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대중국 고율 관세 정책과 관련해 “정책 전환 과정의 문제(transition problems)”를 인정하면서도 미국 경제는 “매우 양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 전쟁 악화로 월가 주가는 또다시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내각 회의에서 “일부 국가들과 협상 중”이라고 말하며, 백악관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관세가 누적 145%에 달한다고 정정 발표했다.
당초 관세 총합이 125%로 알려졌지만, 이는 연초 중국의 펜타닐(fentanyl) 공급 개입 의혹으로 이미 부과된 20%의 추가 관세에 더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부과한 대중국 관세는 총 145%로, 기존 행정부의 관세에 더해졌다.
“정책 전환 과정의 문제와 추가 비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엔 멋진 결과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제조업 유치를 위해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지를 강조했다. “우리는 수십 년 전 했어야 할 일을 지금 하고 있다. 상황을 방치해 너무 많은 다른 국가들이 우리의 희생으로 성장하도록 놔뒀다”고 주장했다.
중국 “굴복하지 않겠다”
같은 날 밤 중국 지도부는 위기 대응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시진핑(Xi Jinping)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Mao Ning) 대변인은 사회관계망 서비스 X에 “우리는 도발에 굴복하지 않는다”며, 마오쩌둥(Mao Zedong)의 발언을 인용한 영상 링크와 함께 “중국은 도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해당 영상은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마오 주석이 인민해방군을 파병하며 연설한 장면을 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주택, 소비 지출, 기술 혁신 지원 대책”을 주제로 회의를 준비 중이며, 금융당국도 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책을 논의하기 위해 별도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EU, 보복 관세 90일 유예
한편 유럽연합(EU)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계획 수정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90일간 보류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협상 기회를 주기 위해 관세 패키지 시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EU는 하루 전인 10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첫 보복 조치를 승인한 상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 관세 유예 발표에 따라 최종 대응을 일단 멈췄다. “회원국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은 EU 보복 조치를 최종 확정하는 대신, 90일간 보류할 것”이라며,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즉시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통상담당 마로셰 셰프초비치(Maros Sefcovic)는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무역대표부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와 통화했다”며 “지속적인 소통과 일일 업데이트를 통해 협상 진전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이날 약 380억 달러(€210억) 규모의 미국산 제품—대두, 오토바이, 미용제품 등을 포함—에 대해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 관세(20%) 및 자동차 분야에 대한 별도 대응도 검토 중이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추가 대응책 마련 작업도 계속 중이며,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표에 대해,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하며 “EU는 미국과의 건설적인 협상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EU는 미국과의 양자간 협상에서 자동차 및 기타 산업재에 대해 관세 면제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