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복합 만성질환 증가 전망)는 만성질환이 공유하는 공통된 위험과 질병 경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부터 2022년까지, 만성질환은 호주인 사망의 약 90%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 암 등은 45세 이상 인구의 가장 일반적인 사망 원인이 되었으며, 치매는 85세 이상 인구의 사망을 불러온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었다.
호바트(Hobart) 소재 ‘Menzies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의 보건경제학자 마틴 헨셔(Martin Hensher) 교수는 “만성질환 또는 여러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의 증가로 더 많은 진료 서비스, 특히 1차 진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만성질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과 수요를 높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한 헨셔 교수는 “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비해 이용가능한 자원을 늘리거나 다른 방식으로 돌봄 서비스를 할당함으로써 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헨셔 교수는 호주의 의료비 지출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이면서 “그러므로 문제는, 그 지출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얻었는가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만성질환 부담이 증가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가치가 있는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는 부분에 지출되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COVID-19,
기대 수명에 미친 영향은
AIHW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은 호주인의 기대 수명에 분명 영향을 주었다. 헨셔 교수는 또한 기대 수명 단축이 이 전염병에 의한 결과라고 믿고 있다.
2022년, COVID-19는 호주인 사망 원인 세 번째를 차지했다. 호주에서 전염병이 상위 5가지 사망 원인에 포함된 것은 반세기 만에 처음이다.
2020년 초, 팬데믹 사태가 시작된 이후 올해 2월 29일까지, 호주에서는 2만2,000명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제, 이 바이러스에 의한 병원 입원환자 수는 둔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호주인 기대 수명 단축은 2022년, 사망자가 증가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의 거의 절반은 COVID-19에 의한 것이고 그 외는 다른 원인의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2020~2022년 사이 태어난 남성과 여성 수명은 각각 81.2년, 85.3년으로 분석된 것이다. 호주인의 기대 수명이 짧아진 것은 수십 년 만의 일이다.
기대 수명 감소를 겪은 국가는 호주만이 아니다. 미국은 78.9세에서 76.4세, 영국은 81.3세에서 80.4세로 더 큰 감소폭을 보였다. 헨셔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기대 수명은 호주보다 더 크게 감소했다”며 “이는 전염병에 의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영국 등 다른 OECD 국가에서는 전반적으로 기대 수명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속적인 예상 수명향상 추세는 다소 힘이 떨어질 수 있다”는 헨셔 교수는 “호주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증거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이는 우리가 계속 주시해야 할 폭넓은 추세”라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