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세(Pope Leo XIV)가 첫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치 개입에 대한 입장,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의 차이, 성직자 아동 성추문 문제, 성소수자(LGBTQ+) 환영, 중국과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이번 인터뷰는 가톨릭 전문 매체 크럭스(Crux)의 바티칸 특파원 엘리스 앤 앨런(Elise Ann Allen)에 의해 보도됐으며, 페루에서 출간된 레오 교황 전기와 함께 목요일 현지시간으로 공개됐다.
트럼프와의 거리
레오 교황은 시카고에서 성장했으며, 인터뷰에서 “정당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을 따르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올해 초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이 미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을 언급했다. 당시 서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불법이민자 추방 계획을 신학적으로 옹호한 미국 부통령 JD 밴스(JD Vance)를 강하게 비판했다.
레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응을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하며, 미국 주교들이 앞으로도 이민 문제 등에서 계속 지도력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 부통령과의 대화에서 인간 존엄성을 강조했다”며 “우리가 태어난 곳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며, 정책과 선택 속에서 이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동생 루이스 프레보스트(Luis Prevost)가 ‘트럼프 지지 성향(MAGA-type)’이라며 대통령과 직접 만난 적도 있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세계적 권력자이지만, 경제 논리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계속 질문을 던지고 인간 존엄성을 우선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포용
레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소수자 신자들에게 “모두, 모두, 모두(todos, todos, todos)”를 환영한다고 밝힌 메시지를 이어받았다. 다만, 교회가 오랜 기간 유지해온 성 관련 교리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톨릭 교리는 동성애자가 존엄과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동성애 행위는 ‘본질적으로 무질서’하다고 규정한다. 또한 동성 결혼을 반대하며,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고 명시한다.
레오 교황은 “사람을 특정 정체성 때문에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과 딸이기 때문에 환영하는 것”이라며 “교회 가르침을 바꾸기 전에 먼저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성추문 위기
성직자 아동 성추문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진짜 위기”라고 평가했다.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는 방법도 여전히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발자의 90% 이상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꾸며낸 것이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일부 거짓 고발 사례도 있어 억울하게 파괴된 사제들의 삶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교회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문제
레오 교황은 2018년 교황청이 중국 정부와 맺은 주교 임명 합의에 대해 “단기간 내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합의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당시 체결된 것으로, 중국 내 약 1,200만 가톨릭 신자를 공식 인정 교회와 교황청에 충성하는 지하 교회로 통합하려는 목적이었다.
레오 교황은 “나는 선임자들보다 지혜롭거나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국 내 양측과 대화하며 문제를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여성과 교회
레오 교황은 여성 리더십 확대를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여성의 부제나 사제 서품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당장은 교회의 가르침을 바꿀 의도가 없다”며 “사람들의 목소리를 계속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문제
바티칸의 재정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믿는 것만큼 심각한 위기가 아니다”라며 “연간 5천만-6천만 유로(약 8,800만-1억600만 달러)의 구조적 적자를 보고 있지만 잠 못 잘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계속 노력해야 하지만, 잘못된 위기감을 퍼뜨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인 첫 교황
레오 14세는 로버트 프레보스트(Robert Prevost)라는 이름으로 2023년 교황청 주교임명성(성직자 임명 부서)을 이끌며 바티칸에 입성했다. 그는 최초의 미국 태생 교황으로 선출되며, 교황직 금기 중 하나로 여겨지던 ‘미국인 교황’의 벽을 넘어섰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