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국가장애보험청(NDIA-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Agency)은 현재 추진 중인 전국장애보험제도(NDIS-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개혁 일정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기관은 “정부의 개혁 아젠다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향후 일정 변경 가능성을 일축했다.
NDIA는 마크 버틀러(Mark Butler) 보건부 장관과 제니 맥앨리스터(Jenny McAllister) 차관에게 전달한 내부 브리핑을 통해, 장애인 단체들이 개혁의 속도에 동의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내각이 설정한 연간 8%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해진 일정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DIA는 17일(목) 공개된 장관 대상 브리핑에서 이같은 방침을 재확인하며, “NDIS가 등록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도록 정부 개혁 아젠다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NDIA 대변인은 “등록자 및 장애인 커뮤니티와의 협업, 협의, 공동 설계를 통해 보다 강력한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목소리 반영”
이번 브리핑 문건은 정보자유법(FOI)에 따라 공개된 것으로, NDIA는 다른 항목에서 “NDIS의 모든 변화에는 장애인의 목소리가 핵심이 될 것”이라 강조했지만,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과는 모순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3년 말, 전국 내각은 NDIS의 연간 성장률을 기존 20% 이상에서 2026년 중반까지 8% 수준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 개혁안이 예정대로 이행될 경우, 향후 4년간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폐아동 타격 우려
NDIS 개혁에서 중요한 변화는 발달 지연이나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동에 대한 조기 개입 지원 방식이다. 현재 6세 아동 11명 중 1명이 NDIS에 등록돼 있을 정도로, 어린 아동들의 제도 진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제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NDIS의 본래 목적과 역할에 대한 재검토를 불러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기 발달 지원의 주체를 기존의 NDIS에서 벗어나, 일반 공공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이른바 ‘기초 지원(foundational supports)’ 체계를 구축해, NDIS 진입 이전의 단계에서 보다 보편적이고 예방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향후 NDIS에서 제외되는 아동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공백 없이 받을 수 있도록, 각 주정부와 협력해 대체 서비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초 지원 체계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상태이며, 일부 아동이 기초 지원이 마련되기 전에 NDIS에서 탈락하고 있어, 부모와 커뮤니티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초 지원 미비 지적
개혁 아젠다 자체는 장애계 전반에서 전반적으로 환영받고 있지만, 약 71만7,000명의 NDIS 등록자 중 일부가 주 및 연방정부가 아직 마련하지 않은 대체 서비스 체계인 기초 지원(foundational supports)이 시행되기 전에 제도에서 조기 퇴출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DIA는 장관 브리핑에서 “매년 새로 제도에 진입하는 등록자 수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표현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으며, 장애계는 이를 통해 제도가 권리 기반 접근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호주장애인단체연합(AFDO-Australian Federation of Disability Organisations)의 최고경영자 로스 조이스(Ross Joyce)는 “등록자 진입률의 ‘안정화’는 권리 기반 접근에서 벗어나는 위험한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며, “NDIS에 대한 수요는 정책 실패가 아니라, 지역 사회 내 심각하고 지속적인 미충족 수요를 반영하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커뮤니티 반발
장애인 당사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가 ‘지속 가능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추진하는 이번 개혁이 사실상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축소와 접근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애인 커뮤니티는 새로운 지원 체계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참가자가 제도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대안 없이 제도 밖으로 쫓겨나는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또한, 정부가 강조하는 ‘참가자 수 안정화’라는 표현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를 장애인에 대한 수요 자체를 억제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며, 제도의 기본 정신인 권리 보장과는 거리가 먼 접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래 NDIS는 장애인의 권리를 최우선에 둔 제도로 설계됐지만, 최근 들어 비용 효율성 중심의 재정 기반 접근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 커뮤니티와 정부 간 인식 차이는 개혁 논의의 중요한 갈등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