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응
정부가 치명적인 전염병인 니파 바이러스(Nipah virus)의 확산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마크 버틀러(Mark Butler) 연방 보건부 장관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국제선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생물안보 조치가 강화된 이후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상황을 극도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틀러 장관은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 오든, 입국 과정에서 증상을 보이는 여행객을 관리하기 위한 매우 명확한 프로토콜을 이미 갖추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해당 절차를 변경하라는 조언은 없지만, 사실상 매일 단위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해 12월 인도에서 보건의료 종사자 2명이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이후 나왔다. 현재까지 이들과 접촉한 약 200명에 달하는 밀접 접촉자들은 모두 무증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확진 상황
니파 바이러스의 이번 발병은 인도 서벵골주(West Bengal)에서 확인됐다. 인도 보건당국은 콜카타(Kolkata)의 벨리아가타 종합감염병 병원(Infectious Diseases and Beliaghata General Hospital)에서 약 200명을 격리 조치했으며, 이들은 동부 바라사트(Barasat)에 위치한 나라야나 멀티스페셜티 병원(Narayana Multispeciality Hospital) 소속 간호사 2명의 확진 사례와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원들이다.
초기에는 확진자가 5명으로 보고됐으나, 인도 당국은 이후 재확인을 거쳐 의료 종사자 2명만 확진된 것으로 정정했다. 인도 정부는 “신속하고 포괄적인 공중보건 조치”를 시행해 현재는 발병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병 시점이 아시아 최대 인구 이동이 발생하는 음력 설(Lunar New Year) 기간과 겹치면서 각국 보건당국의 경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 시기는 2020년 초 코로나19(COVID-19)가 급속히 확산됐던 ‘슈퍼 전파’ 시기와도 겹친다.

입국자 방역 조치
호주 정부를 포함해 태국, 네팔, 말레이시아, 홍콩 등은 서벵골주에서 출발한 여행객 가운데 발열, 두통, 어지럼증, 근육통, 인후통, 구토 등 초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대상으로 검역과 선별 조치를 강화했다.
홍콩 정부는 인도 보건당국에 추가 정보를 요청했으며, 의심 사례가 발생할 경우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역시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출발한 항공편을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실시하고, 입국 지점에서 건강 권고문을 배포하고 있다. 또 남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전문가 경고
니파 바이러스와 헨드라 바이러스(Hendra virus), 사스(SARS)의 박쥐 기원 규명에 관여했던 세계적 인수공통감염병 전문가 왕린파(Wang Linfa) 교수는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인도 등에서 소규모 발병이 있었지만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공황 상태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영향 지역에서 입국하는 모든 승객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확보해 추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모든 입국자를 PCR 검사하는 것은 과도하지만, 의심 사례가 발생하면 즉시 검사하고 양성일 경우 이동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니파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매우 중증으로 진행되며 사망률이 극히 높다는 점을 전제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염 특성
니파 바이러스는 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당시 3개 주에서 265명이 감염돼 105명이 사망했다. 이후 바이러스는 돼지를 매개로 한 감염으로 밝혀졌으며, 현재는 방글라데시와 인도 일부 지역에서 풍토병처럼 소규모 유행이 반복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박쥐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다른 동물이나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다. 감염된 박쥐의 침, 소변, 분변에 오염된 과일이나 대추야자 수액(date sap)을 섭취하는 과정에서도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람 간 전파는 혈액, 침, 대변, 정액 등 체액과의 밀접 접촉을 통해 가능하지만, 호흡기를 통한 전파는 코로나19와 달리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치명률
니파 바이러스는 평균 치명률이 40-75%에 달해 에볼라(Ebola)보다도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사망 원인은 호흡부전 또는 뇌염이다. 잠복기는 4-14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백신이나 특이 치료제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World Health Organisation)는니파 바이러스를 코로나19, 지카 바이러스(Zika) 등과 함께 ‘최우선 감시 대상 질병 10종’ 중 하나로 지정했다.
과학계에서는 일부 감염자가 무증상일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만약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사람 간 전파력이 높아질 경우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공식 입장
호주 질병통제센터(ACDC·Australian Centre for Disease Control)는 “현재 호주는 니파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라며 “인도 내 감염 사례와 관련해 추가적인 국경 조치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연방 보건·장애·고령화부(Department of Health, Disability and Ageing)는 기존의 입국자 사전 신고 및 유증상 여행객 선별 시스템을 통해 중증 전염병 의심 사례를 조기에 식별하고, 필요 시 주 보건당국으로 즉각 연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 분석 평가
레이나 매킨타이어(Raina Macintyre) 뉴사우스웨일스대(UNSW·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커비 연구소(Kirby Institute) 글로벌 생물안보 교수는 서벵골주 또는 인도 전반을 대상으로 한 여행 경보와 증상 자진 신고 제도 도입을 지지했다. 그는 “서벵골에서의 발병은 약 20년 만이며, 확진자 두 명이 모두 간호사라는 점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호주국립대(ANU-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의과대학의 피터 콜리뇽(Peter Collignon) 교수 역시 “니파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매우 위험하지만, 전파력이 낮아 대규모 공중보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종사자와 여행객 모두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