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식료품 가격 폭리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자 콜스(Coles)와 울워스(Woolworths) 등 대형 슈퍼마켓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조치로 가계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유통업계는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규제 도입
정부는 ‘과도한 식료품 가격 책정(excessive pricing of groceries)’을 제한하는 규칙을 도입한다. 이 규제는 대형 유통업체가 공급 비용과 합리적인 이윤을 초과하는 가격을 책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가족들이 매주 장을 볼 때 더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핵심 조치”라고 설명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7월 이후 대형 슈퍼마켓들은 위반 건당 최대 1,000만 달러, 부당 이득의 3배 또는 직전 12개월 매출의 10% 중 더 큰 금액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ACCC 조사
앞서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콜스와 울워스가 사실상 ‘근접한 양강 체제(near-duopoly)’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적극적인 가격 경쟁을 벌일 유인이 적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콜스와 울워스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슈퍼마켓 중 하나라는 점도 언급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들이 소비자에게 가격 폭리를 취했다고 직접적으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또한 소비자법상 높은 마진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슈퍼마켓 가격이 ‘과도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나 정의는 시도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콜스와 울워스 역시 가격 폭리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콜스 반박
콜스는 추가 규제가 식료품 가격 인하의 해법이 아니며,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콜스 대변인은 “생활비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에 이런 규제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콜스 측은 “고객이 콜스에서 100달러를 쓸 때 회사가 남기는 이익은 약 2.43달러, 즉 1달러당 3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시가총액이 290억 달러를 넘는 콜스는 에너지, 물류, 인건비, 보험료, 생산비 등 전반적인 비용 상승이 상품을 매장에 진열하고 판매하는 데 가장 큰 압박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울워스 우려
울워스는 가격 폭리 금지 조치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일으켜 소비자들이 할인 혜택을 놓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가총액 약 360억 달러의 울워스는 “7분기 연속으로 소비자에게 가격 인하와 절감 효과를 제공해 왔다”고 강조했다.
울워스 대변인은 “이 법은 콜스와 울워스, 두 개의 호주 소유 기업만을 겨냥한 전례 없는 규제”라며 “경쟁 환경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훨씬 규모가 큰 외국계 유통업체들은 새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 불공정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비판
재계 역시 정부의 가격 폭리 금지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호주기업위원회(BCA-Business Council of Australia)의 브랜 블랙(Bran Black) 최고경영자(CEO)는 “모두가 호주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 완화를 원하지만, 규제는 반드시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결과와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하려면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공급망 전반의 비용 압박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
ACCC 보고서는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 사이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의 두 배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콜스, 울워스, 알디(Aldi)의 추가 이익이 가격 인상의 일부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호주소매업협회(ARA-Australian Retailers Association)의 크리스 로드웰(Chris Rodwell) 최고경영자도 성명을 통해 “가격 폭리 금지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로드웰 CEO는 “이 조치는 증거가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며, 오히려 호주 가정의 식료품 가격을 더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
짐 차머스 재무장관은 이번 제도 변경이 경쟁 당국에 슈퍼마켓을 보다 강하게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머스 장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호주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계산대에서 더 공정한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바로 그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